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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자들④] 40대 부자와 60대 부자의 가장 큰 고민은 다르다

▷ 불리는 단계에서 지키는 단계로
▷ 자산이 커질수록 고민은 ‘투자’에서 ‘관리’로 이동한다

입력 : 2025.12.23 10:42 수정 : 2025.12.23 11:07
[한국의 부자들④] 40대 부자와 60대 부자의 가장 큰 고민은 다르다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부자가 되면 고민이 사라질까.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은 정반대다. 자산이 늘어날수록 고민은 줄어들기보다 형태를 바꾼다. 특히 연령대에 따라 부자의 고민은 극명하게 갈린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는 40대 부자와 60대 부자가 무엇을 가장 불안해하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의 자산관리 관심사는 연령과 자산 규모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자산을 ‘어떻게 더 늘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와,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가 명확히 구분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부의 축적 구조가 단계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40대 부자의 고민: 돈보다 ‘정보’가 부족하다

 

40대 이하 부자들이 꼽은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의외로 ‘국내 금융 투자 관련 정보와 지식 부족’이었다. 자산 규모만 놓고 보면 이미 상위 계층에 속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자산 운용 과정에서 정보 격차를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부자들의 최근 자산관리 애로사항 Top7(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5 한국 부자 보고서)

 

이는 40대 부자의 위치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이미 일정 수준의 자산을 축적했지만, 여전히 성장 구간에 머물러 있다. 투자 기회는 많아졌지만, 동시에 선택의 복잡성도 커졌다. 주식, 대체투자, 해외 자산, 디지털 자산까지 투자 대상은 넓어졌고, 그만큼 판단에 필요한 정보량도 폭증했다.

 

40대 부자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시장 변동성 그 자체가 아니라,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의사결정이다. 그래서 이들은 금융 지식 습득과 정보 수집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자산관리 상담과 포트폴리오 점검에 적극적이다.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가 핵심 고민으로 떠오른 것이다.

 

◇ 50대·60대 부자: 고민의 중심은 ‘세금과 규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부자의 고민은 급격히 이동한다. 50대와 60대 부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주요 애로사항은 세금과 법률·규제 이슈다. 특히 총자산 100억원 이상 고자산가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 수익률보다 ‘순자산 유지’가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동일한 수익률이라도 세금과 규제에 따라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크게 달라진다. 상속·증여, 법인 구조, 자산 이전 방식에 따라 수십억 원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60대 이상 부자에게 자산 관리는 더 이상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불확실성을 줄이고, 자산을 안전하게 이전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다. 이 단계에서 부자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세무 상담, 법률 자문, 상속 설계로 이동한다.

 

◇ 초고령사회, 부자의 고민은 ‘다음 세대’로 향한다

 

2025년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변화는 부자의 자산관리 관심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노후 상담’에 대한 관심은 전년 대비 뚜렷하게 증가했으며, 특히 자산 규모가 큰 부자일수록 이 항목의 순위가 높게 나타났다.

 

부자들의 최근 자산관리 관심사 Top7(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5 한국 부자 보고서)

 

이는 단순한 노후 대비 차원을 넘어선다. 자산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상속과 증여는 더 이상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재무 구조와 직결된 사안이 됐다. 이 과정에서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산을 분산시키는 전략이 중요해진다.

 

이처럼 연령대별 부자의 고민 변화는 자산 축적의 단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40대는 성장, 50대는 조정, 60대는 보호와 이전의 단계다. 부자의 고민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자산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선택과 책임이 뒤따른다.

 

부자의 고민을 들여다보면, 부는 결코 ‘끝난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자산이 커질수록 관리의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투자에서 관리로, 수익에서 안정으로, 현재에서 미래로 고민의 축은 이동한다.

 

이는 한국 사회 전체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자산을 축적한 이후의 단계를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부자의 고민은 소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나 마주하게 될 미래의 축소판일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부자들이 직접 밝힌 자산관리 철학과 ‘부의 조건’을 통해, 이 연재의 마지막 질문에 다가가 본다.

 

[한국의 부자들] 연재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 사회에서 ‘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자산 구조와 투자 행태, 그리고 부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짚어본다. 단순한 자산 규모 비교를 넘어, 부자들이 어디에 돈을 두고 무엇을 경계하며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데이터로 해석한다. 이를 통해 자산 격차의 구조와 한국 사회 부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김영진 사진
김영진 기자  jean@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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