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카금융스캔들]①지원금이라더니 퇴사하자 '빌린 돈'?...청년 채용 미끼 된 인카금융 정착지원금
▷"1년 버티면 환수 안해" 약속했지만...퇴사하자 '채무' 둔갑해 지급명령
▷계약서 없는 구두 약속의 '함정'..."청년 채용 미끼 악용" 비판
▷사측 "개인 일탈" 선그어...전문가 "관리·감독의 비판 피하기 어려워"
사진=인카금융서비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법인보험대리점(GA) 코스피 상장사인 인카금융서비스의 VIP 지점에서 신입 설계사를 상대로 정착지원금을 약속해 채용한 뒤 퇴사 국면에서 해당 금액을 '개인 간 돈거래'로 둔갑시켜 반환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사측은 설계사 개인의 일탈에 따른 사적 거래일 뿐이라며 본사의 관리·감독 책임에는 선을 그었다. 업계 관행과 달리 개인 계좌 지급, 구두 안내, 지급명령과 압류까지 이어진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착지원금이 청년 채용의 미끼로 악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본사의 관리·감독 책임도 도마에 올랐다.
◇지원금이라더니 퇴사하자 법원에 지급명령

팀장 B씨가 A씨의 업무 시작 초기 단계에 지급한 정착지원금 내역/ 생성형 AI(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20대 대학생인 A 씨는 인카금융서비스의 한 지점 팀장B 씨로부터 "1년 근무 일수를 채우면 정착지원금 9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회사에 입사했다. 본지가 확보한 계좌 거래내역에는 A 씨의 개인 계좌를 통해 해당 금액이 수개월에 걸쳐 나눠 입금된 사실이 확인됐다.
A 씨에 따르면 팀장 B 씨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정착지원금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 중 260만원 가까이 빌려줄 것을 요청했고 A 씨가 이에 응해 팀장의 계좌에 송금했다. A 씨는 이후 급여 수준이 생활비 충당하기에 부족해 빌려간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A 씨가 약 1년 4개월 가량 근무 일수를 채운 뒤 퇴사 의사를 밝히면서 발생했다. 팀장 B씨가 "해당 금액은 정착지원금이 아니라 A 씨가 당시 빌려간 개인 자금"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며 정착지원금 지급 자체를 부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팀장 B씨는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그러나 당시 소송 서류가 공시송달(법원 공고 송달)로 전달되면서 A씨는 소송과 판결 사실을 알지 못했고, 항소할 기회를 놓친 채 압류 절차를 먼저 겪게 됐다. A씨는 최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추후 보완항소(추완항소)를 제기했으며 현재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취재 결과, 해당 지점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피해를 입은 인물이 추가로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조사 과정에서도 정착지원금 운영 및 관리를 포함 최소 17건 이상의 위반 사항을 포착했다.
◇업계 생리에 어두운 사회초년생을 노린 '구두 약속'
정착지원금이란 보험 영업 경험이 없는 신입 설계사가 초기 소득 공백을 버틸 수 있도록 보험사나 GA가 지급하는 활동 지원비를 말한다. 보통 보험 영업 특성상 입사 초반에 계약체결이 어렵고 소득이 불안정한 점을 고려해 최소한의 생활과 활동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다만 이와 같은 정착지원금은 아무런 대가 없이 지급되지 않고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반환 의무가 사라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즉 보험설계사가 보험회사 또는 보험대리점이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이직이나 해촉하는 경우 지급받았던 정착지원금을 반환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정착지원금은 일반적으로 법인 명의 계좌에서 지급되며 지급 조건과 금액을 명시한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한 뒤 지급된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채용 과정에서 정착지원금이 공식 문서 없이 구두로만 안내되고 관리자 개인 계좌를 통해 지급될 경우, 업계 생리에 어두운 신입 설계사로서는 이것이 정상적인 지급 구조인지 판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종 업계 관계자는 "신입 설계사는 수수료나 정착지원 체계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입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식적인 문서 확인과 사전 설명 절차가 생략된 채 구두로만 이뤄진 금전 거래는 결국 정보가 부족한 신입 설계사에게 입증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적 함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령 지급 방식의 부적절함을 인지하더라도 지점 관리자와의 사실상 수직적 관계에 놓인 신입 설계사가 즉각 문제를 제기하거나 계약 조건을 재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신입 설계사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지만 영업 기반이 없는 초기에는 지점이나 관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 탓에 금전 지급 방식이나 환수 조건에 의구심이 생겨도 부당한 계약 조건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이런 구조적 특성을 감안해 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계약 조건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장치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초기 정착' 명목의 지원금...알고 보니 설계사 가두는 '채용 미끼'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인카금융서비스 한 지점의 채용 공고. 상세 내용에 '월급 500만원', ‘정착지원금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명시하며 고정된 급여와 정착지원금 지급을 주요 혜택으로 강조하고 있다. 사진=중고거래 플랫폼 ‘당근’ 내 게시물 캡쳐.
문제는 이번 사례가 일반적인 '조건 미충족에 따른 환수 분쟁'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정착지원금 분쟁은 재직기간 등 약정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지만 이번 사례는 채용 당시 ‘정착지원금’으로 안내됐던 금액이 퇴사 이후 ‘개인 채무’로 규정되며 환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지원금의 성격이 사후적으로 채무로 전환되면서 지급명령과 압류 절차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정착지원금 제도의 본래 취지가 채용 유인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순덕 롤링주빌리(금융 시민단체) 이사는 "설계사가 고객의 조기 해약에 따른 수수료 환수 책임을 이미 지고 있는 상황에서, 퇴사를 이유로 정착지원금을 추가 환수하는 것은 동일한 위험을 설계사에게 전가하는 사실상 이중의 부담 구조를 짊어지게 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안은 정착지원금이 사실상 채용 미끼처럼 제시된 뒤 퇴사 시점에 환수 명목으로 악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착지원금이 회사나 대리점 차원이 아닌 개인 명의로 지급되고 별다른 설명없이 지급명령까지 이어지는 방식은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정착지원금을 악용한 사례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이 설계사의 신뢰를 악용한 사기적 채용 유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도 나온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반복적이고 구조적으로 이뤄졌으며 애초부터 반환의무 없는 지원금처럼 설명해 입사를 유도한 정황이 입증된다면 단순 민사분쟁을 넘어 사기적 채용 유인 내지 기망행위로 평가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일탈로 선 그은 사측...전문가 "본사의 관리·감독 사각지대 문제"

인카금융서비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조직도. ‘준법감시실’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두고 내부통제와 완전판매를 관리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사진=인카금융서비스
인카금융서비스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당사는 소속 설계사의 위반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영업행위 감독을 시행하고 있다"며 "다만 회사가 설계사의 개인적인 계좌 이체나 사적 거래를 들여다보는 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관리 책임에 선을 그었다.
준법감시기구를 통한 내부통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본 사안은 설계사가 당사에 보고나 승낙을 요청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저지른 일탈 행위"라며 "준법감시 체계 내에서 사전에 포착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사전에 인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부 통제 및 관리·감독 체계의 부실을 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설계사 개인의 도덕적 해이'탓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보통 정착지원금은 회사 규정에 따라 지급되기에 개인 계좌를 거쳤다면 형식상 개인 거래처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핵심은 계좌 명의보다 금전의 실제 성격이다. 해당 금액이 채용이나 근속 조건과 직결되어 있었다면 이를 단순한 개인 간 거래로만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본사가 내부통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데 대해 최 교수는 "회사가 개인 간의 모든 계좌 이체를 사전에 알거나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방식이 특정 조직에서 반복되거나 채용 과정과 결부되어 있었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본사의 관리·감독 사각지대 문제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정말 문제 없나?...핵심 질문에 '묵묵부답'
정말 사측의 주장대로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던 걸까?
이에 대해 본지는 해당 지점 관계자에 대한 내부 징계나 해촉 등 자체 조사가 진행되었는지, 또한 지점 내 부당한 금전 거래 방지를 위해 어떠한 예방·점검 활동을 해왔는지 관련 근거 자료와 함께 답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인카금융 측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사적 금전거래는 유사수신 행위로 변질될 위험이 매우 큰 만큼, 금융감독원 조사와 별개로 사측의 즉각적인 자체 조사와 관련자 징계가 병행됐어야 한다"고 짚었다. 인카금융 측의 1차 답변자료에 따르면, 당사는 사적인 금전거래를 금지하고 있고 이는 경우에 따라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 당사 내부 징계 및 해촉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이어 "현장에서 실질적인 점검 활동이나 예방 지침 하달이 이뤄졌는지 묻는 질문에 침묵하는 것은 사실상 내부통제의 허점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사적 금전거래 당사자에 대한 해촉 등 사후 조치는 물론 평소 설계사들에게 금지 원칙을 반복적으로 고지하고 점검했다는 근거조차 입증하지 못한 채 내부통제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최소한의 사후적 조치와 예방·점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는 결국 '관리 사각지대'를 방치한 본사의 책임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이어 그는 "보험영업 조직 내 금전거래는 엄격히 금지되는 행위다. 이런 거래는 유사수신이나 횡령, 사기 등 중대한 금융사고로 비화할 수 있는 만큼, 사측은 금지행위가 확인되거나 의심 정황이 드러난 즉시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조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연루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차원의 엄정한 해촉과 추가 조치를 지체 없이 공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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