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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Zoom-In] ‘한 시간에 한 대, 정류장까지 15분’… 교통 사각지대에 갇힌 지역의 현실

▷ 배차 간격 1시간 농어촌 버스, 병원·시장 가기도 불편해
▷ 세종 ‘두루타’, 영암 ‘백원택시’ 등 지자체 해결방안에도 한계 뚜렷
▷ “이동권은 권리”…접근성 중심의 교통정책 전환 절실

입력 : 2025.09.12 17:30 수정 : 2025.09.15 13:42
 

 

한 시민이 터미널에 붙은 버스 운행시간표를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즈경제] 이수아 기자 =전남 영암군의 한 읍면 지역. 고령 주민들은 한 시간에 한 대꼴로 운영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외출 계획을 짜야 한다. 정류장까지 15분 이상 걸어야 하는 탓에 병원이나 시장을 방문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은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흔한 현실이다. 

 

수도권 중심의 철도·광역교통망 확장은 서울과 인접 지역 주민들의 출퇴근 편의를 크게 높였지만, 비수도권과 농어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철도나 광역버스는 물론, 마을버스 운행도 제한적이어서 주민들은 하루 몇 차례 운행되는 대중교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동권의 제약으로 이어져 교육, 의료, 노동, 문화 등 다양한 생활 영역의 접근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의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읍·면 행정리 마을 37,563개 중 약 2,200곳은 도보 15분 이내에 대중교통 정류장이 없다. 이러한 ‘교통 사각지대’는 특정 계층의 이동권 문제를 넘어서,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성훈 전라남도청 교통행정과 교통기획팀장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 때문에 지금 지방의 버스 회사들은 전국적으로 적자 상황”이라며 “전라남도 곳곳이 사실상 교통 사각지대”라고 밝혔다. 그는 “버스 배차 간격이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 이상까지 걸리지만 낮에는 승객 자체가 없어 대부분 빈 차로 운행된다”고 말했다.

 

교통정보 시스템 역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대도시에는 대부분의 정류장에는 버스정보시스템(BIS)이 구축돼 있어 도착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시골 지역은 여전히 종이 시간표에 의존한다. 이성훈 팀장은 “외지 관광객들은 교통 정보를 미리 알아보고 와야 대중교통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이런 교통 소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요응답형 교통(DRT) 시스템인 ‘두루타’를 운영하고 있다. 두루타는 이용자가 전용 앱이나 전화로 차량을 호출하면 두루타 전용 정류장과 일반 정류장 등으로 차량이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1회 500원이라는 저렴한 요금으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요응답형 버스인 ‘두루타’ (사진=세종도시교통공사)

이지원 세종도시교통공사 교통운영2팀 주임은 “두루타는 특히 고령층의 호응이 높고, 하루 평균 250건 이상의 호출이 이뤄진다”“마을 단위로 찾아가는 방식이어서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기존 1시간 전 예약 방식에서 부르면 달려가는 ‘즉시콜’로 전환한 지 1년 만에 이용객이 108%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전남 영암군은 교통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원택시, 장애인 콜택시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 중이다. 영암군 교통행정팀 류형철 주무관은 “농어촌 버스는 하루 평균 4회 정도밖에 운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버스를 놓치면 외부로 나가기 어렵다”“젊은 인구는 이미 대부분 떠나고 고령자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에듀버스 등 교육청 주관 통학수단이 없었다면 학생 통학이 농어촌 버스만으로는 힘들다”“공영버스 도입 등 지자체 주도의 교통복지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류형철 주무관은 교통망 소외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k-MaaS’(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영암군에서 운영 중인 백원택시, 수요응답형 교통(DRT), 장애인 콜택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주민들이 더 쉽고 효율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지역 교통문제는 단순한 ‘편의성’ 차원을 넘어선다. 교통이 불편하면 주민은 의료를 비롯한 기초생활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워지고, 삶의 질은 지속적으로 저하된다. 유동인구 감소는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세수 감소와 함께 지자체 운영도 악순환에 빠진다. 이는 결국 지역소멸이라는 국가적 과제로 직결된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는 “교통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윤태관 국토연구원 스마트인프라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교통망 투자를 축소하거나 배제하는 구조는 오히려 지역 붕괴를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수익성 중심이 아닌 접근성 중심의 수요응답형 교통, 100원 택시 같은 정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교통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요응답형 교통, 100원 택시, 통학 전용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 운수업체에 의존한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 낮아 교통망 정비의 공공성 확보가 쉽지 않다.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 지역 여건에 맞는 교통 모델을 설계하고, 안정적인 예산과 제도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교통망은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지역의 생존을 좌우하는 기반 시설이다. 누구도 거주지에 따라 이동권을 차별받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과 지역의 격차는 더 이상 통계 수치에만 머물지 않고, 국민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거, 일자리, 교육, 의료 등 핵심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은 지방 인구 유출과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국가의 균형 발전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과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즈경제 [지역 Zoom-In]은 단순한 지역 현황 보도를 넘어, 지역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지역 주민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청년 인구 유출, 부동산 침체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단순히 정책이나 통계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삶을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게 조명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이수아 사진
이수아 기자  lovepoem430@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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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냐가 토론의 장이되야한다는 말씀 공감하며 중증발달장애인의 또다른 자립주택의 허상을 깨닫고 안전한 거주시설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추구하여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할수있도록 거주시설어 선진화에 힘을 쏟을때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돌봄인력충원과 시설선진화에 국가에서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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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 자립생활을 위한 기반이 되야합니다. 이를위해 전문인력이 배치되고,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이 보호받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공간으로 거주시설을 개선하고 지원 되이야 가족도 지역사회에서도 안심할 수 있게 정책개발 및 지원 해야 한다는 김미애의원의 말씀에 감동받고 꼭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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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발달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바랍니다. 탈시설을 주장하시는 의원님들 시설이란 인권을 빼앗는 곳이라는 선입관과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지 마세요. 중중발달장애인을 위해 노화된 시설을 개선해 주세요. 또, 그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폐쇄한다는 등 위협을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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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멀리 있어서 유트브로 시청했는데 시설장애인 부모로 장애인들이 시설이든 지역이든 가정이든 온전히 사회인으로 살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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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개념에 대해 페터 슈미트 카리타스 빈 총괄본부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게재된 탈시설화는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거주 서비스는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전적 행동이 있는 경우, 자립 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거주 서비스 필요성에 의해 장기요양형 거주 시설부터 지역사회 내 자립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거주시설에서의 자립생활 목소리가 정책으로 연결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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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자기 삶을 결정하고 선택 할 귄리가 있습니다. 누가 그들의 삶을 대신 결정합니까? 시설에서 사느냐 지역사회에서 사느냐가 중요 한게 아니고 살고 싶은데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야합니다. 개인의 선택과 의사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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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은 원가정을 떠나 공동체로의 자립을 한 것입니다. 거주시설은 지역사회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시설안과 밖에서 너무도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원가정이나 관리감독이 어려운 좁은 임대주택에서의 삶과 다른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야 말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성이 향상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곳 입니다.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이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아가기란 주변의 민원과 벌래 보듯한 따가운 시선 그리고 돌발행동으로 위험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늙고 힘없는 부모나 활동지원사는 대처할수 있는 여건이 안되고 심지어 경찰에 부탁을 해 봐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 입니다. 그러나 거주시설은 가장 전문성이 있는 종사자들의 사명과 사랑이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을 웃게 만들고 비장애인들의 눈치를 안봐도 되고 외부활동도 단체가 움직이니 그만큼 보호 받을수 있습니다 . 예로 활동지원사가 최중증발달장애인을 하루 돌보고는 줄행랑을 쳤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