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탄소세보다 물가 더 흔든다
▷스페인 중앙은행 연구진, OECD 36개국 20년 자료 분석
▷에너지 가격 거쳐 근원물가에도 시차 두고 영향
▷한국도 배출권거래제 운용…탄소시장 안정성 과제로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탄소 감축의 핵심 수단인 배출권거래제가 탄소세보다 소비자물가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중앙은행의 다니엘 산타바르바라와 마르타 수아레스바렐라는 국제중앙은행저널 7월호에 실은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탄소가격제는 온실가스 배출에 비용을 매기는 정책을 통칭하는 말이다. 기업이 배출권을 사고파는 배출권거래제와 배출량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가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이 두 제도를 나눠 물가 변동성에 미친 영향을 비교했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보고서는 이산화탄소환산톤(tCO₂e·메탄 등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바꾼 단위)당 탄소가격이 40달러 오르고 배출량의 30%가 적용받는 상황을 기준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배출권거래제는 소비자물가 변동성을 1년 뒤 0.30%포인트, 3년 뒤 0.60%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추정됐다. 에너지 물가 변동성은 1년 뒤 1.35%포인트, 2년 뒤 1.15%포인트 커졌다.
반면 탄소세는 같은 조건에서 소비자물가 변동성을 일관되게 높이지 않았다. 탄소세 충격의 소비자물가 변동성 추정치는 1년 뒤 -0.06%포인트, 3년 뒤 -0.03%포인트, 4년 뒤 0.06%포인트였다. 연구진은 탄소세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엇이 차이를 갈랐나?
차이는 가격 결정 방식에서 갈렸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배출총량을 정한 뒤 기업이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고파는 구조다. 경기 흐름, 에너지 수요, 정책 변화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수시로 바뀐다.이 가격 변동이 전기와 연료 등 에너지 가격에 먼저 반영되고, 이후 기업 생산비를 거쳐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번질 수 있다.
반면 탄소세는 정부가 세율을 정하는 방식이다. 세율과 과세 기준이 자주 바뀌지 않는 한 기업이 부담하는 탄소 비용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보고서는 배출권거래제의 물가 영향이 단순히 어떤 산업에 적용되느냐보다 배출권 가격 자체의 변동성과 더 관련이 크다고 봤다. 배출권 가격이 크게 흔들릴수록 소비자물가, 에너지 물가, 근원물가 변동성이 더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오염 배출이 많은 산업 비중이 큰 국가는 에너지 물가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났다. 배출권을 무상으로 많이 나눠준 경우에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줄어 물가 변동성 확대 효과가 완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근원물가 충격 번져..."중앙은행·정책당국의 점검 필요"
보고서는 배출권거래제가 통화정책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가격제가 물가 수준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변동성까지 키우면 중앙은행은 일시 충격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물가 신호를 해석하는 과정이 복잡해지는 셈이다.
연구진은 각국이 파리협정 목표를 맞추기 위해 탄소가격제 적용 범위와 가격 수준을 높일 가능성이 큰 만큼, 배출권거래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물가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배출권 가격 자체가 크게 흔들릴수록 에너지 가격과 근원물가로 충격이 번질 수 있어 중앙은행과 정책당국의 점검 필요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한국에도 시사점이 있다. 한국은 제조업과 에너지 다소비 업종 비중이 큰 경제 구조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운용하고 있다. 탄소 감축을 강화하더라도 배출권 가격이 과도하게 출렁이면 기업 비용과 생활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배출권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가격 급등락을 완화할 장치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이 물가 안정 측면에서도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도 배출권 시장의 가격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여창 KDI 부연구위원은 "국내 배출권거래제가 2015년 개설 이후 거래 규모는 커졌지만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배출권 가격이 급등할 경우 정부가 예비분을 공급하고, 총공급량 장기계획을 사전에 공고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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