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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늘어난 산업현장…안전관리도 ‘언어 장벽’ 넘는다

▷작업 변경·위험정보 전달 오류 자칫 사고로…다국적 근로자 소통 과제
▷비계기술원·애니챗, AI 다국어 소통 플랫폼 공동 추진
▷NFC·QR로 즉시 접속…사투리·구어체·산업 전문용어까지 번역

입력 : 2026-08-26 14:20
외국인 근로자 늘어난 산업현장…안전관리도 ‘언어 장벽’ 넘는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오늘 A구역 도장 작업은 취소하고 B구역 비계 해체로 변경됐습니다. 10시에 크레인이 먼저 진입하니 작업 동선을 확보하세요.”

 

건설현장에서는 날씨와 장비 투입, 공정 진행 상황에 따라 당초 작업계획이 갑자기 바뀌는 일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변경사항을 외국인 근로자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경우다. ‘크레인’이나 작업구역 같은 일부 단어는 알아들었더라도 언제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와 같은 핵심 지시를 놓친다면 기존 작업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늘고 있는 산업현장에서 ‘언어 장벽’이 안전관리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일상적인 의사소통의 불편을 넘어 작업 변경이나 위험요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뿐 아니라 조선과 플랜트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여러 국적의 근로자가 함께 일하면서 한국인 관리자와 외국인 근로자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서도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한국비계기술원과 다국어 AI 번역 전문기업 애니챗이 산업현장의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한 AI 기반 다국어 소통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작업계획 수시로 바뀌는데…번역 오류는 안전 문제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작업환경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현장에서는 날씨와 장비 투입 시간, 공정 지연 등에 따라 작업계획과 작업자의 동선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이 근로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작업 지연에 그치지 않고 안전사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늘면서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번역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소음이 발생하고 사투리나 구어체가 사용되는 데다 건설·산업 분야의 전문용어가 섞이면서 기존 번역 방식으로 정확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일반적인 일상회화에서 다소 부정확한 번역은 대화 과정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지만 작업지시와 안전정보는 상황이 다르다. 작업 위치나 장비 투입시간 등 핵심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경우 작업자의 행동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현장에서는 ‘번역이 가능한가’보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셈이다.

 

◇한국비계기술원·애니챗 손잡아…산업현장 특화 AI 번역



8월 25일 한국비계기술원 수도권본부에서 열린 '산업현장 AI 다국어 소통 플랫폼' 공동사업 출범식에서 이승진 애니챗대표(왼쪽 세번째)와 박봉식 한국비계기술원 부원장(왼쪽 네번째)과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애니챗)
 

한국비계기술원과 애니챗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현장에 특화된 AI 다국어 소통 플랫폼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양측은 지난 25일 경기 안성 한국비계기술원 수도권본부에서 박봉식 부원장과 이승진 애니챗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현장 AI 다국어 소통 플랫폼 공동 출범식’을 열고 협력을 본격화했다.

 

애니챗은 산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AI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한국비계기술원은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 데이터베이스(DB)를 지원한다. 향후 건설과 플랜트, 조선소 등 실제 산업현장으로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일반적인 문어체를 번역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산업현장에서 실제 사용하는 말을 처리하는 것이다.

 

애니챗은 자체 개발한 AI 엔진과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사투리와 구어체 지시사항, 공정 및 산업 전문용어 등을 여러 언어로 번역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한국비계기술원이 현장 전문용어 DB 구축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번역 시스템에 반영해 현장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QR 찍으면 다국어 대화방…여러 국적 근로자 동시 소통

 

사용 방법도 현장 접근성을 고려했다. 근로자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거나 회원가입, 개인정보 입력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작업모와 안전조끼 또는 현장 입구 등에 부착된 NFC 태그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다국어 대화방에 바로 접속하는 방식이다.

 

특히 한 명의 관리자와 한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대일로 대화하는 방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대화방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여러 근로자가 동시에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관리자가 한국어로 작업구역 변경이나 안전지시 등을 말하면 베트남어와 중국어, 우즈베크어 등 참여한 근로자의 언어로 실시간 번역해 음성으로 전달한다.

 

예컨대 작업 도중 관리자가 작업구역이 변경됐다는 내용을 한국어로 전달하면 같은 대화방에 접속해 있는 서로 다른 국적의 근로자들이 자신의 언어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여러 국적의 근로자가 동시에 투입되는 산업현장의 특성을 고려한 방식이다. 관리자 한 사람이 각각의 언어로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서 전달하기보다 하나의 대화방에서 같은 작업지시를 동시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안전수칙 번역’ 넘어 실시간 작업지시까지

 

양측이 추진하는 플랫폼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미리 번역된 안전수칙을 제공하는 것보다 실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사전에 정해진 안전수칙뿐 아니라 작업 중 발생하는 변경사항을 즉각 전달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업구역이 갑자기 변경되거나 장비 투입시간이 달라지는 경우, 새로운 위험요소가 확인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미리 만들어둔 다국어 안내문보다 현장에서 발생한 내용을 바로 번역해 전달하는 기능이 중요해진다.

 

애니챗 측은 관련 솔루션을 일부 건설현장과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등에서 시범 도입해 운영한 결과 작업 변경사항과 안전지침을 근로자의 모국어로 전달하면서 작업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비계기술원과 애니챗은 앞으로 이러한 다국어 소통 방식을 산업현장에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홍기철 한국비계기술원 원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환경에서 안전관리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며 “애니챗과의 협력을 통해 현장의 언어 장벽을 허물고,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는 동시에 작업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안전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진 애니챗 대표는 “단순 번역을 넘어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글로벌 AI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향후 이미지·문서 번역과 API 기반 B2B 사업 및 다양한 플랫폼과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확대는 국내 산업현장의 인력 구성뿐 아니라 안전관리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안전수칙을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작업자가 실제 현장에서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과정까지 안전관리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작업환경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건설·조선·플랜트 현장에서는 언어 장벽으로 작업지시가 끊기는 순간이 새로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산업현장에서 ‘말이 통한다’는 것은 편의를 넘어 안전의 문제다. 여러 국적의 근로자가 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는 만큼,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역시 ‘한국어로 전달하는 것’에서 ‘각자의 언어로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것’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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