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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금 보호 강화한다지만…"구체적 기준 없어 실효성 의문"

▷공정위, 선불식 할부거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
▷안정성·유동성·수익성 따져 선수금 운용…고위험투자는 사전 검토
▷전문가 "투자 최소기준·검토 절차 구체화해 안전장치 마련해야"

입력 : 2026-08-26 11:31
선수금 보호 강화한다지만…"구체적 기준 없어 실효성 의문"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장석찬 기자 =정부가 상조회사 등이 소비자로부터 미리 받은 돈인 ‘선수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지침을 손질했다. 업체가 선수금을 운용할 때 안정성·유동성·수익성을 함께 고려하고, 파생상품 등 고위험자산에 투자하기 전에는 충분한 검토를 거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다만 어느 정도 투자해야 ‘과도한 투자’에 해당하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충분한 검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투자 한도와 검토 절차 등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야 지침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선불식 할부거래는 소비자가 대금을 여러 차례에 걸쳐 먼저 납부한 뒤 향후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거래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상조상품이 해당한다. 이처럼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기 전에 미리 납부한 돈을 '선수금'이라고 한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안은 지난 24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행정예고된다. 공정위는 이 기간 접수된 의견을 검토한 뒤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선수금이 향후 계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으로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운용원칙과 내부 점검 절차를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선수금을 운용할 때 상품·서비스 제공이나 해약환급금 지급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지 않도록 안정성·유동성·수익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파생상품 등 고위험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을 비롯한 고위험 거래에 앞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업체는 내부적으로 선수금 운용지침을 마련하고 회계연도별 운용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개정안이 선수금을 활용한 투자를 모두 금지한 것은 아니다. 업체가 선수금을 운용할 수는 있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거나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에 지나치게 투자하지 않고, 투자에 앞서 위험성을 충분히 따져보도록 한 것이다.

 

◇고위험투자 상한 빠져…판단은 업체 몫

 

문제는 개정안이 ‘과도한 투자’와 ‘충분한 검토’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와 자산의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고, 투자 전에 어떤 자료와 절차를 검토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결국 ‘과도한 투자’와 ‘충분한 검토’ 여부를 상당 부분 업체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기용 국립인천대 명예교수는 “‘과도한’, ‘충분한’이라는 용어는 주의와 권고로서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며 “정성적인 지침 이외에도 일정 부분 정량적 지침과 절차적 지침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업체마다 규모와 재무상태, 경영실적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고위험자산 투자 한도와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의 범위에는 모든 업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안전선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충분한 검토’ 어떻게 담보하나…심의위 권한이 관건

 

개정안은 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 선수금이 1000억원 이상인 업체에 선수금운용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나 고위험자산 투자를 심의할 때는 외부 전문가의 의견도 듣도록 했다.

 

홍 교수는 1000억원이라는 기준이 대규모 선수금을 운용하는 주요 업체를 포괄한다는 점에서는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선수금 규모만으로 설치 대상을 나누기보다 실제 투자 규모와 재무상태 등 업체별 여건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봤다.

 

위원회에 실질적인 견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고위험자산 투자는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 전문가 참여를 확대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일 필요성도 제기했다.

 

홍 교수는 “선수금의 고위험투자 수준과 선수금운용심의위원회 운영 등에 좀 더 구체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석찬 사진
장석찬 기자  seokchanj26@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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