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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법의 벽을 넘어 예술로…‘리포’가 새긴 문신의 새로운 시대

▷김경림 타투이스트 인터뷰
▷”제도화는 시작일 뿐…문신사에 대한 법적 보호와 현실적 안정이 필요”

입력 : 2025.10.27 14:00 수정 : 2025.10.27 15:35
[인터뷰] 법의 벽을 넘어 예술로…‘리포’가 새긴 문신의 새로운 시대 문신 작업을 준비 중인 김경림 타투이스트(사진=김경림 타투이스트 제공)
 

[위즈경제] 이정원 기자 =지난 15일,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최한 첫 문신 경연대회가 개최됐다.

 

'PTS 문화예술대전'으로 명명된 이번 행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소상공인연합회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하며, 사단법인 대한문신사중앙회가 운영을 맡았다. 

 

국내 문신·반영구·두피문신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작품 세계를 선보였으며, 110여 개의 관련 업체가 부스로 참여해 최신 문신 산업 트렌드와 창업 정보를 공유하는 현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현장에는 타투에 관심 있는 일반인부터 예비 문신사까지 다양한 방문객들이 몰렸고, 미국·일본·베트남 등 해외 문신 단체와 유명 타투아트스트들도 참석해 국내외의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흐름은 문신 산업이 더 이상 음지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였다.

 

그 중심에는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문신 미학을 제시한 작가들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미용문신(PMU)’, ‘서화문신(Tattoo)’, ‘두피문신(SMP)’, ‘아트워크(Artwork)’ 등 다양한 분야가 공식 종목으로 채택돼 전국에서 모인 700여 명의 문신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PTS 문화예술대전 아트워크 부문 대상 수장작(사진=김경림 타투이스트 제공)
 

 

이 가운데 아트워크 부문에서는 '리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 김경림 씨가 대상을 수상하며, 정교한 표현력과 독창적인 스타일을 인정받았다.

 

김 씨는 문신사의 길을 걷게 된 건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작가의 길을 꿈꾸던 와중, 좋아하던 회화 작가의 그림이 타투로 세겨진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익숙했던 예술 작품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그때부터 타투라는 매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대학을 졸업하며 학교 선배의 권유로 같은 스튜디오에 들어가 타투 기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낯선 도구들이 손에 익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작업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 연마보다 어려웠던 건, 자신의 그림을 세상에 알리고 손님을 확보하는 일이었다고 했다.

 

김 씨는 "초기의 어려움은 같은 업계에 있는 누구에게나 비슷하겠지만, 제 작업을 알리는 일이 가장 큰 벽처럼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행스럽게도 타투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던 시기였으며, SNS를 통해 제 작품을 조금씩 알려갈 수 있었다""SNS를 통해 긍정적인 반응이 하나둘 쌓이면서 저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생겼으며, 무엇보다도 주변에서 아낌없이 도와준 분들이 있었기에 어려운 시기를 잘 버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작업에 대한 꾸준한 고민과 시도를 이어갔고, 그 노력은 결국 'PTS 문화예술대전' 아트워크 부문 대상 수상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그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좋은 기회가 닿아 보람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어 기뻤다"면서 "앞으로도 좋은 작업을 위해 정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PTS 문화예술대전이 문신사들의 작업 환경을 비롯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씨는 "이번 'PTS 문화예술대전'이 단순히 공적 행사라는 의미를 넘어서, 전국의 수많은 문신사들이 대중에 좋은 결과물과 행보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였다""이러한 기회가 지속된다면, 문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차 개선될 것이고, 작업 환경 등 실질적인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신사법 통과 이후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씨는 "문신사법이 통과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제도가 구체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주변에서 많은 축하를 받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마음 속 짐을 조금 덜어낸 기분이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의료인에 대한 문신 시술 합법화됐다는 점은 분명 큰 변화지만, 우리 문신사들뿐만 아니라 대중 역시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인식까지 바로 달라지는 건 아니기에, 문신사나 대중 모두가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신사법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문신사에 대한 '법적 보호'와 '직업적 안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는 신고나 협박 등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며, 이로 인해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만큼 힘든 시기를 겪었다""이제는 법이 생긴 만큼, 문신사들도 법적으로 보호받고, 하나의 직업으로서 정당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제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제 작업 방식이나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건 없다""늘 그랬듯이, 앞으로도 좋은 작업을 보여드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신사법은 지난달 25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본격적인 합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는 1992년 대법원이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한 이후, 33년 만에 이뤄진 변화다.

 

이번 법안 통과는 단순히 규제 완화를 넘어, 문신을 하나의 직업이자 예술로 바라보는 사회적 전환의 출발점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정원 사진
이정원 기자  nukcha45@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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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댓글

1

선택권을 줘야합니다 공산당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섣부른 정책 다시 검토해야합니다.

2

탈시설 지원법은 악법이며 폐기 되어야만 합니다. 부모회는 자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 탈시설 보다는 자립을 원하면 자립 지원을 해주고 시설을 원하면 입소 지원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3

탈시설은 자립의 유일한 길이 아닙니다. 중증장애인에게는 선택권과 안전한 돌봄이 먼저 보장돼야 합니다. 정부는 현실에 맞는 복지 다양성을 마련해야 합니다.

4

다양한 삶의 방식 앞에 놓이는 단일 선택은 폭력입니다. 각자의 삶에 맞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탈시설 지원법은 중증장애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악법이다. 다양한 시설과 시설의 처우개선은 뒤로 한체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은 생존권까지 무시한 폐쇄에만 목적을 둔 이권사업으로써 탈시설 지원법은 폐기 시켜야 합니다.

6

탈시설 정책을 시작한 복지 선진국에서의 주요 대상자는 정신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이다. 거주시설은 중증장애인들이 부모사후 인권을 보장받으며 살아갈 제 2의집 장애인들의 마지막 보루다! 마땅리 존치되어야한다. 정부는 장애인들의 권리를 획일적인 자립정책으로 박탈하지말고 거주시설을 더더욱 늘리는 정책을 펼쳐라!

7

자기사업의 이권을 위해 중증발달장애인들을 시설밖으로 내보려는 서미화 의원에게 법을 만들라고 맡기는 이런 국회가 필요한지? 당장사퇴하라 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