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혐오 표현, '처벌과 낙인'에서 '교양과 상식'으로
▷ 어른·알고리즘이 만든 혐오를 10대 탓으로 전가… '처벌' 대신 '교양과 상식'의 규범 정립해야
▷ 주입식 주의 벗어난 '학생 참여형 교육' 대안… 위축된 현장 교사 지킬 법적 안전장치도 시급
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에서 전체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장석찬 기자 =청소년들의 일상 속에 침투한 혐오 표현의 근본 원인은 10대 개인이 아닌 어른 사회와 정치권의 진영 논리, 플랫폼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소년 극우화'와 같은 낙인찍기나 법적 처벌을 넘어, 주입식을 탈피한 학생 참여형 교육과 교사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 학부모, 교육 전문가들은 청소년 혐오 표현의 근본적 원인이 성인 사회와 진영 논리에 있음을 지적하고 현장 중심의 대안을 모색했다.
토론자들은 청소년 혐오표현을 개인의 성향 문제로 규정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성인 사회의 조롱 문화와 플랫폼 알고리즘, 정치권의 진영 논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학생 참여형 교육과 학교 대응 매뉴얼,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 등이 제시됐다.
◇ 청소년 탓으로 돌린 '낙인'… "성인 사회·구조적 책임 먼저 돌아봐야"
여미애 학부모는 과거 '88만원 세대'라는 표현이 청년 개인이 아닌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사회적 책임을 드러냈던 사례를 들며, "'청소년 극우화'라는 표현은 반대로 원인을 청소년 개인의 성향으로 돌리는 낙인"이라고 지적했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확신시켜 수익을 얻는 플랫폼 구조와 정치권의 진영 논리 등은 논의에서 밀려나고 '요즘 애들 왜 저러냐'는 식의 책임 전가만 남는다는 분석이다.
이어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씌여진 ‘문제 집단’이라는 낙인을 내면화하고 대화의 문을 닫게 된다며, 청소년 개인이 아닌 구조적 문제를 지칭할 언어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김태은 조사관 역시 "우리 사회는 이미 타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방식을 웃음 코드로 소비해 왔다"며 "성인 사회가 이미 그래놓고 청소년에게만 특별히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 '교양의 기준' 세우고 참여 교육으로… 실태조사·인증제 등 5대 과제 촉구

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에서 여미애 학부모가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여 학부모는 법적 처벌에 의존하기보다 '교양과 상식'이라는 사회적 규범을 먼저 정립해야 혐오 표현을 근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혐오 표현의 기준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법으로 일일이 금지하려는 시도는 자칫 자의적인 재량권을 낳거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처벌이라는 강제력 대신 혐오표현을 ‘교양 없고 무례한 행동’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혐오 언어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실내 흡연이나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 사례를 들며 “혐오표현은 법으로 처벌하기보다 ‘교양 없고 무례한 말’로 인식하게 해야 줄어든다” 며 "처벌하면 순교자가 되지만, 무례한 사람은 순교자가 될 수 없다"고 짚었다. 법이 최소한의 선을 긋고, 그 위의 넓은 영역은 '새치기를 하면 눈총을 받는 것'과 같은 일상적 상식이 담당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생대표로 나선 신지혜 공항고등학교 학생 역시 주입식 주의 전달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게 돕는 참여형 교육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순히 표현을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해당 언어가 문제가 되는지 학생들이 직접 고민하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 학생은 문제 해결을 위한 5가지 구체적 대안으로 ▲학교 내 혐오표현 예방교육 의무화 ▲'정기적 학생 혐오표현 실태조사' 실시 ▲학교 혐오표현 대응 매뉴얼 법제화 ▲학생 참여형 정책 지원 ▲'혐오 표현 없는 학교' 인증제 도입을 제시했다.
◇ "교사 개인 용기에만 의존할 수 없어"… 법적 안전장치·가이드라인 구축

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에서 황현정 민주시민교육과장이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조백기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보호관은 "처벌과 배제가 아닌 교육과 회복 중심의 대응으로 학교 문화를 바꿔 나가겠다"며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조 보호관은 범부서 대응 체계 구축과 함께 학교 현장에 적용할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피해 학생 보호와 회복 지원을 최우선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황현정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장 역시 교사 개개인의 용기에만 의존하는 현장의 한계를 지적하며,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할 제도와 명확한 수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말미, 플로어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학생은 교사의 부담을 먼저 덜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은 "교사분들은 악성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당해 해임될까 봐 무서워한다"며 "자기 위험까지 감수하며 지도할 교사는 없다. 교사의 부담감부터 해소해 줘야 제대로 된 교육이 된다”며 제도 마련에 앞서 현장 교사의 불안을 덜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청소년 혐오표현을 개인의 일탈로만 규정하지 않고, 플랫폼과 정치권 등 확산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동시에 학생 참여형 교육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할 구체적인 기준과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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