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나눠 가지라 했다”…사립유치원 방과후 교사 처우 개선비 논란

▷방과후·종일반 교사 지원금 둘러싼 현장 증언 나와
▷“거부하면 재계약·평판 불이익 우려”…폐쇄적 고용 구조 지적
▷제보자 "사실상 페이백"...한유총 "현 지급 방식이 갈등 불러"
▷교육청 “나눠 지급은 지침상 문제…전원 지원엔 예산 필요”

입력 : 2026-05-27 13:12
“나눠 가지라 했다”…사립유치원 방과후 교사 처우 개선비 논란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 지급되는 보조금이 일부 현장에서 교사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시도교육청별로 지원 대상과 예산이 달라지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당국은 지원금을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은 지침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모든 교사를 지원하려면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눠 가지라 했다”…지원금 둘러싼 현장 증언

 

전국사립교원노동조합을 통해 제보한 경기도 사립유치원 교사 A씨는 27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방과후 교사가 5명인데 지원금은 3명에게만 지급됐고, 원장이 지원금을 받은 교사들에게 나머지 교사와 나누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원금이 특정 교사 개인 계좌로 들어온 뒤 다른 교사에게 나눠주는 방식이었다"며 "거부하면 평판 조회나 재계약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따르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A씨는 “서울은 대상 교사에게 지원이 이뤄졌지만, 경기도는 과거 한 유치원당 1∼2명만 지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실제 근무하는 교사들이 지원금을 나눠 갖는 관행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A씨도 “정확한 지원 기준과 변경 시점은 교육청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립유치원 교원 기본급보조금은 2013년 교원 처우 개선을 위해 도입됐다. 교직 수당, 인건비 보조, 급식비, 장기근속 수당, 학급 담임수당 등이 포함되며, 교육지원청이 매월 교원 개인 급여통장으로 직접 이체한다. 경기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 교원 기본급보조 지원 대상은 지난해 기준 유치원당 방과후교사 3명이다. 올해는 유치원당 방과후교사 4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지원금 나눠 갖기 둘러싼 엇갈린 시각

 

A씨는 이 같은 관행을 사실상 페이백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장 계좌로 직접 돌려주는 방식만 페이백이 아니다"며 "교사에게 들어온 돈을 원장 지시에 따라 다른 교사와 나누게 하는 것도 사실상 페이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백은 교사에게 임금이나 지원금을 지급한 것처럼 처리한 뒤, 그 돈의 전부나 일부를 다시 돌려받는 행위를 뜻한다. 코로나19 초기에도 일부 사립유치원에서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원아 감소와 경영난을 이유로 교사 임금을 50∼70%만 지급한 뒤, 교육청 지원을 받기 위해 미지급분을 뒤늦게 입금하고 다시 반환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 교육청에 통장 지급 내역을 제출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형식상 임금을 지급한 뒤 되돌려받는 방식이었다.

 

반면 김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홍보국장은 이번 사안을 개별 유치원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국장은 "교사 계좌로 들어간 돈을 나누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더 근본적으로는 방과후 교사가 여러 명이어도 일부에게만 지원금이 지급되는 방식이 현장 갈등을 만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차에 따른 차등은 가능해도 방과후 과정 여부나 직책을 이유로 지원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장이 줄 사람을 골라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면 지원받지 못한 교사를 설득할 방법이 없다"며 "차라리 예산이 부족하다면 모든 교원에게 동일하게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 맞다"고 말했다.

 

민재식 전국사립교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사립유치원 재정 구조도 교사 처우 개선을 어렵게 하는 배경이라고 봤다. 그는 "공립유치원은 교사 급여와 운영비를 포함한 예산이 교육청에서 나오지만, 사립유치원은 유아 1인당 지원되는 바우처 재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며 "유치원이 이 재원 안에서 급식비와 인건비, 운영비를 함께 충당하다 보니 교사 처우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교원 전체에 같은 원칙으로 지원해야”

 

이번 의혹은 특정 유치원의 불법 행위를 단정하는 차원을 넘어, 교원 지원금이 실제 근무자에게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서류상 임용 현황과 실제 근무 형태가 다를 경우, 교육청이 계약서와 명단만으로 지원금 흐름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서류상 문제가 없으면 더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문제”라며 “실제로 누가 반을 맡았는지, 지원금이 누구에게 지급됐고 이후 어떻게 처리됐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지원청에 문제를 알려도 권한이 없다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민 위원장도 교육부 차원의 직접 보전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 위원장은 “교육부가 인건비나 수당을 확보해 직접 보전하고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시도마다 지급 기준과 금액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교사 기본급 보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국장은 "연차에 따른 차등은 가능하지만 교육과정, 방과후 과정, 담임 여부, 직책 유무를 이유로 지원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와 교육청이 임용된 사립유치원 교원 전체에게 같은 원칙으로 직접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지침상 문제…전원 지원엔 예산 필요”

 

교육당국은 지원금을 나눠사 지급하는 관행은 지침상 문제가 있다면서도 이런 일이 생긴 배경에는 예산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와 비교하면 예산은 비슷한데 교원이 두배 가량 많다"며 "교사 1명당 월 1~2만원만 더 지원해도 연간 수십억 원 단위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기준 유치원 교원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의 사립유치원 교사 수는 약 1만 명 내외이며 서울특별시의 사립유치원 교사 수는 약 6천 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관계자는 “유치원에 소속된 방과후 과정 교사 전원에게 지원금이 지급되면 다시 회수해 나누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아 수와 사립유치원 수가 줄어드는 상황을 반영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남는 재원을 교원 지원으로 돌리고, 지원 대상과 단가를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했다.

 

사립유치원 교원 지원금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현장에서 지원금이 나눠 갖기나 반환 요구로 변질된다면 제도 취지는 무너진다. 교육당국이 지급 기준과 점검 방식을 공개하고, 실제 교사에게 돈이 온전히 전달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