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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순항한다지만…유가 하락에도 시장이 안심 못하는 이유

▷트럼프 “핵협상 실패 땐 이란 기반시설 공격”…호르무즈 갈등은 여전
▷브렌트유 4.8% 하락에 증시 반등…AI 수익성·소비심리 둔화는 부담

입력 : 2026-07-29 13:40
협상은 순항한다지만…유가 하락에도 시장이 안심 못하는 이유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에도 국제금융시장의 안도감은 제한적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 중단이 이어지면서 유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결렬 시 이란 주요 기반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에 미국 소비심리 둔화와 AI 투자 수익성 논란까지 겹치며 시장은 ‘유가 안정’과 ‘위험 재확산’ 사이에서 방향을 탐색하는 모습이다.

 

29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국제금융속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협상이 실패할 경우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교량과 발전소 등 주요 기반시설이 제거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이란 지하 핵시설이 위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곡괭이산’도 제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공습 중단에 유가는 하락…호르무즈 갈등은 계속

 

이날 시장에서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원유시장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 중단이 3일째 이어지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84.09달러로 전일 대비 4.83% 하락했다. WTI도 79.26달러로 4.1% 떨어졌다. 최근 중동 리스크가 유가를 끌어올렸던 만큼, 군사 충돌이 일시적으로 멈췄다는 신호가 에너지 가격을 눌렀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오만은 이란에 자발적 통행료 징수를 포함한 호르무즈 해협 공동관리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일부 소식통은 오만이 역내 다수 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이란이 호르무즈에서 단독 통제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이란은 오만의 제안을 거부했다.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오히려 호르무즈 통항 재개를 위한 잠정 방안을 오만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만이 이 제안을 거부할 경우 호르무즈 폐쇄가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은 28일에도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선박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유가는 내렸지만, 해상 운송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닌 셈이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주가는 반등했지만 소비심리는 약해졌다

 

금융시장은 유가 하락을 우선 반영했다. 미국 S&P500지수는 전일 대비 0.21% 상승했고, 유럽 Stoxx600지수도 기업 실적 호조 영향으로 0.35% 올랐다. 위험지표인 VIX는 2.46% 하락해 단기 불안 심리가 일부 완화됐다. VIX는 S&P500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향후 30일간 시장이 예상하는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흔히 ‘공포지수’로 불린다.

 

채권시장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가 반영됐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61%로 4bp 하락했고, 독일 10년물 금리도 3bp 떨어졌다. 유가가 내려가면 에너지발 물가 압력이 낮아지고, 이는 금리 상승 부담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달러화도 약세를 보였다. 달러지수는 0.15% 하락했다. 미국 7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가 90.8로 전월 92.2보다 떨어지며 3개월 연속 하락한 점이 영향을 줬다. 노동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장기화된 중동전쟁 여파가 소비심리를 누른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 원·달러 환율은 1453.2원으로 서울 종가보다 9.2원 낮았고, 1개월물 NDF는 1452.2원으로 집계됐다. NDF는 역외시장에서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차액만 정산하는 선물환 거래로, 다음 거래일 환율 흐름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AI 매출 늘어도 투자자 불안은 여전

 

중동 리스크와 별개로 미국 증시의 또 다른 변수는 AI다. JPMorgan은 견조한 기업 실적과 달러화 약세를 근거로 S&P500지수의 추가 상승 여지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Fitch는 AI발 주가 조정이 글로벌 신용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AI 기업의 수익 전망을 넘어서는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BIS도 AI 관련 대규모 투자가 단기적으로 물가를 자극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물가 안정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어 중앙은행의 금리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성장 동력인지, 비용 부담인지에 대한 평가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의미다.

 

The Economist 역시 미국 주요 기업의 AI 부문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투자자 우려를 진정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빅테크가 AI 투자 비용을 감당하려면 막대한 매출 증가가 필요한데, 현재 AI 관련 매출 규모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시장은 AI 투자 확대 자체보다 그 투자가 언제 수익으로 돌아오는지를 따지고 있다.

 

이번 시장 흐름은 ‘조건부 안도’에 가깝다. 유가 하락은 주가와 금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미·이란 협상 결렬 가능성과 호르무즈 폐쇄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소비심리 둔화는 미국 경기의 체력을 의심하게 만들고, AI 수익성 논란은 기술주 상승의 지속성을 시험하고 있다. 유가가 내려간 하루의 반등만으로 시장 위험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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