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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공장 앞당기는 휴머노이드…로봇값보다 비싼 ‘현장 적응’

▷BMW 공장 ‘피규어 02’, 11개월간 차량 3만대 이상 생산 공정 지원
▷기존 작업대·통로 활용하면서 위험공정 투입…생산라인 전환도 유연
▷로봇 본체는 도입비용의 20%…현장 최적화·시스템 통합이 상용화 관건

입력 : 2026-09-28 17:30
24시간 공장 앞당기는 휴머노이드…로봇값보다 비싼 ‘현장 적응’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술 시연장을 벗어나 자동차 공장과 물류센터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새로운 작업을 학습하면서 사람에게 맞춰진 생산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고 배터리를 스스로 교체하며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구상도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다만 휴머노이드가 실제 생산성을 높이려면 로봇 본체 가격뿐 아니라 공정별 맞춤 작업과 시스템 연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춰야 한다. 작업 속도와 내구성, 안전인증도 넘어야 할 과제다.

 

KB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에 들어오면 생기는 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로봇기업 피규어AI가 개발한 ‘피규어 02’는 BMW 공장에 투입돼 11개월 동안 BMW X3 3만대 이상의 생산 공정을 지원했다.

 


BMW 공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2(자료=KB경영연구소)
 

보고서는 피규어 02가 작업자 부담이 크고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용접 패널 안착 공정에서 99%의 작업 정밀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피규어AI는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모델인 ‘피규어 03’을 부품 공급과 물류 시퀀싱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다.

 

완성차 기업들도 휴머노이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공장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순차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필요한 부품을 정해진 순서에 맞춰 공급하는 시퀀싱 작업을 맡기고, 2030년까지 부품 조립과 중량물 운반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도요타의 캐나다 공장에는 애질리티로보틱스의 ‘디지트’ 7대가 배치돼 부품 상자를 내리고 옮기는 작업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최대 주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동형 양팔 로봇 ‘RB-Y1’이 쿠팡 물류센터에서 성능 검증에 들어갔다.

 


물류 창고에서 박스를 운반 중인 ‘디지트’(사진 왼쪽), 소포 분류 공정에서 작업 중인 ‘피규어 03’ (자료=KB경영연구소)
 

◇ 정해진 동작 반복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

 

휴머노이드와 기존 산업용 로봇의 가장 큰 차이는 작업을 배우고 바꾸는 방식에 있다. 기존 로봇은 엔지니어가 좌표를 입력하거나 로봇 팔을 직접 움직이며 동작을 가르치는 수동 교시에 의존한다. 생산 품목이나 작업 순서가 바뀌면 재프로그래밍과 설비 조정이 필요하다.

 

반면 휴머노이드는 시각(Vision)·언어(Language)·행동(Action)을 결합한 VLA 모델을 이용해 사람의 작업을 관찰하고 모방한다. 공정이 바뀌어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새로운 작업을 익힐 수 있다. 산업용 로봇이 정해진 조건과 경로 안에서 정확한 반복 작업을 수행한다면 휴머노이드는 변화하는 물리적 환경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셈이다.

 

인간의 신체 구조를 모방했다는 점도 공장 도입의 문턱을 낮춘다. 기존 산업용 로봇을 설치하려면 작업 반경과 높이에 맞춰 전용 받침대와 집게, 컨베이어 위치 등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사람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펜스나 라이트커튼도 필요하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이 사용하던 작업대와 통로, 계단, 손잡이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카메라와 라이다 등 센서를 통해 주변 작업자와 장애물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역할을 나누는 협업형 운용도 가능하다.

 

생산 품목 전환에도 유리하다. 새로운 동작을 학습해 소량 맞춤 조립과 대량 반복 조립 사이를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시간대에는 다품종 소량 주문에 대응하고, 다른 시간대에는 같은 시설을 활용해 대량생산하는 방식도 가능해진다.

 

◇ 위험공정 대신하고 배터리 스스로 교체

 

휴머노이드가 가장 먼저 투입될 가능성이 큰 곳은 화학물질과 유독가스에 노출되거나 고온·고압 상태에서 작업해야 하는 위험공정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분석에 따르면 정유공장과 석유화학단지, 제철소 등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면 작업자가 질식·폭발 위험구역에 들어가는 시간을 최대 70% 줄일 수 있다.

 


유독가스발생가능지역근무가능한휴머노이드(사진 왼쪽), 유비텍의 배터리 자가 교체 로봇 ‘워커 S2’(자료=KB경영연구소)
 

현대차가 도입할 아틀라스는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방진·방수 성능도 갖춰 전도성 분진이 발생하거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충전에 따른 가동 중단 문제도 개선되고 있다. 중국 유비텍의 ‘워커 S2’는 듀얼 배터리 기반의 핫스왑 기술을 적용해 전원을 끄지 않고 약 3분 만에 배터리를 자체 교체한다. 교대근무나 피로 누적 없이 충전과 정비만으로 계속 일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하면서 연중무휴 공장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 로봇값 낮아져도 통합비용 못 잡으면 한계

 

휴머노이드가 기존 산업용 로봇과 숙련공을 곧바로 대체하기는 어렵다. AI가 시각과 촉각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음 동작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판단 지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초당 수 미터 속도로 부품을 분류하고 옮길 수 있지만, 휴머노이드는 매 동작에 앞서 주변 상황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보고서는 테슬라 공정을 분석한 결과 로봇이 배터리 셀을 집어 트레이로 옮기기 전 0.5~1초가량 멈춰 비전 센서 데이터를 재연산하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짧은 지연이라도 여러 작업에서 반복되면 단위 시간당 생산량은 사람이나 전용 로봇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휴머노이드는 고속 정밀 작업이 필요한 주력 조립라인보다 부품 키팅과 보조 분류, 물류 이송, 정비 지원 등 속도 부담이 적은 간접 공정부터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도 문제다. 국제로봇연맹이 제시한 로봇 시스템 비용 구성은 로봇 본체 20%, 주변 설비 30%,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SI)이 50%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는 현장 통합 비용이 로봇 하드웨어 가격의 1~3배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상공간에서 충분히 훈련한 로봇도 실제 공장에 투입되면 진동과 조도, 자재의 질감 차이에 적응하기 위한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생산관리 시스템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도록 연결하는 작업까지 포함하면 수주에서 수개월간 현장 엔지니어의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

 

휴머노이드 도입 경쟁에서 로봇 한 대의 가격과 눈에 띄는 시연 장면에만 관심을 둘 경우 실제 산업 현장의 변화를 놓칠 수 있다. 공장에서는 화려한 동작보다 같은 품질의 작업을 얼마나 오랫동안 반복하는지, 고장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빨리 복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휴머노이드의 경제성도 구매가격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설치와 공정 최적화, 기존 생산 시스템 연동, 유지보수까지 포함한 총비용과 실제 생산량을 함께 따져야 한다. 결국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승부처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기술보다, 이 로봇을 공장에 얼마나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정착시키느냐에 있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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