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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일자리 숫자 뒤에 숨은 제조업의 경고음

▷고용보험 가입자 1,584만8천명…서비스업이 28만4천명 늘며 증가세 견인
▷제조업은 12개월째 감소…자동차·금속가공·화학 부진 속 조선·반도체가 일부 방어
▷청년 가입자 6만5천명 감소…구인배수 개선에도 “고용24 지표만으로 회복 단정 어려워”

입력 : 2026-06-09 13:02
늘어난 일자리 숫자 뒤에 숨은 제조업의 경고음 2026년 5월 산업별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 전체 가입자는 26만8천명 늘었지만, 증가분은 서비스업이 주도했다. 제조업은 1만명 줄어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자료=고용노동부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조선소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사람을 찾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선박 및 보트 건조업을 중심으로 기타운송장비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5월에도 5천명 넘게 늘었다. 선박 및 보트 건조업은 4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제조업 안에서 가장 강한 고용 수요를 나타냈다.

 

반면 자동차 업종의 온도는 달랐다. 지난 3월 대전의 한 엔진부품 공급업체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 이후 부품 생산과 수출 차질이 이어졌고, 5월 자동차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2천명 감소했다. 완성차를 제조하는 엔진·자동차 제조업 쪽에서 감소 폭이 확대됐고, 자동차 부품 제조업도 증가 폭이 둔화됐다. 고용노동부는 화재 사고가 고용 감소로 직접 연결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자동차 생산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조선은 버티고, 자동차·금속가공·화학은 흔들리는 모습이다. 같은 제조업 안에서도 업종별 고용 온도 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청년층 고용보험 가입자는 6만5천명 줄었고, 40대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안정적으로 늘고 있다는 총량 지표만으로 노동시장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고용노동부가 9일 발표한 ‘2026년 5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84만8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만8천명 증가했다. 증가율은 1.7%다. 고용노동부는 20만명 후반대의 안정적인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증가의 대부분은 서비스업에서 나왔다. 서비스업 가입자는 1,111만3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만4천명 증가했다. 보건복지, 숙박·음식, 사업서비스, 교육, 전문과학·기술 등 대다수 서비스 업종이 늘었다. 반면 제조업 가입자는 384만명으로 1만명 감소했고,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업은 감소 폭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 제조업 총량은 감소…조선·반도체가 버텼지만 자동차·소재 부진이 컸다

 

5월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 폭은 전월보다 소폭 확대됐다. 고용노동부는 식료품 제조업의 증가 폭이 둔화되고, 자동차와 고무·플라스틱 제조업 등에서 감소 폭이 커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갈렸다. 기타운송장비 제조업은 5천100명 증가해 제조업 중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선박 및 보트 건조업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졌고, 해당 업종은 42개월 연속 가입자 증가를 기록했다. 조선업 수주 회복과 생산 물량 증가가 고용보험 가입자 지표에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자제품 제조업도 4천100명 늘었다. 반도체 수출 증가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와 전자부품 제조를 중심으로 9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 제조업 전체 고용 부진을 일부 완충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제조업 내부의 취약 업종은 더 넓다. 금속가공제품 제조업은 4천명 감소해 17개월 연속 줄었다. 금속 열처리·도금 등 기타 금속가공제품과 구조용 금속제품 중심으로 감소했다. 섬유제품 제조업은 3천200명 줄어 장기 감소세를 이어갔다. 고무·플라스틱 제조업도 2천600명 감소했고, 화학제품 제조업은 1천200명 줄어 올해 2월 감소 전환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자동차 제조업은 2천명 감소했다. 올해 3월 감소 전환된 이후 감소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3월 대형 화재 사고에 따른 부품 생산과 수출 차질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자동차 업종의 고용 부진을 사고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고령화에 따른 상실자 증가, 신규 채용 지연, 전환기 투자 부담 등이 함께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국내 대형 자동차 회사의 청년층 대규모 신규 채용 계획이 아직 최종 합격자 배치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실제 채용과 현장 배치가 이뤄지면 자동차 제조업의 부정적 요인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고용 지표에 공백이 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타운송장비와 전자제품 제조업은 증가했지만, 금속가공·섬유·고무플라스틱·자동차·화학제품 제조업은 감소했다. 제조업 고용 부진은 일부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소재·부품·완성차 전반으로 확산된 양상이다. 자료=고용노동부 

 

 

◇ 서비스업이 버틴 고용…하지만 증가의 질은 업종별로 다르다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를 이끈 것은 서비스업이다. 5월 서비스업 가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8만4천명 증가했다. 보건복지업이 11만4천300명 늘어 가입자 규모와 증가 폭 모두 가장 컸다. 비거주 복지시설을 포함한 사회복지서비스업 중심으로 큰 폭의 증가세가 이어졌다.

 

다만 보건복지업 안에서도 속도 차이는 있다. 보건업은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해 큰 폭 증가에 따른 기저 영향 등으로 증가 폭이 10개월째 둔화됐다. 돌봄·복지 수요가 고용을 떠받치는 구조는 유지되고 있지만, 의료기관 중심의 증가세는 예전보다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숙박·음식점업은 음식·음료점업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됐고 증가 폭도 확대됐다. 교육서비스업도 초등·중등 및 기타 교육기관 중심으로 증가 폭이 커졌다. 공공행정은 지자체 등 일반정부 부문에서 증가했다. 협회·단체 수리 및 개인서비스업은 9천600명 늘었는데, 고용노동부는 6월 선거 영향이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2만1천900명 증가했다. 모든 하위 분류 산업에서 증가를 이어갔지만, 전문서비스업의 증가 폭이 축소되면서 전체 증가세는 소폭 둔화됐다. 법무·회계, 광고, 회사본부, 경영컨설팅 등 지식서비스 분야의 고용은 여전히 늘고 있지만 확장 속도는 다소 느려진 것이다.

 

반면 정보통신업은 700명 감소해 3개월째 줄었다. 우편·통신업 중심으로 감소했고, 출판업도 감소 폭이 확대됐다.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은 증가 폭이 축소됐고, 서적 출판업은 감소 폭이 커졌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확산이 정보통신업 전체 고용을 곧바로 밀어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운수·창고업은 7천명 증가했지만, 창고 및 운송 관련 서비스업의 증가 폭은 빠르게 축소됐다. 고용노동부는 화물 취급과 육상 운송 지원 서비스업 등을 포함한 이 부문에서 물류량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산업 생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용보험 통계의 한계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상시근로자를 중심으로 집계된다. 유가 상승이나 산업 생산 둔화가 현장 하청업체,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 영세 자영업에 미치는 충격은 이 통계에 충분히 잡히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업 가입자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노동시장 전체가 안정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 청년 가입자 6만5천명 감소…인구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연령별로 보면 29세 이하와 40대 가입자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40대 감소 폭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지만, 청년층은 여전히 큰 폭의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5월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6만5천명 줄었다. 29세 이하 인구 자체가 15만6천명 감소한 영향이 크지만,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과 정보통신업, 보건복지, 도소매업 중심으로 청년 가입자가 줄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 가입자 감소가 인구 감소와 맞물려 있으며, 가입자 감소 폭만 보면 고용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달에는 제조업과 정보통신업에서 29세 이하 감소 폭이 소폭 확대됐다. 제조업의 경우 기존 인력을 대규모로 내보냈다기보다 신규 채용이 부진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층의 구직 움직임은 오히려 늘었다. 고용24를 이용한 29세 이하 신규 구직자는 5월에 1만1천100명 증가했다. 다른 연령대 신규 구직은 감소했는데 청년층만 증가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발표된 청년 뉴딜 등으로 일자리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작동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관련 사업 참여 과정에서 고용24를 통한 구직 등록이 요구되는 점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지점은 청년 고용을 볼 때 중요한 신호다. 청년층은 구직 의사는 커지고 있지만, 실제 고용보험 가입으로 이어지는 안정적 일자리는 줄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정보통신업 같은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에서 청년 가입자가 줄어드는 흐름은 가볍게 보기 어렵다. 청년층이 도소매나 숙박·음식 등 디딤돌 일자리로 진입하는 것은 노동시장 참여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력 형성과 임금 상승이 가능한 일자리로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 구직급여 줄고 구인배수 개선…그래도 회복 신호로만 보긴 어렵다

 

5월 구직급여 지표는 표면적으로 개선됐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7만9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천명 감소했다. 지급자는 63만명으로 4만명 줄었고, 지급액은 1조328억원으로 780억원 감소했다. 신규 신청은 건설업과 제조업 중심으로 줄었고, 지급자는 건설·제조·도소매·숙박음식 중심으로 감소했다.

 

구인·구직 지표도 일부 개선됐다. 고용24 신규 구인인원은 15만3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2천명 증가했다. 신규 구직인원은 36만4천명으로 1만2천명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배수는 0.42로, 지난해 5월 0.37보다 상승했다.

 

하지만 이 숫자를 곧바로 노동시장 회복으로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도 고용24 구인 지표가 전체 구인 수요를 모두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간 구인, 사업장 직접 구인까지 포함하면 실제 구인 규모는 훨씬 크다.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파악되는 구인 규모는 고용24 통계의 4~5배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즉, 고용24는 단기 흐름을 빠르게 보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노동시장 전체 수요를 대표하는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제조업과 보건복지, 비교적 괜찮은 중소기업에서 고용24 이용 비중이 높은 만큼 업종별 편향도 존재할 수 있다. 구인배수가 0.37에서 0.42로 올랐다는 사실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전체 노동시장 회복으로 확대 해석하기보다는 공공 고용서비스망 안에서의 수요 변화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

 

이번 5월 고용행정 통계는 노동시장의 총량과 내부 구조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는 20만명 후반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비스업은 보건복지와 숙박·음식, 교육, 전문과학기술을 중심으로 고용을 떠받치고 있다. 구직급여 지급자와 지급액은 줄었고, 고용24 구인배수도 개선됐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균열은 분명하다. 제조업은 12개월째 감소했고, 자동차·금속가공·화학·고무플라스틱 등 소재와 부품, 완성차 관련 업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와 조선이 고용을 방어하고 있지만, 제조업 전반의 체력을 회복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정보통신업도 3개월째 감소하며 디지털 산업이 고용 확대로 곧장 연결되지 않는 현실을 드러냈다.

 

청년층 지표는 더 복합적이다. 인구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29세 이하 가입자 감소가 계속되고, 제조업과 정보통신업에서 청년 감소 폭이 확대된 점은 부담이다. 반대로 고용24 신규 구직은 늘었다. 청년들이 일자리 시장에 다시 진입하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안정적 가입 일자리로 연결되는 통로가 충분히 넓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5월 노동시장 지표의 핵심은 “가입자는 늘었다”가 아니라 “어디에서 늘고 어디에서 줄었는가”다. 복지와 음식점, 공공·교육 부문이 증가를 떠받치는 동안 제조업과 청년층의 취약성이 누적된다면 노동시장 회복은 총량 속에 균열을 안은 채 진행될 수밖에 없다. 고용정책의 초점도 단순한 일자리 수 증가를 넘어, 제조업 전환기 고용 공백과 청년층의 양질의 일자리 진입 경로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로 옮겨가야 한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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