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산성의 착시②] AI 효과도 직업 따라 갈렸다…전문직은 줄고 현장은 그대로
▷전문직·사무직 시간 절감 효과 뚜렷…서비스·기능·단순노무직은 제한적
▷AI 활용 능숙도 따라 격차 가능성…저숙련자 보완 효과도 확인
썸네일_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한 이미지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생성형 AI가 업무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지만, 그 혜택은 모든 직업에 고르게 나타나지 않았다. 문서 작성과 분석, 기획처럼 인지적 성격이 강한 업무에서는 시간 절감 효과가 비교적 뚜렷했지만, 현장 대응이나 물리적 협력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8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단축 효과는 직업과 업무 특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는 2025년 5~6월 전국 만 15~64세 취업자 5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활용 이후 업무시간과 업무처리량 변화를 분석했다. 앞선 분석에서 AI 활용 근로자의 평균 업무시간은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직업별 격차가 뚜렷했다.
◇전문직·사무직은 줄고, 현장 업무는 제한적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직업별 업무시간 절감률은 전문직에서 가장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직의 업무시간 절감률은 2.8%로 집계됐고, 사무직은 1.9%, 관리직은 1.5%로 뒤를 이었다. 반면 단순노무직은 0.2%, 기능직은 0.5%, 서비스직은 0.6%에 그쳤다.
이는 생성형 AI가 주로 텍스트 작성, 자료 정리, 데이터 분석, 코드 작성, 보고서 초안 작성 등 지식·정보 처리 업무에서 강점을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작업별 분석에서도 교육자료 개발, 통계 데이터 분석, 연구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 인지적·비정형 업무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반대로 고객 응대, 장비 운용, 현장 조율, 물리적 협업처럼 상황 판단과 대면 대응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AI가 대체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았다. 같은 AI 도구를 쓰더라도 책상 위 업무와 현장 업무가 체감하는 효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AI를 많이 쓸수록 효과도 커졌다
근로자 개인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AI 사용시간 상위 50% 집단에서 업무시간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뚜렷했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AI 계정을 갖고 있거나 가끔 검색하듯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 과정에 자주 활용하는 근로자일수록 시간 절감 효과를 더 크게 경험한 셈이다.
근속연수가 짧은 집단에서도 AI 도입 효과가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이는 생성형 AI가 저숙련 근로자의 경험 부족을 일부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업무 초안을 잡거나 자료를 요약하고, 반복적인 문서 작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AI가 일종의 보조 인력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결과를 곧바로 “AI가 직업 격차를 줄인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차이가 커질 가능성도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같은 직무 안에서도 AI 사용법을 익힌 근로자는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지만, 활용 경험이 부족한 근로자는 기존 방식에 머물 수 있다.
결국 AI의 효과는 기술 접근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조직이 AI 사용을 허용하는지, 결과물을 검토할 역량이 있는지, 절약된 시간을 다른 업무로 옮길 수 있는지가 함께 작용한다.
이번 분석은 AI 시대의 노동 격차가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빼앗느냐”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 현실적인 쟁점은 AI를 통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직무와 그렇지 못한 직무, AI를 업무에 녹여낼 수 있는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근로자 사이의 차이다.
기업과 정책당국이 AI 활용 교육을 말할 때도 단순한 사용법 교육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직무별로 어떤 작업에 AI를 붙일 수 있는지, 어떤 결과는 사람이 반드시 검증해야 하는지, 현장직과 서비스직에는 어떤 방식의 AI 지원이 필요한지까지 나눠 봐야 한다. AI가 일부 직군의 생산성 도구로만 남는다면 기술 확산은 오히려 새로운 업무 격차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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