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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채무자 회생을 가로막는 배드뱅크는 이제 그만!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배드뱅크
▷채권 회수에 갇힌 배드뱅크, 회생 지원은 뒷전
▷탕감이 아님 복귀, 경제활동 재개의 길 열어야

입력 : 2025.08.29 14:41 수정 : 2025.08.29 18:16
[칼럼] 채무자 회생을 가로막는 배드뱅크는 이제 그만! 유순덕 롤링주빌리 상임이사.
 

2004년,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연체채권 문제를 해결하고 신용불량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한마음금융’을 출범시켰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기금을 활용해 민간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매입하고,채무자의 상환 능력에 맞게 조정한다는 취지였다.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사한 형태의 배드뱅크가 반복적으로 설립됐다.2005년 ‘희망모아’, 2013년 ‘국민행복기금’, 2018년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 2022년 ‘새출발기금’까지 이름만 달라졌을 뿐, 기본구조와 운영 주체는 변하지 않았다. 지난 20여 년간 캠코가 배드뱅크 운영의 중심에 서면서, 제도는 일관되게 채무자의 회생이 아니라 채권회수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형식적 기준에 가로막힌 회생

경기도에 거주하는 70대 노인은 IMF 시절 연대보증으로 빚을 떠안은 뒤평생 채무 부담에 시달려왔다. 그는 고령에 수입이 없음에도, “조금씩이라도 갚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했다.그러나 채권자인 캠코는 이를 거절했다. 이유는 단 하나, 그가 1평 남짓한 공유지분을 보유하며 매년 2,800원의 재산세를 납부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경제적 실익이 거의 없는 재산을 이유로 채무조정을 거절한 사례는 캠코의 경직된 제도 운영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사례가 아니라 장기 연체자 다수가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다.

 

◇추심 중심으로 고착된 운영

캠코는 채무자의 생활 여건이나 회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보다,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다가 탈수급이나 취업 등 경제활동이 가능해지는시점에 추심을 재개한다. 이러한 채권 회수 방식은 채무자의 경제적 자립과 회생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또한, 캠코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입한 후 채권 회수(추심)업무를민간 추심회사에 위임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캠코가 이들 회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1,176억 원, 2024년 한 해에만 279억 원에 달했다. 실적 중심의 민간 추심회사에 추심 업무가 위임되면서 협박성 연락, 허위 안내, 과도한 상환 요구 등 불법 추심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공공성을전제로 도입된 제도가 사실상 수익성 중심의 채권 회수 구조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공공기금의 왜곡된 운용

정부는 신용회복기금, 국민행복기금,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 등 수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지만, 실제 채무자 지원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은 1,000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자 지원 성과는 미미하다. 지금까지 심사를 거쳐 1만4천 명을 지원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이 중 실제 채무 소각이 이루어진 것은 약 9천 명(총 36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나머지 5천 명의채권은 여전히 캠코가 보유하며 추심대상자로 관리되고 있어, 제도 취지인 채무자 회생 지원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배드뱅크의 목적은 채권 회수가 아니라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여야 한다.따라서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첫째, 장기 소액 연체 채권에 대한 전면적인 소각이 필요하다. 7년 이상,5천만 원 이하 채권은 원칙적으로 일괄 소각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경제활동 복귀를 촉진해야 한다.둘째, 배드뱅크 운영 주체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캠코 같은 채권추심기관이 아니라 채무조정 전문기관인 신용회복위원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금융채권뿐 아니라 통신·렌탈 등 비금융채권까지 통합적으로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셋째, 배드뱅크 본연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회수 실적이 아니라 채무자의 상환 능력과 회생 가능성을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탕감에서 복귀로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탕감’이 아니라, 채무자가 다시 일하고, 소비하며,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배드뱅크는 ‘일하지 않는 사람을 무조건 면책하는 제도’가 아니라, 빚 때문에 경제활동을 포기한 사람을 다시 일터로 복귀시키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장기 연체자의 경제활동 복귀는 개인의 생존을 넘어 경제 전반의 활력으로 이어진다. 장기 연체 상태에 머물던 채무자가 채무 부담에서 벗어나 회복의 기회를 얻게 되면, 근로와 소비 활동이 다시 가능해질 수 있다.이는 내수 진작과 세수 확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복지 지출 등사회적 비용은 줄어드는 동시에 조세 기반은 강화된다. “회생을 가로막는 배드뱅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채권 회수가 아니라 채무자 회생 중심의 구조적 개혁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다.

 

유순덕 롤링주빌리 상임이사 약력

 

유순덕 상임이사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신용정보회사에서 채권관리 및 상담 업무를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는 주빌리은행(현 롤링주빌리)에서 부실채권 매입·탕감을 통한 채무 소각 활동을 이끌었다. 2020~2023년에는 경기도 극저신용대출지원사업 총괄을 맡아 금융 소외계층 지원을 확대했고, 현재는 롤링주빌리 상임이사로 금융 취약계층의 채무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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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냐가 토론의 장이되야한다는 말씀 공감하며 중증발달장애인의 또다른 자립주택의 허상을 깨닫고 안전한 거주시설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추구하여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할수있도록 거주시설어 선진화에 힘을 쏟을때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돌봄인력충원과 시설선진화에 국가에서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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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 자립생활을 위한 기반이 되야합니다. 이를위해 전문인력이 배치되고,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이 보호받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공간으로 거주시설을 개선하고 지원 되이야 가족도 지역사회에서도 안심할 수 있게 정책개발 및 지원 해야 한다는 김미애의원의 말씀에 감동받고 꼭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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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발달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바랍니다. 탈시설을 주장하시는 의원님들 시설이란 인권을 빼앗는 곳이라는 선입관과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지 마세요. 중중발달장애인을 위해 노화된 시설을 개선해 주세요. 또, 그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폐쇄한다는 등 위협을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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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멀리 있어서 유트브로 시청했는데 시설장애인 부모로 장애인들이 시설이든 지역이든 가정이든 온전히 사회인으로 살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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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개념에 대해 페터 슈미트 카리타스 빈 총괄본부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게재된 탈시설화는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거주 서비스는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전적 행동이 있는 경우, 자립 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거주 서비스 필요성에 의해 장기요양형 거주 시설부터 지역사회 내 자립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거주시설에서의 자립생활 목소리가 정책으로 연결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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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자기 삶을 결정하고 선택 할 귄리가 있습니다. 누가 그들의 삶을 대신 결정합니까? 시설에서 사느냐 지역사회에서 사느냐가 중요 한게 아니고 살고 싶은데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야합니다. 개인의 선택과 의사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7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은 원가정을 떠나 공동체로의 자립을 한 것입니다. 거주시설은 지역사회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시설안과 밖에서 너무도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원가정이나 관리감독이 어려운 좁은 임대주택에서의 삶과 다른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야 말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성이 향상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곳 입니다.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이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아가기란 주변의 민원과 벌래 보듯한 따가운 시선 그리고 돌발행동으로 위험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늙고 힘없는 부모나 활동지원사는 대처할수 있는 여건이 안되고 심지어 경찰에 부탁을 해 봐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 입니다. 그러나 거주시설은 가장 전문성이 있는 종사자들의 사명과 사랑이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을 웃게 만들고 비장애인들의 눈치를 안봐도 되고 외부활동도 단체가 움직이니 그만큼 보호 받을수 있습니다 . 예로 활동지원사가 최중증발달장애인을 하루 돌보고는 줄행랑을 쳤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