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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했더니 반품비가 16만원”…온라인 가구 구매의 함정

▷최근 5년 피해구제 1,052건…배송 지연·반품비·파손 분쟁 반복
▷배송 절차·반품비 표시 미흡에 ‘환불 불가’ 약관까지 확인

입력 : 2026-06-16 13:11
“취소했더니 반품비가 16만원”…온라인 가구 구매의 함정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한 이미지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소비자 A씨는 올해 1월 1일 온라인몰에서 소파를 주문하고 27만8천원을 결제했다. 마음이 바뀐 A씨는 결제 당일 사업자에게 청약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업자는 다음 날 소파를 발송했다. A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돌아온 답은 반품비 16만원이었다. 제품 가격의 절반을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해외배송 테이블을 252만7,700원에 구매했다. 배송 시점을 문의하자 제작 완료 후 수령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후 배송은 계속 늦어졌고, 소비자가 환급을 요구하자 사업자는 위약금 30%를 공제한 뒤 환급하겠다고 안내했다. ‘저렴한 가격’과 ‘비교의 편의성’을 보고 온라인에서 가구를 샀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자 배송 지연과 반품비, 위약금이 소비자에게 돌아온 것이다.

 

온라인 가구 구매가 일상화되면서 분쟁도 함께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16일 공개한 ‘온라인 구매 가구 소비자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온라인 구매 가구 배송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052건이었다. 2021년 221건, 2022년 199건, 2023년 186건으로 감소하던 접수 건수는 2024년 207건, 2025년 239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지난해만 보면 전년보다 15.5% 늘었다.

 

온라인 가구 시장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국가데이터처 기준 가구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22년 5조1,976억원에서 2023년 5조3,364억원, 2024년 5조6,670억원, 2025년 5조7,200억원으로 증가했다. 소비자는 더 많은 가구를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있지만, 거래 과정의 정보 제공과 사후 책임 구조는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가장 많은 피해는 ‘배송 지연·미배송’…반품비·파손도 반복

 

지난해 접수된 온라인 구매 가구 피해구제 239건을 유형별로 보면 ‘배송 지연 및 미배송’이 63건으로 26.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과다한 위약금 및 반품비 청구’가 53건으로 22.2%, ‘배송 중 파손’이 48건으로 20.1%였다. 주문한 제품과 다른 가구가 배송된 사례는 26건, 사전 고지 없이 배송비를 청구한 사례는 24건이었다.

 

수치만 보면 배송 지연, 반품비, 파손이 각각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구조로 연결된다. 가구는 일반 택배 상품과 다르다. 부피가 크고 무겁다. 배송에는 전문 기사, 일정 조율, 사다리차, 엘리베이터·복도·현관문 크기 확인, 설치 여부 등이 따라붙는다.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지 못하는 온라인 거래 특성상 배송 전에는 품질과 실제 색상, 크기, 설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가구 거래에서는 판매자가 사전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보를 제공했는지가 중요하다. 배송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배송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추가 배송비는 어떤 경우 발생하는지, 단순 변심이나 설치 불가 시 반품비는 얼마인지가 구매 전 명확히 표시돼야 소비자가 비용과 위험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는 이 기본 절차가 충분히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 배송 방법은 표시했지만, 절차는 불명확…반품비도 ‘금액’ 빠져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5년간 피해구제 신청 건수 상위 가구 판매 업체 6개사의 자사몰을 대상으로 배송·반품 관련 표시광고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침대, 소파, 테이블, 책상, 의자 등 29개 제품이었다.

 

조사 결과 6개사 모두 판매 페이지에 배송 방법은 표시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실제 배송 절차를 알기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한 곳은 1개사에 그쳤다. 나머지 5개사는 관련 정보를 표시하지 않거나 불명확하게 표시했다. 일부는 전산에 노출된 배송 상태가 실제 배송 일정과 무관하다고 안내하는 식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문 후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일정 변경이나 지연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다.

 

반품비 표시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자상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제품 가격 외에 교환·반품 비용 등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사항이 있으면 그 내용과 금액을 고지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 대상 6개사 가운데 반품비 금액까지 명확히 표시한 곳은 2개사뿐이었다. 나머지 4개사는 단순 변심이나 설치 불가 등으로 반품할 경우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만 표시했을 뿐 구체적인 금액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안내 부족으로 보기 어렵다.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상품 가격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반품비가 제품 가격에 비해 과도하거나, 설치 불가 상황에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구매 후에야 드러난다면 애초의 가격 비교는 의미가 약해진다. 표시된 판매가격은 낮아 보이지만, 실제 거래 위험은 소비자가 뒤늦게 떠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 ‘인수증 서명하면 책임 없다’…하자 확인 어려운 가구 특성과 충돌

 

더 큰 문제는 일부 업체가 사업자 책임을 넓게 면제하고 소비자의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약관을 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6개사 중 3개사에서 사업자의 책임을 폭넓게 면제하거나 소비자의 권리 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약관이 확인됐다.

 

특히 2개사는 인수증 서명 후 확인된 가구 하자에 대해 사업자 책임을 면제하거나, 배송비 부과에 관한 어떠한 이의제기도 유효하지 않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가구는 배송 현장에서 모든 하자를 즉시 발견하기 어렵다. 조명, 공간, 포장 해체 상태에 따라 흠집이나 단차, 도장 불량, 문짝 휨, 서랍 작동 이상 등이 뒤늦게 확인될 수 있다. 특히 침대나 소파처럼 사용 과정에서 하자가 드러나는 제품은 더 그렇다.

 

그럼에도 인수증 서명을 기준으로 사업자 책임을 일괄 면제한다면 소비자는 사실상 배송 현장에서 모든 하자를 즉시 찾아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이는 소비자에게 과도한 확인 의무를 떠넘기는 방식이다. 배송기사가 기다리는 상황, 제품 설치가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 큰 가구가 포장재와 함께 놓여 있는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가 모든 하자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 청약철회권은 법에 있는데, 거래 화면에는 ‘환불 불가’

 

청약철회 제한도 주요 쟁점이다.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는 원칙적으로 재화를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통신판매업자는 청약철회를 이유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표시·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 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소비자가 재화를 공급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 대상 업체 중 일부는 주문 단계에서 ‘환불 불가’ 조항에 동의해야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거나, 7일 안에 반품 가구가 업체에 도착한 경우에만 청약철회를 허용했다. 또 상품가의 30%를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소비자에게 주어진 법정 권리가 판매 페이지의 약관이나 결제 과정에서 사실상 축소되는 셈이다.

 

물론 가구 거래에는 예외가 있다. 주문제작형 가구처럼 소비자 주문에 따라 개별 생산되는 제품은 청약철회가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사업자가 사전에 해당 사실을 별도로 고지하고 소비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모든 가구 거래를 일괄적으로 ‘환불 불가’처럼 처리하거나, 단순히 대형 상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은 소비자 권리 제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 온라인 가구 분쟁,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위험의 배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의 본질은 온라인 가구가 싸냐 비싸냐가 아니다. 누가 거래 위험을 부담하느냐다. 온라인 가구 시장은 가격 비교가 쉽고 선택지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배송 지연, 설치 불가, 추가 운임, 하자 확인, 반품비, 위약금 같은 위험이 구매 이후에야 드러난다면 소비자는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계약을 체결한 셈이 된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가구 배송은 비용 부담이 큰 영역이다. 물류비, 설치 인력, 반품 회수 비용, 재판매 가능성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비용을 투명하게 사전에 알리고 소비자가 선택하게 했느냐다.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추상적 안내만 있고 실제 금액이 빠져 있다면, 소비자는 결제 전 합리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

 

특히 온라인몰 판매 페이지에서 ‘무료배송’이나 낮은 가격이 강조되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소비자는 표시된 가격을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하지만, 실제로는 지역, 건물 구조, 사다리차 사용 여부, 설치 가능성, 반품 조건에 따라 부담금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정보가 구매 단계에서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면 분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 소비자 주의만으로는 한계…플랫폼·자사몰 표시 기준 정비 필요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온라인 가구 판매 업체에 배송 절차와 반품비 정보제공 강화, 사업자의 부당한 면책 조항 개선, 청약철회 제한 규정 삭제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소비자에게는 가구 구매 전 배송 가능 여부와 배송비, 반품 요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설치 과정 또는 수령 후 하자 여부를 확인해 이상이 있으면 즉시 업체에 통보하라고 당부했다.

 

소비자도 구매 전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다. 배송 기간, 설치비, 추가 배송비, 반품비를 살펴야 하고, 엘리베이터나 복도, 현관문, 배치 공간의 크기도 확인해야 한다. 배송 일자는 문자나 알림톡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배송 전에는 이동 경로의 벽면과 바닥 상태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하고, 배송 직후에는 스크래치, 찍힘, 도장 불량, 단차, 서랍문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한다.

 

다만 소비자 주의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판매 페이지에서 핵심 정보가 빠져 있거나, 약관 자체가 소비자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이라면 소비자가 아무리 꼼꼼히 확인해도 분쟁을 피하기 어렵다. 온라인 가구 거래가 계속 커지는 만큼 배송 절차, 반품비, 설치비, 청약철회 제한 사유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결국 온라인 가구 시장의 신뢰는 가격 경쟁이 아니라 사전 정보의 투명성에서 나온다. 싸게 파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얼마를 부담할 수 있는지, 문제가 생기면 어떤 절차로 해결되는지, 법으로 보장된 권리가 거래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 가구 구매가 단순한 소비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대형 상품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 권리와 사업자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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