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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솟값 내리며 물가상승률 둔화…기름값·가공식품 부담은 여전

▷10월 소비자물가 2.8% 상승…채소·과일 가격 하락이 상승 폭 제한
▷석유류 14.9%·공업제품 4.4% 상승…즉석식품·빵 등 가공식품도 오름세
▷근원물가 2.8% 유지…품목별 가격 흐름 달라 체감물가 개선은 제한적

입력 : 2026-11-03 09:30
채솟값 내리며 물가상승률 둔화…기름값·가공식품 부담은 여전 (인포그래픽=국가데이터처)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달보다 소폭 낮아졌다. 가을철 농산물 출하가 늘면서 채소와 과일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그러나 석유류와 가공식품, 외식비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품목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체 물가상승률은 둔화했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고르게 완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20.73(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전달 상승률인 2.9%보다 0.1%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3.2%를 기록한 뒤 7월 2.8%, 8월 3.1%, 9월 2.9%, 10월 2.8%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10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대였지만 전월 대비 물가지수는 0.2% 올랐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8%로 전달과 같았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도 2.8% 상승해 전달 2.7%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전체 물가의 오름세가 다소 둔화했음에도 기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전월 대비 물가지수는 0.2% 상승했다. (자료=국가데이터처) 

 

◇ 채소·과일 가격 하락에 상승세 둔화…석유류는 14.9% 급등

 

이번 물가상승률 둔화에는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7% 하락하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4%포인트 낮췄다. 농산물은 7.5%, 채소류는 11.2% 각각 하락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상추 가격이 44.3% 떨어졌고 오이(-39.5%), 호박(-38.4%), 시금치(-36.1%), 사과(-13.4%), 배추(-11.8%) 등도 하락했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작황 호조와 농산물 출하 증가가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을 들어 태풍 피해가 크지 않았고, 앞서 가격이 크게 올랐던 상추와 호박 등의 출하가 늘면서 채소 가격의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반면 농축수산물 전체가 하락한 것과 달리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4.8%, 5.4% 상승했다. 국산 쇠고기는 9.1%, 고등어는 9.3% 올랐다. 같은 식료품 안에서도 품목에 따라 가격 흐름이 엇갈린 것이다.

 

공업제품의 상승세는 더욱 뚜렷했다.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4.4% 오르며 전체 물가를 1.46%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석유류 가격은 14.9% 상승해 전체 물가상승률을 0.56%포인트 높였다.

 

경유 가격이 19.7%, 휘발유 가격이 11.6% 상승한 영향이 컸다. 지출목적별로도 교통 부문 물가는 6.8% 올라 전체 물가상승률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결국 농산물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역할을 했지만, 석유류를 중심으로 한 공업제품 가격 상승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한 셈이다.

 

◇ 즉석식품·외식비도 상승…물가 둔화 체감하려면

 

가계가 자주 구매하는 가공식품과 외식비에서도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10월 가공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전달 상승률인 2.1%보다 0.8%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특히 즉석식품 가격은 12.4% 상승했고 빵은 5.9%, 라면은 1.4% 올랐다.

 

이 심의관은 브리핑에서 가공식품의 출고가 인상이 순차적으로 반영됐고, 추석 전후 할인행사가 끝나면서 가격이 정상화된 점도 상승 폭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외식 물가 역시 전달 2.5%에서 10월 2.9%로 상승 폭이 커졌다. 개인서비스 전체 물가는 3.3% 올랐고,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는 3.6%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6% 올라 전달 2.5%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특히 식품 이외 생활물가는 3.2% 상승하며 식품 부문의 상승률(1.5%)을 웃돌았다.

 

이는 채소와 과일 가격 하락이 장바구니 부담을 일부 덜어주더라도 연료비와 외식비 등 다른 지출에서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사실이 곧바로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 자체의 하락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가격의 변화율이다. 상승률이 둔화하더라도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로 오를 수 있다.

 

이번 통계에서 주목할 부분도 여기에 있다. 농산물 가격 안정이 전체 물가 상승을 억제했지만,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2.8%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체 물가상승률이 얼마나 낮아지는지뿐 아니라 가격 상승이 집중된 품목에서 부담이 완화되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일시적인 농산물 가격 하락에 의존하기보다 가공식품과 개인서비스 등에서 상승 압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물가 안정의 성과는 통계상 상승률 둔화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구매하고 지출하는 품목의 가격 부담까지 완화될 때 비로소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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