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전장연, 생존권을 도구로 삼지 말아야"
▷서울 종로구 탈시설 조례 논의 겨냥해 전장연 강하게 비판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가 지난해 6월 서울 시청 주변에서 서울시 탈시설 조례 폐지를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서울 종로구의 탈시설 조례 추진 움직임을 둘러싸고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모들은 탈시설 정책이 최중증 장애인과 가족의 현실을 외면한 채 돌봄 부담을 가정에 떠넘긴다고 주장하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향해 “생존권을 도구로 삼지 말라”고 비판했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종로구의 탈시설 조례 논의와 관련해 “누구를 위한 탈시설인가”라고 반문하며, 중증 장애인에게 시설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안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24시간 전문 돌봄 없이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최중증 장애인을 아무런 대책 없이 지역사회로 내모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탈시설이 현실적으로 가족의 돌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성명에는 성인 중증 장애 자녀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상조차 보호자에게 큰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된다는 경험담도 담겼다. 부모들은 자립생활이 가족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그것은 인권이 아니라 또 다른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거주시설에 대한 전장연의 문제 제기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부모회는 “시설을 일률적으로 폭력과 구금의 공간으로 규정하는 것은 현장의 삶을 모욕하는 일”이라며 “시설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보호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장애인을 지켜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거주 기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설 폐쇄나 입소 제한보다 시설 환경 개선과 돌봄 전문성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거 서울시 탈시설 조례가 폐기된 점도 거론했다. 부모회는 “서울시의회가 다수 시민과 부모들의 서명을 바탕으로 관련 조례를 폐기한 바 있는데도 종로구에서 다시 비슷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시설 거주 장애인의 거주권 보장을 위한 원칙으로 영구성, 전문성, 포용성을 제시하며, 이 조건이 담보되지 않는 어떤 조례도 반대하겠다고 했다.
전장연을 향해서는 탈시설 일변도의 접근을 멈추고 장애 정도와 특성에 맞는 다양한 주거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시설 현대화와 서비스 질 개선을 통해 거주 장애인이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모회는 오는 4월 20일 전국 시설 거주인 권리 선포 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로구의 탈시설 조례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장애인 거주권과 지역사회 돌봄 체계, 가족 부담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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