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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늦어지고 첫 일자리는 멀어졌다…청년 고용의 ‘지연사회’

▷청년 고용률 43.8%·경제활동참가율 47.2%…2004년 부가조사 이후 최대 하락폭
▷대졸 평균 졸업 소요기간 4년 5.7개월 ‘역대 최장’…취업·자격시험 준비가 졸업 늦춰
▷1년 이상 미취업 비율 48.6%…경력직 선호·수시채용 확산에 첫 진입 장벽 높아져

입력 : 2026-07-23 12:01
졸업은 늦어지고 첫 일자리는 멀어졌다…청년 고용의 ‘지연사회’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에게 선택지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곧바로 취업시장에 뛰어들기보다 휴학을 택해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인턴 경험을 쌓고, 졸업 후에도 첫 일자리를 찾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경로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니게 됐다. 어렵게 들어간 첫 일자리 역시 전공과 완전히 맞지 않거나, 보수와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에 대한 불만으로 오래 버티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2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브리핑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시장의 문제는 단순히 “취업자가 줄었다”는 수준을 넘어섰다. 청년층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동시에 떨어졌고, 대학 졸업 소요기간은 역대 최장 수준으로 늘었다. 졸업 후 취업 경험 비율은 하락했고, 장기 미취업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2026년 5월 기준 15~29세 청년층 인구는 782만2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만2천명 감소했다.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47.2%로 2.3%p 하락했고, 고용률은 43.8%로 2.4%p 떨어졌다. 실업률은 7.2%로 0.6%p 상승했다. 브리핑에서 국가데이터처는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 하락폭이 청년층 부가조사가 시작된 2004년 이후 가장 큰 폭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고용률 43.8%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42.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청년층은 ‘구직 실패’보다 ‘진입 지연’이 더 큰 문제로 떠올라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청년층 고용 부진이 실업률 상승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업률은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 중 취업하지 못한 비율을 보여준다. 하지만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동시에 크게 하락했다는 것은 취업하지 못한 청년뿐 아니라, 아예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거나 경제활동 밖으로 이동한 청년이 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5월 고용동향 보도자료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2026년 5월 전체 취업자는 2,912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명 감소했다. 15~64세 고용률은 70.2%로 0.3%p 하락했고,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2.4%p 떨어졌다.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5천명 감소했다.

 

인구 감소만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청년층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구조적 흐름이지만,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까지 동시에 하락했다면 문제는 단순한 모수 감소가 아니다.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 구직을 지속할 유인, 첫 직장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함께 약해졌다고 봐야 한다.

 

국가데이터처도 브리핑에서 청년층에게 불리한 취업 환경을 언급했다. 과거 공채 중심 채용에서 경력직 선호와 수시채용 중심으로 채용 문화가 바뀌면서 청년들이 곧바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이는 청년층 고용 문제를 단기 경기 부진만이 아니라 채용 구조 변화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 대학 졸업까지 4년 5.7개월…‘졸업 유예’는 취업 전략이 됐다

 

대학을 졸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대졸자의 평균 졸업 소요기간은 4년 5.7개월로 전년 동월 대비 1.3개월 증가했다. 남자는 5년 2.1개월, 여자는 3년 11.6개월로 집계됐다. 국가데이터처는 이 수치가 해당 항목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졸업이 늦어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통계상 대졸자에는 3년제 이하와 4년제가 함께 포함되는데, 4년제 대졸자 비율이 높아진 구조적 요인이 있다. 브리핑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 비율은 2020년 59.5%에서 2026년 69.3% 수준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취업 준비와 자격시험 준비를 위한 휴학이 늘어나면서 졸업 소요기간이 길어지는 흐름도 나타났다.

 

문제는 졸업 지연이 청년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시장 진입 장벽에 대한 방어적 대응이라는 점이다. 채용은 경력직 중심으로 바뀌고, 신입 공개채용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졸업장만으로 취업시장에 나서기보다 스펙과 실무 경험을 더 쌓으려 한다. 그 결과 대학 재학 기간은 길어지고, 사회 진입 시점은 늦어진다.

 

재학·휴학 중 직장 체험 비율이 낮아진 점도 주목된다. 전체 청년 중 재학 또는 휴학 기간에 직장 체험을 한 비율은 41.1%로 전년 동월 대비 2.1%p 하락했다. 직장 체험의 주된 형태는 시간제 취업이 74.2%로 가장 많았다. 국가데이터처는 고졸 이하에서는 시간제 취업자 비율 감소가, 대졸 이상에서는 취업·자격시험 준비 기간 증가가 직장 체험 비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 졸업 후 취업 경험 비율 84.8%…‘한 번도 일해보지 못한 청년’의 비중 커져

 

최종학교 졸업 후 취업을 경험한 청년의 비율은 84.8%로 전년 동월 대비 1.6%p 하락했다. 국가데이터처는 브리핑에서 이 비율이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년층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규모 자체보다 비율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첫 일자리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2개월로 전년 동월 대비 0.1개월 줄었다. 겉으로 보면 소폭 개선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 졸업자 중 첫 일자리가 임금근로자인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아예 취업 경험을 하지 못한 청년, 장기 미취업 상태에 머무는 청년까지 함께 보면 상황은 훨씬 무겁다.

 

첫 일자리의 성격도 중요하다. 브리핑에 따르면 첫 일자리 산업 분포는 숙박 및 음식점업, 도매 및 소매업 순으로 높았다. 첫 일자리에 취업할 당시 임금은 200만~300만원 미만, 150만~200만원 미만, 50만~100만원 미만 순이었다.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는 보수와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이 44.4%로 가장 높았다.

 

이는 청년층 첫 일자리 문제가 단순히 “얼마나 빨리 취업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조금 줄어도, 일자리의 질이 낮거나 전공·경력 형성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청년은 다시 노동시장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다. 첫 일자리가 향후 경력의 출발점이 아니라 단기 생계형 일자리로 끝난다면 청년 고용의 구조적 취약성은 해소되지 않는다.

 

◇ 1년 이상 미취업 48.6%…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비율

 

장기 미취업 지표는 더 심각하다. 졸업 후 현재 미취업 상태인 청년 중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비율은 48.6%로 집계됐다. 국가데이터처는 이 비율이 2009년 51.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3년 이상 미취업 비율은 19.4%로, 해당 항목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규모로 봐도 부담은 크다. 1년 이상 미취업 청년은 60만5천명으로 2021년 5월 70만3천명 이후 가장 많았다. 3년 이상 미취업 청년은 24만1천명으로 2021년 27만8천명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국가데이터처는 코로나19 시기 이후 가장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취업자의 주된 활동도 눈여겨봐야 한다. 졸업 후 현재 미취업 상태인 청년의 주된 활동은 직업교육·취업시험 준비가 39.3%로 가장 높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1.2%p 하락했다. 반면 ‘그냥 시간 보냄’은 25.3%로 0.2%p 상승했다. 브리핑에서 국가데이터처는 이 비율이 2023년 2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냥 시간 보냄’이라는 항목은 단순한 무기력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반복된 취업 실패, 채용시장의 불확실성, 준비 비용 부담, 단기 일자리의 낮은 만족도 등이 겹치면 청년은 적극적인 구직이나 시험 준비를 지속하기 어렵다. 이는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진입 실패가 장기화될 때 나타나는 사회적 비용에 가깝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 일반기업체 준비는 여전히 1위…공무원 준비 비중은 다시 반등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 비율은 14.5%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준비 분야는 일반기업체가 34.0%로 가장 높았고, 일반직공무원은 21.1%로 뒤를 이었다.

 

다만 일반직공무원 준비 비중은 전년 대비 상승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지난해 하락 이후 1년 만에 반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에는 일반기업체 준비 비중이 일반직공무원을 처음 앞섰고, 지난해에는 격차가 확대됐지만 올해는 그 격차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해석했다. 하위직 공무원 처우 개선, 공무원시험 지원자와 응시율 상승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일반기업체 준비 비중이 여전히 가장 높다는 점은 청년들이 민간 일자리 자체를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게 만든다. 오히려 문제는 기업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은 많지만, 실제 채용 구조가 신입에게 불리하게 바뀌고 있다는 데 있다. 경력직 선호와 수시채용 확대는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청년 입장에서는 첫 경력을 만들 기회 자체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리핑에서는 AI 도입과 신입 채용 감소의 관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국가데이터처는 채용 문화 변화는 있지만, 현재 자료만으로 특정 산업이나 특정 부문에서 AI가 고용 대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청년 고용 부진의 원인을 AI 하나로 단정하기보다, 채용 방식 변화와 경기 불확실성, 산업별 고용 둔화를 함께 봐야 한다는 의미다.

 

◇ 5월 고용동향과 연결해 보면…청년 문제는 제조업·전문서비스 둔화와 맞물려

 

이번 청년층 부가조사는 2026년 5월 고용동향을 배경으로 읽어야 한다. 5월 전체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만명 감소했고, 15세 이상 고용률은 63.3%로 0.5%p 하락했다. 실업자는 87만8천명으로 2만5천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2.9%로 0.1%p 상승했다.

 

산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21만2천명 증가했지만, 제조업은 14만명, 농림어업은 12만1천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8만9천명 감소했다. 청년층이 선호하거나 경력 형성과 연결될 수 있는 제조업, 전문서비스업 일부에서 고용이 약해진 점은 청년 고용 악화와 무관하게 보기 어렵다.

 

직업별로도 생산·판매 현장의 약세가 뚜렷했다. 5월 사무종사자와 서비스종사자는 증가했지만,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 판매종사자, 농림어업숙련종사자는 감소했다. 상용근로자는 7천명, 임시근로자는 12만1천명 각각 감소했고, 일용근로자는 1만4천명 증가했다. 안정적인 임금 일자리의 증가세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청년층의 첫 일자리 진입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청년 고용정책, 숫자보다 ‘첫 경력의 질’을 봐야

 

이번 조사 결과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청년 고용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는 방식만으로 풀기 어렵다. 고용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오르는 동시에 졸업 소요기간이 늘고, 장기 미취업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 전 단계에서부터 지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의 초점도 달라져야 한다. 첫째, 청년의 첫 경력을 만들 수 있는 채용 통로가 필요하다. 경력직 중심 채용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신입을 뽑고 훈련할 유인을 높이지 않으면 청년은 계속 경험 부족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둘째, 대학 재학 중 직장 체험과 졸업 후 첫 일자리의 연결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 시간제 일자리 경험만으로는 전공과 직무를 잇는 경력 형성이 어렵다. 학교, 기업,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직무 기반 인턴십과 채용 연계형 훈련이 확대돼야 한다.

 

셋째, 장기 미취업 청년에 대한 지원은 단순 상담이나 구직 등록에 그쳐서는 안 된다. 1년 이상 미취업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것은 청년층 내부에서도 장기 고립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취업시험 준비자, 구직을 반복하는 청년, 구직 의욕이 약해진 청년을 구분해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청년 고용의 핵심은 “몇 명이 취업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경로로, 어떤 일자리에,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진입했는가”다. 졸업은 늦어지고 첫 일자리는 멀어졌으며, 장기 미취업 비율은 높아졌다. 지금의 청년 고용시장은 단순한 경기 부진이 아니라 노동시장 진입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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