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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의 재편] ① 상법 개정, 정기주총서 첫 작동…주주권 강화는 시작됐다

▷정관 변경 안건 상장사 84.5% 상정…전자투표·배당 기준일 유연화도 확산
▷주주 참여는 확대됐지만 지배구조의 실질 변화까지는 아직 과도기

입력 : 2026-04-20 13:00
[주총의 재편] ① 상법 개정, 정기주총서 첫 작동…주주권 강화는 시작됐다 생성형 AI(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이정원 기자 =올해 정기주주총회는 상법 개정 이후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권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첫 무대였다. 제도 반영 속도는 빨랐지만, 그 변화가 실제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권력 배분까지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위즈경제는 이번 기획을 통해 정기주주총회 현장에서 확인된 상법 개정의 방향성과 초기 작동 가능성을 점검하고, 주총이 기업가치 제고의 장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함께 짚어본다. (편집자주)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거치며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화 등 상법 개정의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수의 상장사가 주총에서 정관 변경 안건 상정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재정비에 나섰고, 자사 주식 소각, 배당 기준일 유연화, 전자투표 확대 등 주주권 행사 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은정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부교수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는 형식적·제도적 차원에서 상법 개정의 영향을 매우 빠르게 반영된 첫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며 "최근 분석자료를 보면, 전체 상장사의 약 84.5%가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는 점은 부분적 대응이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 전반의 재정비가 이뤄졌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고 부교수에 따르면 독립이사 명칭 변경, 독립이사 비율 상향, 전자주주총회 도입, 이사 충실의무 명문화 등 주요 개정 사항들이 정관에 대거 반영됐다. 이는 법률 규범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기업 운영 규칙으로 구체화되었다는 점에서 제도 내재화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기업 지배구조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과도기 수준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고 부교수는 "이사회 책임성 강화와 독립성 확보, 감시·감독 시스템 강화, 주주권 실효적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과도기적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며 "현재 단계는 법과 제도는 도입되었지만, 기업의 의사결정 관행과 권력 구조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부교수는 올해 주총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로 '주주권 강화'를 꼽았다.

 

고 부교수는 "과거에는 주총이 대주주와 경영진 중심의 형식적 절차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소액주주와 연기금,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들은 주주제안, 질의,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이사 선임과 보수 한도, 배당 정책 등 핵심 경영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이는 주총이 단순한 승인 절차를 넘어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장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변화는 이사회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사회는 안건을 형식적으로 상정·의결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주주의 문제 제기와 외부 평가에 대응해야 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주총 시즌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현상을 두고는 "상반된 평가가 충돌하는 것이 아닌, 동일한 현상을 서로 다른 분석 수준에서 관찰한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법 개정을 계기로 제도적 변화는 분명히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기업 의사결정 구조와 권력 배분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 부교수는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전자주주총회·전자투표 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주주가 경영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공식적 채널과 수단이 구조적으로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는 단순한 절차적 개선을 넘어, 이사회를 주주의 감시 대상으로 재정의하는 법적 토대를 형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다수의 기업에서 정관 변경 등 형식적 정비는 이뤄졌지만, 이사회 구성이나 의사결정 방식, 대주주 중심의 영향력 구조 등 근본적인 지배구조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부 기업에서 이사 수 제한, 임기 조정 등 개정된 상법의 효과를 완화하거나 우회하는 전략을 보이기도 했으며, 결과적으로 제도는 도입됐지만, 권력 구조의 재편과 실질적 변화까지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종합적으로 이번 주총은 제도적 전환은 상당 부분 이뤄졌지만, 행태적·구조적 전환은 여전히 진행 중인 단계로 규정할 수 있다"며 "제도 도입 이후 실질적인 변화까지 이르기는 일정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주총 시즌을 둘러싼 엇갈린 평가는 이분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제도 도입과 실제 작동이라는 서로 다른 관찰 지점을 반영한 진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정원 사진
이정원 기자  nukcha45@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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