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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ST 2026 릴레이 인터뷰②] 범죄는 실시간인데 대응은 기관별…김화랑 더치트 대표 “다층적 예방체계 구축 필요”

▷범죄조직은 계좌·전화번호·계정 저비용 교체…기관별 정보·권한 분절로 대응 지연
▷공공 중심 정보공유에 민간 현장 데이터 활용 제한…보상체계 미흡해 기술 투자도 위축
▷정부 포함 각 주체 역할·책임 명확해야..."TRUST Forum서 구체적 실행방안 마련하는 논의의 장 되길"

입력 : 2026-08-01 09:00
[TRUST 2026 릴레이 인터뷰②] 범죄는 실시간인데 대응은 기관별…김화랑 더치트 대표 “다층적 예방체계 구축 필요” 더치트 김화랑 대표.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범죄조직은 여러 범죄수단을 빠르게 바꿔가며 움직이지만 대응기관은 각자의 정보와 권한 안에서 따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대응은 범죄보다 한발 늦어지고 피해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화랑 더치트 대표는 1일 조직형 사기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에 따르면 범죄조직은 범행에 사용한 계좌나 전화번호, 온라인 계정이 차단되더라도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수단을 확보해 범행을 이어간다. 반면 전화번호는 통신사, 계좌는 금융회사, 게시물과 개인 메시지는 플랫폼, 수사는 경찰이 각각 담당하고 있어 한꺼번에 대응하기 어렵다.

 

범죄조직은 여러 수단을 하나로 연결해 움직이지만, 대응기관은 각자 보유한 정보와 권한 안에서 따로 대응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범죄는 짧은 시간 안에 다수의 피해자를 만들어내지만, 피해 접수부터 사실 확인, 기관 간 정보 공유, 계좌 지급정지와 수사 착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결국 범죄 조직의 빠른 실행 속도를 대응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기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 공공 중심 정보공유 한계…민간 데이터 활용·보상체계 마련해야

 

김 대표는 이 같은 대응 지연의 배경에 공공 중심 대응체계가 있다고 봤다. 범죄조직의 속도를 따라가려면 공공기관의 정보와 권한에 민간의 피해 데이터와 예방 기술을 결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협력 구조가 충분하지 않다. 

 

공공과 민간 사이의 데이터 단절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따라 금융·통신·수사 분야의 보이스피싱 의심정보를 공유·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현재 정보공유 체계는 금융권·통신사·공공기관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민간이 장기간 축적한 피해 데이터와 현장 경험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민간의 데이터와 기술을 공공 대응체계에 지속적으로 연결하려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적절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지만, 공공성을 이유로 무상 제공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피해 정보를 수집·검증하고 예방 기술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없다면 민간기업의 참여와 투자가 위축돼 공공과 민간 사이의 데이터 단절도 해소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공공과 민간이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고, 검증된 기술과 데이터에는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AI로 진화한 맞춤형 사기…통화·송금 단계 이중 차단해야

 

김 대표는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의 발전이 범죄조직의 실행 속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불특정 다수에게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피해자의 연령과 직업, 관심사에 맞춘 사기 시나리오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가짜 신분증과 합성 음성, 맞춤형 피싱 메시지 역시 낮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실제 인물의 말투와 목소리, 대화 방식까지 모방하는 수준으로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용자가 직접 진위를 판단하는 데도 한계가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범죄에 AI가 활용되는 만큼 예방과 탐지에도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범죄예방 AI 에이전트가 통화와 문자메시지의 맥락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신호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통화 에이전트와 대화 맥락 분석 기능은 이미 일부 서비스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다만 AI 탐지만으로 모든 사기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다고 봤다. 사기범죄의 최종 목적이 피해자의 돈을 가로채는 데 있는 만큼, 통화와 메시지 단계에서 위험을 감지하는 것과 함께 실제 송금 과정에서 수취계좌의 위험도를 확인하고 이용자에게 경고하는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수사기관·기업 역할 명확히…“하나의 예방체계로 연결”

 

김 대표는 조직형 사기범죄의 반복을 끊으려면 각 주체의 역할과 책임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봤다. 

 

정부에는 기관 간 정보공유를 위한 법적 기반과 범정부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검증된 민간 기술이 공공·금융 인프라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주문했다. 

 

수사기관에는 제한된 인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민간의 기술과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협력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탐정업을 제도화해 민간의 조사 역량을 증거 수집과 피해자 지원, 수사 협조에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금융회사는 송금 전 수취계좌의 위험도를 확인해 이용자에게 경고하고, 통신사는 신규 개통과 명의변경, 단기간 다회선 개통 등 위험징후를 관련 기관에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플랫폼 기업에는 게시물과 개인 메시지 등 서비스별 사기 예방체계 마련을, 민간 보안기업에는 최신 범죄 수법에 대응하는 기술개발과 적법한 데이터 활용, 탐지 정확도 및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조직형 사기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범죄가 시작되는 소통 단계부터 범죄가 완성되는 송금 단계까지 다층적 예방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면서 "이번 이번 위즈경제의 TRUST Forum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해 신고를 송금 직전 경고로…더치트의 실시간 예방 체계]

 

더치트는 실제 사기 피해 정보를 공유해 추가 피해를 막는 서비스로 2006년 출발했다. 이용자가 신고한 사기 계좌와 전화번호, 온라인 계정 등을 검증한 뒤 금융회사와 통신사, 핀테크·온라인 플랫폼에 위험정보로 제공하는 금융사기 예방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더치트가 내세우는 경쟁력은 피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살아 있는 범죄 데이터’다. 수사를 통해 확정된 정보는 신뢰도가 높지만, 확인하는 동안 범죄조직이 계좌나 전화번호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사후 분석에는 활용할 수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범죄를 실시간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더치트는 피해 신고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거나 차단정보로 사용하지 않는다. 신고의 유효성을 확인하고 중복·오류·분쟁성 정보를 구분해 실제 예방에 활용할 수 있는 위험신호로 전환한다. 범죄수단이 교체되기 전에 정보를 정확하게 검증하고 전파하는 속도가 예방 효과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계좌와 전화번호, 온라인 계정을 하나의 관계망으로 분석한다. 여러 계좌와 연락처가 같은 범행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면 정보 간 연관성을 토대로 위험도를 산출한다. 범죄자가 일부 계좌나 연락처를 바꾸더라도 기존 정보와 연결된 행위 패턴으로 범죄 가능성을 탐지할 수 있다. 분석 결과는 수사기관의 여죄 확인에도 활용된다.

 

확인된 위험정보는 실시간 API를 통해 송금 직전에 전달된다. 이용자가 송금을 시도하는 순간 상대방 계좌를 조회하고, 위험이 확인되면 즉시 경고를 제공한다. 한 사람의 피해 신고를 다른 이용자의 실시간 경고로 전환하는 구조다.

 

김 대표는 “데이터 경쟁력은 단순한 보유량이 아니라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증해 오탐 없이 실제 예방 과정에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이러한 체계가 금융권 전반에 적용된다면 전체 금융사기 피해 규모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더치트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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