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부도위험만 좇아선 한계…“미래가치 반영해야”
▷“현행 이자율 체계, 시스템 위험·자기실현적 부실 반영 미흡”
▷생산적 금융·포용금융 확대 위해 금리 산정 방식 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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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은행 대출금리가 차주의 부도위험만 반영하는 방식에 머물 경우 금융 안정성과 포용금융을 모두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리가 차주의 미래가치와 생산적 활동을 함께 평가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도위험 중심 금리 체계의 한계
6일 금융연구원은 발간한 금융브리프 ‘이자율의 가격기능과 인센티브 효과: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율 이론이 크게 실패위험의 가격과 미래가치의 가격으로 나뉜다.
실패위험의 가격은 차주가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을 금리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부도확률이 높을수록 금리는 올라간다. 현재 은행 대출금리 산정 체계는 대체로 이 방식에 기반한다. 차주의 신용등급, 담보, 상환능력, 손실 가능성을 평가해 위험이 클수록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반면 미래가치의 가격은 차주의 성장 가능성과 생산적 활동을 금리에 반영하는 개념이다. 대출이 혁신, 고용, 투자, 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이를 금리 산정에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차주의 현재 위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금이 만들어낼 미래 성과까지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다.
현재 금융시스템은 주로 실패위험의 가격에 무게를 둔다. 은행은 차주의 부도확률과 손실 가능성을 평가해 대출금리를 정한다. 이 방식은1866년 런던 금융위기를 계기로 확립된 배그홋 원칙에 뿌리를 둔다.
배그홋 원칙은 위기 때 은행이 담보를 받고 벌칙금리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사고에 기반한다. 이후 부도위험을 가격화하는 방식은 신용등급 제도와 바젤 규제 체계로 이어졌다.
◇부도위험 중심 금리 체계의 한계
문제는 이 방식이 현실의 금융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행 체계가 추자 간 연결성에서 발생하는 시스템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형 금융기관이나 고신용 기업은 낮은 금리를 적용받지만, 실제 위기 때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반대로 저신용자와 소기업은 높은 금리를 부담한다. 높은 금리는 다시 부도확률을 높인다. 실제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76%로 장기평균 1.41%를 웃돌았다. 비은행 대출 연체율은 3.61%로 은행 대출 연체율 0.53%를 크게 상회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인연구위원은 "이는 자기실현적 인센티브 문제"라면서 "금리가 위험을 반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내생성도 쟁점이다. 금리 내생성이란 금리가 차주의 위험을 단순히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주의 위험 수준 자체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차주의 부도확률은 금리 수준과 무관한 외부 변수가 아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 부담은 실제 연체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결과 저신용자의 위험이 과대평가되고 신용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
◇시스템 위험과 미래가치 함께 봐야
전문가들은 금리 산정 체계가 차주의 부도확률을 넘어 시스템 위험과 미래가치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별 차주의 상환 가능성만으로 금리를 정하면 금융기관 간 연결성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생산적 투자가 만들어낼 성과를 놓칠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 현행 금리체계는 시스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금융위기 때 위험은 개별 차주의 부실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기관 간 자금 거래와 단기시장 연결망을 타고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게 금융업계 견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행 금리 산정 체계는 개별 차주의 부도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금융기관 간 거래 구조나 시장 연결성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특정 차주의 부실이 단기자금시장과 은행권 유동성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는 만큼 시스템 위험을 함께 고려하는 정교한 금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과제는 분명하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차주의 부도확률을 추정할 때 금리가 부도위험에 미치는 내생성을 검증해야 한다. 차주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도 금리 산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생산적 투자와 포용금융 성과를 금리체계에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금리는 돈의 가격을 넘어 금융의 방향을 정한다. 부실을 막는 기능만 강조하면 금융은 위험 회피에 머물 수 있다.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금리체계가 자리 잡아야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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