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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2%대로 내려왔지만 체감은 ‘글쎄’…서비스·주거비가 새 불씨

▷7월 소비자물가 2.8% 상승…석유류 오름세 둔화와 농축수산물 안정이 상승 폭 낮춰
▷근원물가 2.6%로 오히려 확대…개인서비스 3.5%·외식 제외 서비스 4.1% 상승
▷폭염에 시금치·상추 가격 급등하고 집세도 상승세…하반기 물가 불확실성 여전

입력 : 2026-08-04 10:30
물가 2%대로 내려왔지만 체감은 ‘글쎄’…서비스·주거비가 새 불씨 2026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인포그래픽=국가데이터처)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왔다. 국제유가 하락과 정부의 시장 안정 조치로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농축수산물 가격도 안정된 영향이다. 다만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오히려 상승 폭을 키웠다. 개인서비스와 외식비, 집세처럼 한 번 오르면 쉽게 내려가지 않는 품목의 상승세도 이어졌다. 전체 물가는 진정됐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까지 뚜렷하게 낮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이유다.

 

4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77로 전년 동월보다 2.8% 상승했다. 지난 5월 3.1%, 6월 3.2%까지 높아졌던 상승률이 7월 들어 0.4%포인트 낮아졌다. 전월과 비교하면 물가는 0.2% 하락했다.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이었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15.5% 올라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6월 상승률인 24.7%와 비교하면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전월 대비로는 휘발유가 6.2%, 경유가 6.7% 각각 하락했다.

 

농축수산물 상승률도 6월 3.2%에서 7월 0.9%로 낮아졌다. 농산물은 전년 동월보다 2.2%, 채소류는 4.2% 각각 하락했다. 주요 품목의 출하량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할인 지원 등 수급 안정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생활물가지수 역시 전년 동월보다 2.5% 올라 6월의 3.4%보다 상승 폭이 축소됐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식품의 상승률은 1.6%였으며 신선식품지수는 2.3% 하락했다. 통계만 놓고 보면 먹거리 부담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린 셈이다.

 

◇ 숫자는 안정됐지만 근원물가는 오히려 상승

 

문제는 이번 물가 둔화가 경제 전반의 가격 압력 완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가격 변동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해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7월 2.6% 상승했다. 5월과 6월의 2.5%보다 오히려 0.1%포인트 높아졌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도 2.5%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와의 격차가 크지 않았다.

 

품목별로 보면 서비스 가격의 끈적한 상승세가 확인된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6% 올랐고 이 가운데 개인서비스는 3.5% 상승했다. 개인서비스가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정도를 나타내는 기여도는 1.19%포인트로 전체 상승률 2.8%의 40%를 넘었다.

 

외식 물가는 2.6%,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는 4.1% 상승했다. 보험서비스료가 13.4%, 해외단체여행비가 20.0%, 자동차수리비가 6.1%, 공동주택관리비가 3.5% 각각 올랐다. 여름 휴가철 수요가 반영되면서 휴양시설 이용료는 전월보다 18.6%, 호텔 숙박료는 11.4%, 콘도 이용료는 31.1% 급등했다.

 

지출 목적별로도 교통비가 전년 동월보다 7.7%, 오락·문화가 5.5%, 음식·숙박이 2.8%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전월보다 내려갔어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고, 여행과 숙박 등 서비스 가격까지 함께 오르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은 지표의 둔화 폭보다 클 수밖에 없다.

 

소비자물가지수가 119.77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준연도인 2020년과 비교해 전체적인 가격 수준이 약 20% 높아졌다는 의미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것은 가격이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높아진 가격이 이전보다 천천히 오른다는 의미다. 가계 입장에서는 2%대 상승률 복귀만으로 생활비 부담이 줄었다고 느끼기 어렵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 폭염에 잎채소 급등…집세도 하반기 복병

 

농산물 가격도 전체 평균과 개별 품목의 움직임이 엇갈렸다. 채소류는 전년 동월보다 4.2% 하락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시금치가 42.8%, 열무가 27.6%, 상추가 17.3%, 오이가 9.8% 각각 상승했다. 생육기간이 짧고 고온에 취약한 잎채소를 중심으로 폭염의 영향이 이미 나타난 것이다.

 

반면 감자는 전월보다 16.6%, 파프리카는 19.5%, 참외는 17.0%, 수박은 10.1% 하락했다. 품목별 등락이 서로 상쇄되면서 채소류 전체 지수는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일부 품목에서는 가격 부담이 커졌다. 쌀도 전년 동월보다 7.9%, 국산 쇠고기는 5.7%, 수입 쇠고기는 8.7%, 달걀은 7.5% 올랐다.

 

국가데이터처는 7~8월 무더위가 잎채소 등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할인 지원이 가격 상승을 일부 억제할 수 있지만 폭염이 장기화하거나 집중호우로 출하량이 줄어들 경우 8월 농산물 가격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집세 상승도 하반기 물가의 또 다른 변수다. 7월 집세는 전년 동월보다 1.1% 올라 6월의 1.0%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전세는 1.1%, 월세는 1.2% 각각 상승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서울과 경기, 울산, 세종을 중심으로 집세가 오르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7월 물가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에 힘입어 일단 3%대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근원물가와 개인서비스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고 집세까지 오르고 있다는 점은 물가 압력이 에너지와 농산물에서 서비스와 주거비로 옮겨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물가 흐름은 국제유가와 폭염뿐 아니라 외식·여행·관리비 등 서비스 가격, 전월세 시장의 움직임에 좌우될 전망이다. 일시적인 할인과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전체 지표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체감물가를 안정시키기 어렵다. 7월의 2%대 복귀를 물가 안정의 신호로 판단하려면 근원물가와 개인서비스, 집세 상승세가 함께 둔화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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