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TRUST 포럼 2026] 수사 돌파구로 거론된 한국형 플리바게닝…적용 범위와 협조의 조건은?

▷TRUST 포럼서 조직형 사기 수사 위한 내부자 협조 필요성과 감면 기준 논의
▷협조할수록 여죄 드러나 침묵 유인…핵심 가담자도 기여도 따라 판단 의견
▷단순 자백 넘어 조직·자금 흐름 규명…정보의 중요성과 객관적 검증 강조

입력 : 2026-10-23 14:20
[TRUST 포럼 2026] 수사 돌파구로 거론된 한국형 플리바게닝…적용 범위와 협조의 조건은? 지난 2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대한민국 TRUST 대상 2026 시상식 및 TRUST Forum 2026’ 종합토론에서는 ‘조직형 사기 수사의 돌파구, 한국형 플리바게닝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도의 필요성과 적용 범위, 협조 인정 기준 등이 논의됐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조직형 사기범죄의 총책과 자금 흐름을 밝히기 위해 내부자의 수사 협조를 이끌어낼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협조자에게 형벌 감면 혜택을 주려면 적용 대상과 실질적 기여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허위 진술이나 정보를 이용한 흥정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2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대한민국 TRUST 대상 2026 시상식 및 TRUST Forum 2026’ 종합토론에서는 ‘조직형 사기 수사의 돌파구, 한국형 플리바게닝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도의 필요성과 적용 범위, 협조 인정 기준 등이 논의됐다.

 

이날 종합토론은 김호삼 법률사무소 송명 대표변호사가 좌장을 맡았으며, 김혜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정배근 인천대학교 법학과 교수, 장진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 김화랑 더치트 대표이사, 이상호 이지스시큐어 대표이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침묵이 유리한 구조…협조 이끌 유인 필요

 


장진환 한국형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 사진=위즈경제

 

장 박사는 조직형 사기 수사에서 내부자의 협조가 중요하지만, 협조자가 얻을 실익이 불확실하면 정보를 제공할 동기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총책과 중간책, 자금 회수책 등으로 역할이 나뉜 조직에서 가담자 한 명을 검거하더라도 다른 조직원과 지휘체계를 밝히려면 구체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 그러나 조직의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도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면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자신의 중고거래 사기 피해 경험도 소개했다. 송금한 계좌를 바탕으로 신고했지만 총책을 검거하지 못한 채 수사가 중지됐고, 피해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내부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조직의 실체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음을 짚었다.

 

정 교수는 협조 과정에서 자신의 추가 범죄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부 범죄로 수사를 받는 가담자가 윗선을 밝히다 보면 수사기관이 알지 못했던 자신의 여죄까지 드러날 수 있어, 협조보다 침묵을 택할 유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협조보다는 침묵해야 될 이익이 더 큰 구조”라며 이런 구조를 깨기 위해서라도 조직형 사기범죄에 대한 플리바게닝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범죄 조직의 초국가적 운영과 역할 분화를 배경으로 들었다. 총책·중간 관리책·모집책·수거책으로 역할이 나뉘고 조직이 국경을 넘어 활동하면, 개별 가담자 수사만으로는 전체 구조와 상위 가담자의 범행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좌장을 맡은 김호삼 변호사 역시 수사 현장의 한계를 지적하며 제도의 필요성을 보탰다. 김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이나 마약, 다단계 같은 조직 범죄는 점조직화되고 고도화되어 기존 수사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부득이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내부 가담자의 협조를 유도하는 사법 협조자 감면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제도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주범을 찾고 조직을 해체하며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이루기 위해 내부자의 협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담자의 지위와 협조 기여도 함께 살펴야


정배근 인천대학교 법학과 교수. 사진=위즈경제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제도를 모든 범죄와 가담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는 점도 논의됐다.

 

장 박사는 단순히 수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적용 범위를 넓히기보다, 기존 방식만으로는 범죄 규명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경우를 중심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과 협조에 따른 혜택 사이의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가담자 범위에 대해서는 "총책이 자신의 지시를 받은 아랫사람을 알려주는 경우에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하위·중간 가담자가 상위 가담자를 밝히거나, 같은 단계라도 다른 기능을 맡은 조직원을 특정해 사건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경우에는 감면 혜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 역시 협조의 방향을 강조했다. 그는 "말단 가담자의 범행을 알려주는 데 그치기보다 윗선을 규명하는 데 기여해야 실질적인 협조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핵심 가담자라는 이유만으로 감면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조직 전체에 관한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는지, 피해 회복에 실질적으로 협조하고 기여하는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박사와 정 교수가 협조를 통해 누구의 범행을 밝히는지에 무게를 뒀다면, 김 조사관은 핵심 가담자라도 제공한 정보와 기여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정보 제공부터 진위 검증까지…실질적 협조 어떻게 판단할까

 


김혜미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과 조사관. 사진=위즈경제
 

협조 인정 기준에서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자백'과 타인의 범죄 규명에 기여하는 '협조'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 조사관은 이번 논의에서 말하는 한국형 플리바게닝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의 범죄 규명에 기여하는 사법 협조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직 운영 구조와 상위 가담자의 역할, 범죄수익 이동 경로 등 핵심 정보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 박사는 실질적 협조의 예로 △총책·관리책의 신원과 거점 △메신저 계정 △피해금이 거쳐 간 계좌와 가상자산 지갑, 환전 경로 등을 들었다. 조직 내 역할 분담과 지시 관계, 대포통장 조달 경로 등도 사건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정보로 제시했다.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실제 검거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를 어떻게 평가할지도 짚었다. 장 박사는 협조자가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면 이후 검거에 실패했더라도 감면 적용 대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협조의 가치와 수사기관의 최종 검거 결과를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 교수는 협조의 시점과 객관적 검증 가능성을 강조했다. 수사기관이 협조 없이도 알 수 있었던 정보와 해당 협조 덕분에 새롭게 발견한 정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구체성 없는 내용이나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내용은 협조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제공한 정보의 중요성과 범죄 규명에 대한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위 진술이 확인되면 감면 여부에 반영하고, 소추 면제 협상에 따라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라면 허위 진술에 따른 약정의 효력과 혜택 철회 여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을 정리하며 김 변호사는 "사법 협조의 내용이 사소한 제보부터 결정적 제보까지 다양할 수 있는 만큼, 제도 도입 초기에 구체적인 사례별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정밀하게 다듬어 나가는 입법 정책적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