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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융권력, 핀플루언서의 두 얼굴] ⑤인증인가 공존인가

▷ 영향력에 비례한 책임, 가능한가
▷ 한국형 핀플루언서 제도 설계의 조건

입력 : 2026.02.26 13:12 수정 : 2026.02.26 13:48
[신금융권력, 핀플루언서의 두 얼굴] ⑤인증인가 공존인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이나 기업 실적 등 무거운 주제를 밈과 풍자영상으로 재가공해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는 美 핀플루언서 릿퀴디티(Litquidity)(이미지=릿퀴디티의 인스타그램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최근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핀플루언서(Finfluencer)’가 금융시장 내 새로운 영향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식·가상자산·부동산·절세 정보까지 아우르는 이들의 콘텐츠는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소비를 기록하며 전통 금융권의 정보 전달 구조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본 기획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소셜미디어 금융 권력 ‘핀플루언서’의 명과 암’을 토대로, 핀플루언서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 구조적 의미와 제도적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단순 트렌드 분석이 아닌 ‘금융 권력의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이 현상을 재해석한다. [편집자주]

 

◇ 배제의 대상이 아닌, 관리의 대상

 

핀플루언서를 일괄적으로 규제하거나 배제하는 접근은 현실성이 없다. 이들은 이미 금융 생태계의 한 축이다.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은 전통 경제 방송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에게는 사실상 1차 금융 정보 창구다.

 

문제는 ‘존재’가 아니라 ‘관리’다. 보고서는 핀플루언서를 위협 요인이 아닌 기회 요인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건전한 콘텐츠 창작자를 발굴하고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를 높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금융기관은 핀플루언서와 협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문가형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전문성과 핀플루언서의 전달력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 홍보를 넘어, 금융 문해력 제고와 고객 접점 확대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협업은 어디까지나 ‘선별된 일부’에 해당한다. 전체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없다면, 건전 사례와 위험 사례는 계속 뒤섞인다. 핵심은 선택이 아니라 설계다.

 

 

우리금융의 핀플루언서 육성 프로그램과 KB부동산과 삼프로TV의 협업 프로그램(자료=우리금융그룹/KB부동산)

 

◇ 인증제, 등록제, 공시 강화… 무엇이 현실적인가

 

보고서는 몇 가지 제도적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인증제 도입이다. 일정 수준의 금융 지식과 윤리 기준을 갖춘 사람에게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투자 관련 콘텐츠 제작 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프랑스는 이미 자격시험 기반 인증제를 운영 중이다.

 

둘째, 일정 규모 이상의 유료 회원을 보유하거나 지속적으로 투자 조언을 제공하는 경우 등록 또는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이는 영향력의 규모에 비례해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셋째, 이해상충 공시 의무 강화다. 보유 종목 추천 시 명확한 고지, 협찬·광고 여부 표시, 경제적 대가 수수 공개 등을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인증제는 자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강제력이 약하다. 등록제는 강제력이 있지만 과도한 규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공시 강화는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실효성은 감독 의지에 달려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영향력에 비례한 책임’이라는 원칙을 제도에 녹여내는 일이다.

 

◇ 금융회사와 플랫폼의 역할

 

해법은 정부 규제에만 있지 않다. 금융회사와 플랫폼 역시 구조의 일부다.

금융회사는 핀플루언서를 단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 윤리 기준을 공유하는 파트너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단기 조회 수보다 장기 신뢰를 우선하는 협업 모델이 필요하다.

 

플랫폼은 더 이상 단순 중립 공간이 아니다. 추천 알고리즘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이상, 최소한 금융 콘텐츠에 대해서는 별도의 신뢰 표시 체계나 공시 기능을 도입할 수 있다. 정부·언론 채널에 배지를 부여하듯, 일정 기준을 통과한 금융 채널에 인증 표시를 부여하는 방식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금융 당국과 교육 기관이 맞춤형 투자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보의 최종 소비자는 개인 투자자다. 규제와 함께 금융 문해력 제고가 병행되지 않으면 제도는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핀플루언서 조언을 따른 투자자의 사기 피해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12배 높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이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구조적 위험 신호다.

 

◇ 한국형 모델은 가능한가

 

한국은 디지털 플랫폼 이용률이 높고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크다. 동시에 금융 감독 체계는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이 두 요소가 결합하면 한국형 모델을 설계할 여지는 충분하다.

 

핵심은 균형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시장 왜곡을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적 규율. 영향력 있는 개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이해상충을 통제할 수 있는 투명성 체계. 이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두 가지 극단이 나타날 수 있다.

 

과도한 규제로 시장이 위축되거나, 무규제로 피해가 반복되거나. 제도는 선택의 문제다. 방치는 선택이 아니다.

 

핀플루언서 현상은 금융 민주화의 결과이자, 디지털 시대 권력 이동의 상징이다. 그러나 민주화는 규율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불법 사례 단속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합법의 경계 안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위험’이다. 확신형 메시지와 알고리즘 증폭, 이해상충 비공개가 결합된 구조는 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규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책임을 설계할 것인가”로.

영향력은 이미 공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공시, 이해상충 통제, 일정 수준의 자격 기준은 공적 영역에 포함돼야 한다. 이는 창작자를 억압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시장 신뢰를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다. 

 

금융은 결국 신뢰의 산업이다. 신뢰가 흔들리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개인 투자자다. 핀플루언서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제도가 이를 외면한다면, 책임의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기획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금융 권력의 이동을 우리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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