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많이 내 집 산 가구, 금리 1%p 오르면 연체비율 0.81%p 상승
▷전체 차입가구 금리 충격 영향은 제한적…취약가구는 평균과 달라
▷고차입 주택취득가구 71%가 중·고소득층…소득 높아도 안심 못 해
▷가구원 한 명 연체하면 1년 내 다른 가구원 연체 가능성 8.8%
사진=연합뉴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금리가 오르더라도 차입 가구 전체의 연체비율은 대체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주택을 구입하면서 소득에 비해 많은 빚을 낸 가구(고차입 주택취득가구)는 큰 폭의 금리 상승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만으로 가계부채 위험을 판단하면 고차입 가구에 집중된 부실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7일 발표한 ‘가구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할 경우 차입 가구의 평균 연체비율은 기존 3.35%에서 0.27%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2024년 실제 연체비율 상승폭인 0.19%포인트를 소폭 웃돌지만, 전체 차입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금리 상승의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이라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이번 분석에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정보를 기초로 구축한 약 206만 가구 규모의 가구DB가 활용됐다. 개인별 부채뿐 아니라 같은 가구에 속한 구성원의 소득과 자산, 부채, 지출을 함께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저소득층·자영업자는 작은 금리 충격에도 취약
전체 평균과 달리 가구의 소득과 직업에 따라 금리 충격의 영향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025년 말 기준 소득 1분위와 2분위 가구의 연체비율은 각각 5.45%, 4.38%로 전체 평균인 3.35%보다 높았다. 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12개월 뒤 연체비율도 각각 0.48%포인트와 0.40%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영업자·법인대표 가구의 기존 연체비율 역시 4.47%로 평균을 웃돌았다. 금리 상승 이후 예상되는 연체비율 증가 폭은 0.32%포인트로 다른 직업군보다 컸다. 현재 연체 수준이 높은 가구일수록 추가적인 금리 부담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가구의 평균적인 재무건전성 지표가 개선됐다는 점도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다. 가구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을 나타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자산 대비 부채비율(LTV)은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연체비율은 2021년을 저점으로 다시 상승했다. DSR과 LTV가 높은 가구일수록 연체비율도 뚜렷하게 높았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금리 1%p 오르면 고차입가구 연체비율 0.81%p 상승
보다 큰 금리 충격에서는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의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주택을 취득한 가구 가운데 주택 구입 당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증가 폭이 상위 10%에 해당하는 가구를 ‘고차입 주택취득가구’로 분류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이들 가구의 12개월 후 연체비율은 0.81%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주택보유가구의 상승 폭인 0.56%포인트보다 0.25%포인트 높다.
기존 주택보유가구의 상승 폭인 0.52%포인트는 물론, 주택을 새로 취득했지만 과도하게 빚을 늘리지 않은 가구의 0.64%포인트도 웃돌았다. 2022년 금리 상승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2023년 실제 연체비율 상승 폭 0.55%포인트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의 취약성을 단순히 저소득층 문제로 보기도 어렵다. 이들 가구의 약 71%는 소득 3분위 이상 중·고소득층이었다. 그럼에도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비율 증가 폭은 소득 2분위 가구의 0.83%포인트와 비슷했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주택 구입 과정에서 빚을 급격히 늘리면 금리 충격을 견딜 여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명의 연체가 가구 전체 부실로 확산
고차입에 따른 위험은 개별 차주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에서 한 가구원이 연체하면 12개월 안에 다른 가구원도 연체할 가능성은 8.8%로 나타났다. 기존 주택보유가구의 4.6%보다 약 1.9배 높고, 일반 주택취득가구의 5.4%도 크게 웃돈다.
가족 구성원이 소득과 생활비, 대출 상환 부담을 공유하는 만큼 한 사람의 연체가 다른 구성원의 신용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개인별 대출 건전성만 살피는 기존 방식으로는 이러한 위험 전이를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분석은 가구DB에 금융자산 정보가 포함되지 않아 주택 구입 당시 가구가 예금 등 유동자산을 얼마나 소진했는지는 반영하지 못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실제 연체비율의 확정적인 전망치라기보다 가구별 상대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해야 하는 이유다.
전체 차입 가구의 평균 연체비율이 안정적이라는 결과만으로 가계부채 위험이 크지 않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평균 아래에는 이미 연체비율이 높은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소득에 비해 빚을 많이 낸 주택취득가구가 존재한다. 앞으로 가계부채 관리도 차주 개인의 소득과 부채만 보는 데서 나아가 가구 전체의 상환능력과 구성원 간 위험 전이 가능성을 함께 살피는 방향으로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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