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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마약류 관리, AI 상시감시로 전환…프로포폴 오남용 정조준

▷식약처, 징벌적 과징금·명단공표·행정처분 3배 강화 추진
▷K-NASS로 10억건 데이터 분석…연 2~3회 모니터링서 365일 감시체계로

입력 : 2026-06-18 12:17
의료용 마약류 관리, AI 상시감시로 전환…프로포폴 오남용 정조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026년 하반기 의료용 마약류 안전관리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의료용 마약류 관리체계가 ‘사후 적발’ 중심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상시 감시’ 체계로 전환된다.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 오남용 문제가 반복되는 가운데 정부는 불법 유출·목적 외 투여 등 중대한 위반행위에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하고, 의료 현장의 마약류 처방·투약 데이터를 365일 분석하는 감시망을 가동하기로 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026년 하반기 의료용 마약류 안전관리 추진계획 브리핑에서 “우리 사회에서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단호히 끊어낼 수 있도록 철저한 감시와 엄정한 제재로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단속, 데이터 감시, 예방교육, 사회 재활을 한꺼번에 묶은 종합 대책이지만, 핵심은 의료기관과 마약류 취급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AI 기반 감시를 상시화한다는 데 있다.

 

◇불법 유출·목적 외 투여에 징벌적 과징금

 

식약처가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제재 강화다.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유출 등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 부당이익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도 업무정지를 과징금으로 갈음하는 제도는 있었지만, 과징금 액수가 낮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별도의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해 마약류 취급자의 경제적 책임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단순 행정착오나 시스템 입력 오류까지 징벌적 과징금 대상으로 보지는 않는다. 식약처는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징벌적 과징금의 대상은 고의성이 없는 경미한 관리 소홀이나 오기가 아니라, 치료 목적 외 고의적 불법 투여, 마약류의 외부 무단 유출·유통 등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설명했다. 의료기관 현장의 단순 실수와 범죄성 행위를 구분하겠다는 취지다.

 

행정처분도 강화된다. 도난·유출 등 마약류 관리가 미흡한 취급자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기존보다 3배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명단과 불법행위 내용을 공표하는 제도도 검토된다. 명단공표는 의료기관과 취급자의 경각심을 높일 수 있지만, 기준이 모호할 경우 현장의 반발도 예상된다. 식약처는 관련 기관·단체 의견수렴을 거쳐 공표 방식과 기준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고 보상금 제도도 넓어진다. 현재 최대 3억원인 보상금 대상을 신고자뿐 아니라 범인 검거에 협조한 사람까지 확대해 내부 제보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용 마약류 불법 투여나 유출은 내부자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식약처도 “내부에서 일어나는 은밀한 일은 내부 제보와 협조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분별한 신고나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시행령 단계에서 보상 횟수와 지급 기준 등 세부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10억건 데이터, AI로 분석…감시 주기 ‘연 2~3회’서 ‘365일’로

 

이번 대책에서 가장 큰 변화는 AI 감시체계다. 식약처는 기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AI와 결합해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통합감시시스템인 K-NASS를 본격 운영한다.

 

NIMS에는 의료용 마약류의 제조·수입부터 유통·처방까지 전주기 데이터가 입력된다. 전 국민이 언제, 어떤 의료용 마약류를, 얼마나 처방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데이터 규모다. 식약처 설명에 따르면 NIMS에는 약 10억건의 정보가 축적돼 있다. 그동안 사람이 특정 정보를 추출·분석하려면 약 3주가 걸렸고, 프로포폴이나 페티딘 등 특정 성분별로 따로 분석해야 해 모니터링도 연간 2~3회 수준에 그쳤다.

 

K-NASS가 가동되면 분석 시간은 ‘3주’에서 ‘일 단위’로 줄어든다. 모니터링 주기도 연간 2~3회에서 365일 연속 감시 체계로 바뀐다. 특정 성분을 따로 떼어 분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마약류 전 성분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는 점도 차이다. 의료용 마약류 관리가 사람이 이상 사례를 찾아내는 방식에서, AI가 이상 징후를 먼저 포착하고 현장점검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셈이다.

 

식약처는 AI 모니터링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현장점검을 할 수 있도록 7월 1일부터 의료용 마약류 특별감시단을 신설·가동한다. 특별감시단은 약 50명 규모로 출범하며 지방정부의 마약류감시원, 의료감시원, 식약처와 지방청, 중앙조사단이 함께 통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감시의 우선 대상은 최근 오남용 문제가 불거진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다. 식약처는 수면마취제를 중심으로 전방위 감시에 나서고, 페티딘과 케타민 등에 대해서도 정밀 감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식약처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졸피뎀·프로포폴 투약이력 조회 확대…의료쇼핑 차단

 

환자의 ‘의료 쇼핑’을 막기 위한 투약 이력 조회 대상도 확대된다. 의료용 마약류는 한 의료기관에서만 보면 정상 처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며 반복 처방을 받는 경우 오남용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기존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하다.

 

식약처는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진 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와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투약 이력 조회 대상으로 지정한 데 이어, 6월 19일에는 수면제인 졸피뎀을 추가하고 8월에는 프로포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졸피뎀과 프로포폴은 반복적 사용이나 목적 외 사용 우려가 제기돼 온 대표적 의료용 마약류다.

 

동물병원의 마약류 관리도 강화된다. 병원 안에서 동물에게 마약류를 투약하는 경우 동물 소유자 정보까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하도록 해 감시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동물 진료 영역은 그동안 사람 대상 의료기관보다 상대적으로 관리 논의가 덜했던 영역이다. 동물병원 내 마약류 사용까지 보고 체계에 포함되면 의료용 마약류 관리망은 한층 촘촘해질 수 있다.

 

신종 마약류 대응 속도도 빨라진다. 식약처는 국제기구 등과 공조해 신종 마약류 정보를 입수하고, 신종 마약류를 임시마약류로 지정하는 기간을 기존 약 한 달에서 14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새로운 물질이 빠르게 등장하는 상황에서 지정 절차가 늦어지면 단속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단속만으로는 한계…예방·재활까지 묶어야

 

이번 대책은 단속과 제재에 무게가 실려 있지만, 식약처는 예방교육과 사회 재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마약류 예방교육은 기존 강의 중심에서 뮤지컬, 미술 활동 등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다양화된다. 대학생 마약 예방활동 지원을 통해 청년층의 마약류 인식 개선도 추진한다.

 

중독자에 대해서는 중독 수준에 따른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법무보호복지공단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중독 회복자가 취업을 통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의료용 마약류 문제를 단순히 처벌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중독 예방과 회복 지원까지 연결해야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장에서 제도가 작동하려면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AI 감시가 이상 징후를 얼마나 정확히 걸러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의료용 마약류는 환자의 질환, 수술 여부, 통증 정도, 진료과 특성에 따라 사용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처방량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오남용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AI 분석이 현장 점검으로 이어질 때 의료적 필요와 불법 사용을 구분할 수 있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

 

둘째, 명단공표와 징벌적 과징금의 기준도 명확해야 한다. 불법 유출이나 목적 외 투여처럼 고의성이 뚜렷한 행위는 강하게 제재해야 하지만, 입력 오류나 보고 지연, 단순 관리 미흡까지 같은 수준으로 다루면 의료 현장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식약처가 질의응답에서 경미한 실수는 징벌적 과징금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만큼, 향후 입법 과정에서 대상과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내부 제보 활성화 역시 제도 설계가 관건이다. 의료용 마약류 불법 사용은 내부 제보 없이는 적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고 보상금이 과도한 경쟁이나 악의적 신고로 흐르면 제도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보상금 지급 기준, 허위 신고 제재, 신고자 보호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은 일부 의료기관이나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 처방 데이터, 의료기관 관리, 환자의 의료쇼핑, 불법 유통, 중독 회복 지원이 서로 맞물린 복합 문제다. 이번 대책의 의미는 정부가 그동안의 부분적 점검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상시 감시 체계로 방향을 틀었다는 데 있다.

 

하지만 감시망이 촘촘해지는 것만으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프로포폴과 졸피뎀, 케타민 등 의료용 마약류는 필요한 환자에게는 치료 수단이지만, 관리가 느슨해지는 순간 오남용과 불법 유통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강한 제재와 정교한 의료 판단, 예방과 재활 지원이 균형을 이루는지에 달려 있다. 식약처의 AI 감시체계가 단순한 단속 강화에 그치지 않고 의료용 마약류 관리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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