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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융권력, 핀플루언서의 두 얼굴] ①“금융은 이제 유튜브에서 배운다”

▷ 동학개미 이후, 금융 정보의 세대교체
▷ 전문가보다 ‘친근한 사람’을 신뢰하는 시대

입력 : 2026.02.20 11:21 수정 : 2026.02.20 11:27
[신금융권력, 핀플루언서의 두 얼굴] ①“금융은 이제 유튜브에서 배운다” 2020년 신규 주식 계좌 연령대별 비중(표=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최근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핀플루언서(Finfluencer)’가 금융시장 내 새로운 영향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식·가상자산·부동산·절세 정보까지 아우르는 이들의 콘텐츠는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소비를 기록하며 전통 금융권의 정보 전달 구조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본 기획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26년 2월 발간한 보고서 ‘소셜미디어 금융 권력 ‘핀플루언서’의 명과 암’을 토대로, 핀플루언서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 구조적 의미와 제도적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단순 트렌드 분석이 아닌 ‘금융 권력의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이 현상을 재해석한다. [편집자주]

 

◇ 동학개미 이후, 금융 정보의 세대교체

 

2020년 3월, 코로나19 충격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대거 매수에 나섰다.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이다. 단순한 반등 베팅이 아니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금융시장에 새로운 세대가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신규 주식 계좌의 절반 이상이 20~30대였다. 이는 단순한 투자 붐이 아니라 세대 교체였다. 금융 정보의 소비 방식 역시 동시에 바뀌기 시작했다.

 

이전 세대는 은행 PB나 증권사 리포트, 경제신문을 통해 투자 정보를 얻었다. 그러나 MZ세대는 다르다. 이들은 금융 정보를 ‘검색’하지 않는다. ‘구독’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개인의 관심사를 분석해 투자 콘텐츠를 추천하고, 인스타그램 카드뉴스는 한 장짜리 인포그래픽으로 시장 흐름을 요약한다. 틱톡 숏폼은 1분 내외 영상으로 고위험 상품의 리스크를 설명한다.

 

금융 정보의 접근 장벽은 급격히 낮아졌다. 그러나 동시에 정보의 필터링 구조도 사라졌다. 과거에는 리포트 발간 전 내부 검토와 법적 책임 구조가 존재했다. 지금은 업로드 버튼 하나면 수십만 명에게 즉시 전달된다. 정보의 민주화와 정보의 무방비는 종이 한 장 차이다.

 

◇ “전문가보다 친근한 사람”이 더 신뢰받는 시대

 

보고서는 핀플루언서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금융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으로 정의한다. 이들은 전통적 금융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영향력은 때로 전문가를 능가한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 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62%가 핀플루언서를 팔로우하고 있으며, 그중 74%는 이들의 조언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미국에서도 Z세대의 37%가 투자 결정 정보를 핀플루언서에 의존한다고 답했다.

 

국내 역시 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금융 채널이 다수 등장했다. 이들은 경제 뉴스 해설, 기업 분석, 부동산 전망, 가상자산 트렌드를 일상 언어로 풀어낸다. 밈과 유머, 패러디를 활용해 복잡한 경제 이슈를 소비하기 쉬운 콘텐츠로 재가공한다.

 

MZ세대가 이들을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탈권위적 소통이다. 어려운 용어 대신 생활 언어로 설명한다.

둘째, 즉각성이다. 시장이 흔들릴 때 실시간 라이브로 대응한다.

셋째, 공감이다. 투자 실패 경험을 공개하며 ‘같은 편’이라는 정서를 형성한다.

 

전통 금융권은 객관성과 신뢰를 강조하지만, 젊은 세대는 친밀성과 스토리텔링을 신뢰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 지점에서 권력이 이동한다. 신뢰의 기준이 ‘전문 자격’에서 ‘구독자 수’로 옮겨가는 순간, 금융 질서의 중심축도 함께 흔들린다.

 

 

연령대별 개인 투자자 비중 추이 (표=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 정보 채널의 변화인가, 권력 구조의 재편인가

 

핀플루언서 현상을 단순한 트렌드로 치부하기에는 파급력이 크다. 보고서는 이를 “전통 매체를 뛰어넘는 수준의 영향력”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일부 금융 유튜버의 조회 수는 주요 경제 방송을 압도한다. 문제는 영향력의 크기만큼 책임의 무게가 따라가고 있는지다.

 

핀플루언서는 금융투자업자처럼 등록 의무나 윤리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상당수는 ‘정보 제공’이라는 명목 아래 투자 조언과 경계가 모호한 콘텐츠를 생산한다. 그럼에도 팔로워는 이를 객관적 조언으로 받아들인다.

 

금융 시장에서 정보는 곧 가격을 움직인다. 특정 종목이 영상에 언급되는 순간 검색량과 매수세가 동시에 증가한다. 이는 단순 발언이 아니라 시장 신호가 된다. 그러나 제도는 아직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금융 정보의 민주화는 분명 긍정적이다. 누구나 시장에 접근하고, 누구나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민주화는 책임의 공백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의 구조는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되는데 책임 체계는 느리게 움직이는 비대칭 상태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위험은 축적된다.

 

세대 교체는 이미 끝났다. 금융 정보의 주도권은 소셜미디어로 이동했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구독자 수가 곧 전문성인가. 조회 수가 곧 책임인가.

 

지금 우리는 새로운 금융 권력을 목격하고 있다. 문제는 그 권력이 제도권 밖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핀플루언서를 적으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찬사 역시 경계해야 한다. 영향력에는 책임이 따르고, 시장에 미치는 힘에는 검증이 동반돼야 한다.

 

금융은 신뢰 산업이다. 신뢰의 기준이 흔들리는 순간, 시장은 언제든 왜곡될 수 있다. 2편에서는 이 막대한 구독자 기반이 실제 시장에서 어떤 힘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핀플루언서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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