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개정 노조법 시행 7개월…원·하청 교섭 '무엇을 어디까지' 쟁점으로

▷원청 460곳 중 153곳 실제 교섭 단계…6곳 합의·타결
▷노조 '다양한 의제' 요구 vs 사측 '사용자성 인정 범위' 한정
▷전문가 "의제 이견 좁혀지지 않으면 법적·노사관계 분쟁 확대 가능성"

입력 : 2026-10-28 13:01
개정 노조법 시행 7개월…원·하청 교섭 '무엇을 어디까지' 쟁점으로 생성형 AI(챗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장석찬 기자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7개월여가 지난 가운데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이 일부 사업장에서 합의·타결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실제 교섭에 들어간 사업장에서도 어떤 의제를 어디까지 다룰지를 놓고 노사 간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시행 초기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에 집중됐던 논의가 교섭 의제와 범위, 방식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사용자성 자체를 둘러싼 법적 다툼도 일부 사업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 원청 153곳 실제 교섭 단계…6곳 합의·타결

 


개정노조법 관련 교섭요구 현황 (출처=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가 위즈경제에 제공한 '개정 노조법 관련 현황'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하청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은 460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사업장에서는 1,234개 노조·지부·지회, 조합원 18만5235명이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 절차 진행 현황 (출처=고용노동부)
 

교섭 요구를 받은 460곳 가운데 228곳에서 후속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182곳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들어갔으며, 이 중 153곳은 해당 절차를 마치고 실제 교섭 단계로 넘어갔다. 나머지 46곳은 공고 검토나 노동위원회 판단·재심 신청 등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업장이다.

 

실제 교섭 단계에 들어간 153곳 중 88곳에서는 상견례를 시작으로 노사가 교섭 테이블에 앉았으며, 나머지 65곳은 교섭 의제와 일정 등을 협의하는 실무교섭 단계에 있다. 현재까지 합의·타결에 이른 사업장은 6곳이다.

 

반면 전체 460곳 가운데 232곳은 노조가 교섭 요구 이후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를 모두 교섭 중단이나 난항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오수학 고용노동부 개정노조법현장지원단 과장은 민간부문에서는 건설 관련 노조가 규모가 큰 건설사를 중심으로 먼저 교섭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장과는 이후 교섭을 진행하기 위해 절차를 유보했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는 돌봄·생활폐기물 등과 관련해 별도로 진행 중인 노정협의체의 논의 상황을 지켜보며 절차를 유보한 사례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실제 교섭 단계에 들어간 사업장 수와 교섭의 실질적인 진행 정도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식적으로는 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교섭 의제를 둘러싼 당사자 간 의견 차이로 실질적인 접점이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고 말했다. 교섭이 시작됐더라도 의제에 대한 입장 차이로 실질적인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 교섭 의제부터 하청업체 참여 여부까지…노사 간 이견

 

오 과장에 따르면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조가 다양한 의제를 교섭 테이블에 올릴 것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부분으로 교섭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 과장은 이처럼 교섭 의제의 범위를 두고 노사 간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가 파악한 현장에서는 교섭 방식에 대한 이견도 나타나고 있다. 원청과 하청노조만 교섭할지 하청업체도 함께 참여할지를 비롯해 교섭위원 구성이나 교섭 주기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사업장도 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원·하청 교섭의 '2라운드'로 평가했다. 시행 초기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일차적인 쟁점이었다면, 실제 교섭이 시작된 뒤에는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범위와 구체적인 교섭 의제를 둘러싼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특히 임금이나 성과급 등 금전적인 근로조건을 둘러싼 교섭에서 원청이 의제의 범위를 좁히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원청 입장에서는 향후 원·하청 관계에서 부담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교섭 의제를 좁혀 진행하려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용자성 자체를 둘러싼 법적 다툼도 끝난 것은 아니다. 노동부가 파악한 행정소송 관련 사업장은 현재 17곳이다. 여기에는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에 사측이 불복한 사례뿐 아니라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노조 측이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포함됐다.

 

박 교수는 아직 교섭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교섭 중인 사업장들이 다른 사업장의 소송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송의 진행 과정과 결과가 향후 교섭 대응이나 소송 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원·하청 교섭이 교섭 요구와 사용자성 판단 등을 거쳐 실제 교섭 단계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노사가 교섭 의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자율적으로 좁히도록 하는 한편, 신속한 교섭을 위해 사용자성이 인정된 의제부터 교섭하도록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박 교수는 교섭 의제를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나 파업 등으로 이어지며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석찬 사진
장석찬 기자  seokchanj26@wisdot.co.kr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