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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속 한국 기업이 택한 해답은 ‘R&D와 AI’

▷ 연구개발 21%↑·AI 활용 기업 28%↑…경영 전략의 중심축 이동
▷ 매출보다 빠른 이익 회복, 기술 투자 기업이 성과를 갈랐다

입력 : 2025.12.18 10:46 수정 : 2025.12.18 10:55
불확실성 속 한국 기업이 택한 해답은 ‘R&D와 AI’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2024년 한국 기업들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용 절감이나 몸집 줄이기보다 ‘기술 투자’라는 선택을 했다. 연구개발(R&D) 지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인공지능(AI)·클라우드·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실제로 개발·활용하는 기업 수도 빠르게 늘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기업활동조사 결과(잠정)’는 국내 기업 경영 전략의 중심축이 명확히 ‘R&D와 디지털 전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 대상 기업은 상용근로자 50인 이상, 자본금 3억 원 이상 기업 1만4922곳이다. 이들 기업의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5.2% 증가했지만,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20.6% 늘며 수익성 회복 속도가 훨씬 빨랐다. 단순한 경기 반등이라기보다, 기술 투자에 따른 구조적 개선 효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R&D 투자, ‘선택’ 아닌 ‘생존 조건’으로

 

2024년 조사 대상 기업의 연구개발비는 97조1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4% 증가했다. 특히 제조업 R&D 투자만 88조9천억 원에 달해 전체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기업 수는 큰 폭으로 늘지 않았지만, 기업당 연구개발비가 20% 이상 증가하면서 ‘선별적·집중적 투자’ 경향이 뚜렷해졌다.

 

주목할 대목은 장기 성과다. 최근 19년간 존속하며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한 기업의 기업당 매출액은 전체 기업 평균의 3.6배에 달했다. 단기 실적에 따라 투자 규모를 조정한 기업들과 달리, 꾸준히 기술에 투자한 기업들이 압도적인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는 R&D가 비용이 아니라 기업 가치와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임을 보여준다.

 

 

2024년 기업 연구개발비는 97조 원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21.4% 증가했다. 기업당 연구개발비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그래프=국가데이터처)

 

◇ AI·클라우드 확산…디지털 전환이 실적을 갈랐다

 

기술 투자의 방향은 분명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개발·활용 중인 기업은 3398개로 전년 대비 28.1% 증가했다. 기술별로는 클라우드가 23.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인공지능(18.7%), 빅데이터(16.5%), 사물인터넷(13.6%)이 뒤를 이었다. AI는 더 이상 일부 IT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제조·물류·서비스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활용 분야도 실질적이다. 제품·서비스 개발 목적이 46.2%로 가장 많았고, 생산공정 개선(17.8%), 조직관리(16.0%) 등 경영 전반에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단순 자동화 수준을 넘어, 기업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 기술 투자 기업, 수익성 회복 속도도 빨랐다

 

기술 중심 전략은 재무 지표에서도 차이를 만들었다. 2024년 매출액 천 원당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54원으로 전년 대비 7원 증가했다. 제조업과 운수·창고업, 정보통신업 등 기술 투자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수익성 개선 폭이 컸다.

반면 도소매업, 일부 전통 서비스업에서는 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정체돼 업종 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AI와 데이터 기반 경영으로 전환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생산성 차이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 확장보다 내실…자회사 줄이고 기술에 집중

 

이번 조사에서 자회사 보유 기업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국내외 자회사 보유 기업은 전년 대비 1.7% 줄었고, 해외 자회사 역시 축소됐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무리한 외형 확장 대신 기술 경쟁력과 내부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 우선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해외 진출의 중심은 여전히 중국·미국·베트남 등 핵심 생산·시장 거점에 집중돼 있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2024년 기업활동조사 결과는 한국 기업 경영의 무게중심이 명확히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외형 확장보다 기술 축적, 단기 성과보다 구조적 경쟁력을 선택한 기업들이 실적과 수익성에서 차이를 만들어냈다. 이제 관건은 기술 투자 자체가 아니라, AI와 R&D를 실제 사업 경쟁력으로 연결해내는 실행력과 전략의 완성도다. 이 격차가 향후 기업 간, 산업 간 성과 차이를 더욱 벌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김영진 사진
김영진 기자  jean@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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