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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는 늘었지만 남는 돈은 줄었다…1분기 가계, ‘소득보다 빠른 지출’ 경고음

▷가구당 월평균 소득 548만1천원·소비지출 310만5천원…소비 증가율이 소득의 두 배 넘어
▷근로소득 0.3% 증가 그쳐…교통·보건·오락문화 지출은 두 자릿수 증가
▷소득 하위 20%(1분위) 평균소비성향 155.3%…소득 상위 20%(5분위)만 흑자액 증가

입력 : 2026-05-28 12:02
벌이는 늘었지만 남는 돈은 줄었다…1분기 가계, ‘소득보다 빠른 지출’ 경고음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지현 국가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 과장이 2026년 1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소득 하위 20% 가구(1분위)는 올해 1분기 월평균 117만원을 벌었지만, 소비지출은 145만7천원에 달했다. 세금·사회보험료·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93만8천원에 그쳤고, 평균소비성향은 155.3%까지 올라갔다. 벌어들인 돈보다 훨씬 더 많이 쓰는 구조가 이어진 셈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5분위)는 월평균 1,237만8천원을 벌고 556만6천원을 소비했다. 소비지출도 6.9% 늘었지만 처분가능소득이 964만5천원으로 5.1% 증가하면서 흑자액은 408만원을 기록했다. 소득 5분위 가운데 흑자액이 전년보다 증가한 곳은 5분위뿐이었다.

 

평균 가구의 모습도 비슷한 경고 신호를 보였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48만1천원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지만, 소비지출은 310만5천원으로 5.3% 증가했다. 소득은 늘었지만 지출이 더 빠르게 불어나면서 흑자액은 123만9천원으로 3.1% 줄었다. 국가데이터처는 28일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단순히 “소득과 소비가 함께 늘었다”는 데 있지 않다. 근로소득 증가율은 0.3%에 그친 반면 소비지출은 2023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브리핑에서 서지현 국가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이번 분기는 소득과 소비가 동반해서 늘어났고, 특히 소비지출은 2023년 1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며 “2024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상회한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요약.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1천원으로 2.4% 늘었지만, 소비지출은 310만5천원으로 5.3% 증가했다. 자료=국가데이터처
 

◇ 근로소득은 제자리, 소비는 확대…가계 흑자액 3.1% 감소

 

2026년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48만1천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2.4% 증가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0.4% 증가했다. 경상소득은 537만7천원으로 2.4% 늘었고, 근로소득은 342만2천원으로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업소득은 92만5천원으로 2.6%, 이전소득은 96만4천원으로 9.7% 증가했다.

 

소득 증가를 이끈 것은 임금보다 이전소득이었다. 이전소득 가운데 공적이전소득은 7.8%, 사적이전소득은 14.6% 늘었다. 설 명절이 포함된 분기 특성상 가구 간 이전이 증가한 영향도 있었다. 국가데이터처는 5분위 가구의 사적이전소득 증가에 대해 “빈도수가 늘었다기보다는 주고받는 가구 간 이전 규모 자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출 증가 속도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310만5천원으로 5.3% 늘었다. 실질소비지출도 3.1% 증가했다. 소비 증가율이 명목소득 증가율의 두 배를 넘었고, 실질 기준으로도 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이 때문에 처분가능소득은 434만4천원으로 2.7% 늘었지만, 흑자액은 123만9천원으로 3.1% 줄었다. 흑자율은 28.5%로 1.7%p 하락했고, 평균소비성향은 71.5%로 1.7%p 상승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 및 지출 동향. 2026년 1분기 소득은 2.4%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5.3% 늘었다. 흑자액은 3.1% 감소했고 평균소비성향은 71.5%로 상승했다. 자료=국가데이터처
 

이를 단순히 ‘불황형 소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브리핑에서도 국가데이터처는 “소득이 늘었기 때문에 불황이라고 하려면 소득이 감소했거나 늘지 않은 상황이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이번 분기에는 자동차 구입이 크게 늘어 교통·운송 지출 증가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소비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은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가계의 여유가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소득은 늘었지만 근로소득 증가가 미미했고, 이자비용과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도 증가했다. 여기에 소비지출이 더 빠르게 늘면서 남는 돈은 줄었다. 가계가 지갑을 닫은 것은 아니지만, 지출을 감당하는 기반은 예전보다 얇아졌다고 볼 수 있다.

 

◇ 자동차·의료·여행 지출이 끌어올린 소비…교육비는 ‘선택과 집중’

 

소비지출을 세부 비목별로 보면 증가세는 특정 분야에 집중됐다. 교통·운송 지출은 월평균 36만2천원으로 12.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 구입이 29.6% 늘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운송기구 연료비도 5.3% 증가했다. 중동전쟁 여파에 따른 석유류 가격 상승이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 국가데이터처는 “3월부터 본격화된 영향이 있어 1분기 전체 통계에서는 생각보다 크게 나타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건 지출도 25만5천원으로 10.4% 늘었다. 외래의료서비스가 12.6%, 입원서비스가 18.9%, 의약품이 8.0% 증가했다. 고령화와 의료 이용 증가가 맞물리면서 보건 지출은 가계 소비에서 꾸준히 부담을 키우는 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락·문화 지출은 19만1천원으로 12.0% 증가했다. 단체 및 국외여행비가 21.0% 늘었고, 반려동물 및 관련용품 지출도 27.2% 증가했다. 의류·신발 지출은 9.6%, 가정용품·가사서비스는 7.3%, 음식·숙박은 5.1% 늘었다. 외식 등 식사비가 5.3% 증가한 영향이다.

 

반대로 교육 지출은 23만7천원으로 2.9% 감소했다. 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든 교육비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정규교육 지출은 10.9%, 기타교육은 24.3% 감소했지만, 학원·보습교육은 1.4% 증가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정규교육 감소에 대해 “대학교와 대학원 지출이 줄었고, 학령인구 감소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은 가계 소비의 선택과 집중을 보여준다. 전체 교육비는 줄었지만 입시·보습 중심 지출은 유지되거나 늘었다. 가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필수적이라고 판단되는 교육비는 쉽게 줄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비가 단순히 확대된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료·여행·외식·학원 등 가구가 필요하거나 우선순위가 높다고 판단한 항목으로 집중되는 흐름이다.

 


2026년 1분기 소비지출 비목별 동향. 교통·운송은 12.1%, 보건은 10.4%, 오락·문화는 12.0% 증가한 반면, 교육은 2.9%, 주류·담배는 2.8% 감소했다. 자료=국가데이터처
 

◇ 하위층은 적자 확대, 상위층은 여유 유지…소비 회복의 질이 다르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가계의 체감 여력은 크게 갈렸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7만원으로 2.7% 늘었다. 그러나 소비지출은 145만7천원으로 7.3%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은 93만8천원에 그쳤고, 흑자액은 -51만9천원이었다. 평균소비성향은 155.3%로 1년 전보다 7.7%p 상승했다.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구조를 보면 부담의 성격이 뚜렷하다. 주거·수도·광열 비중이 21.7%, 식료품·비주류음료가 20.8%, 음식·숙박이 11.8%였다. 필수 지출 비중이 높아 소득이 조금 늘어도 생활비 증가를 따라가기 어렵다. 특히 1분위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62.2세로 다른 분위보다 높다. 고령층과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하위소득층의 구조적 취약성이 소비성향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7만8천원으로 4.2%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은 964만5천원으로 5.1% 늘었고, 흑자액도 408만원으로 2.6% 증가했다. 5분위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57.7%로 1.0%p 상승했지만, 여전히 처분가능소득의 상당 부분을 저축하거나 여유자금으로 남길 수 있는 구조다.

 

국가데이터처는 5분위 소득 증가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5분위 가구는 대기업 종사자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300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상승률이 300인 미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대기업 성과급 등 고소득층 중심의 임금·성과 보상이 분배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다만 국가데이터처는 분기별 가계동향조사의 소득분배 지표 해석에는 유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분기별 통계는 시의성이 강하지만, 연간 소득 수준과 분배 상황은 행정자료가 보완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참고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1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6.59배로 전년 동분기보다 0.27배 상승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소득 5분위별 소비지출 구성비. 1분위 가구는 주거·수도·광열과 식료품 지출 비중이 가장 높았고, 5분위 가구는 교통·운송, 음식·숙박, 식료품 순으로 비중이 컸다. 자료=국가데이터처
 

이번 가계동향조사는 소비 회복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자동차 구입, 여행, 외식, 의류 지출이 늘었다는 점만 보면 가계 소비가 살아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근로소득 정체, 이자비용 증가, 필수지출 부담, 하위소득층의 적자 확대가 함께 놓여 있다.

 

정책적으로 중요한 것은 소비가 늘었느냐 줄었느냐보다 어떤 소득층이 어떤 지출을 늘렸는가다. 상위층은 소비를 늘리면서도 흑자를 유지하거나 키울 수 있지만, 하위층은 주거비와 식료품, 의료비 같은 필수 지출을 감당하느라 처분가능소득을 초과해 쓰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

 

결국 1분기 가계의 모습은 ‘소비 회복’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소비는 분명 늘었지만, 근로소득의 뒷받침은 약했고 남는 돈은 줄었다. 특히 저소득층은 소득보다 지출이 더 빠르게 늘면서 적자 부담이 커졌다. 앞으로의 관건은 소비 증가가 경기 회복의 신호로 이어질지, 아니면 가계 여력 축소를 동반한 부담 확대로 남을지다. 가계지표의 숫자는 늘었지만, 그 숫자 안의 체감은 소득계층별로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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