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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오르는데 거래는 멈칫…주택시장, ‘관망’과 ‘전세 불안’이 갈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 이후 매물 감소…전국 매매가격 상승폭 둔화
▷수도권 전세가격 34개월 연속 상승…월세 비중 확대에 주거비 부담 커져

입력 : 2026-06-17 11:00
집값은 오르는데 거래는 멈칫…주택시장, ‘관망’과 ‘전세 불안’이 갈랐다 16일 KB주택시장리뷰에 따르 면수도권 전세가격은 0.45% 오르며 2023년 8월 이후 34개월 연속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어 있는 매물(사진=연합)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서울에서 전세 계약을 앞둔 실수요자라면 요즘 시장을 단순히 “집값이 오른다”거나 “거래가 줄었다”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매매시장에서는 가격 부담과 세제 불확실성으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움직임을 늦추고 있지만, 전세시장에서는 물건 부족 우려가 이어지며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매매는 관망, 전세는 불안, 월세는 확대라는 서로 다른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셈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KB주택시장리뷰 2026년 6월호’에 따르면 5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7% 상승했다. 다만 상승폭은 전월보다 0.05%포인트 줄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0.33% 올랐지만 상승폭은 둔화됐고, 기타지방도 0.05% 상승에 그쳤다. 5개광역시는 0.02% 하락하며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전국 평균으로는 여전히 상승세지만, 시장의 힘은 이전보다 약해진 것이다.

 

◇ 매매가격은 올랐지만, 시장은 뜨겁지 않다

 

이번 주택시장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전 처분을 계획한 매물이 소진된 뒤 매매시장 내 관망세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매물량은 6월 초 기준 약 6만 건으로 지난 3월 8만 건보다 24% 감소했다.

 

매물이 줄었다는 것은 단순히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만은 아니다. 팔 사람은 세금과 향후 가격을 보고 버티고, 살 사람은 가격 부담과 정책 변수를 보며 기다리는 구조가 강해졌다는 의미다. 가격은 소폭 오르지만 거래가 활발하게 뒤따르지 않는 시장, 즉 ‘얇은 상승장’에 가까운 모습이다.

 

특히 7월 예정된 세제 개편안에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관망세는 더 길어질 수 있다. 매수자는 세제 개편 이후 가격 조정 가능성을 기다리고, 매도자는 보유 부담이 커지기 전후로 매도 시점을 다시 계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단기적으로 방향성을 잡기보다 매물과 거래가 동시에 줄어드는 소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4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6만9천 건으로 최근 5년 월평균 5만6천 건을 웃돌았다. 그러나 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 전 매물이 집중된 영향이 컸다. 전월 대비로는 3.1% 감소했고, 양도세 중과 회피 수요가 컸던 서울은 15.8% 증가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5월 이후에는 중과 재개 효과가 사라지면서 거래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 아파트보다 비아파트로 이동한 거래…가격 부담의 반사효과

 

눈에 띄는 대목은 주택 유형별 거래 흐름이다. 4월 아파트 거래량은 전월 대비 6.1% 감소했지만 비아파트 거래량은 7.9% 증가했다. 비아파트 거래량은 1만6,578건으로 최근 3년 월평균 1만2,747건보다 30% 많았다.

 

이는 아파트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수요가 빌라·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파트가 여전히 주택시장의 중심이지만, 가격 수준이 높아질수록 실수요자는 대체재를 찾는다. 다만 비아파트 거래 증가를 시장 정상화 신호로만 보기는 어렵다. 비아파트는 환금성, 관리 상태, 전세보증금 반환 위험, 지역별 가격 편차가 크다. 아파트 매수 문턱이 높아진 결과로 비아파트 거래가 늘었다면, 이는 주거 선택지가 넓어졌다기보다 실수요자의 선택 압박이 커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매수우위지수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 이후 둔화될 전망이다. 매수 심리가 살아난 측면은 있지만, 정책 이벤트 전후로 형성된 일시적 거래와 심리 변화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

 

◇ 전세시장은 더 단단한 상승세…수도권 34개월 연속 상승

 

매매시장보다 더 민감한 곳은 전세시장이다. 5월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27% 상승했다. 상승폭은 4월 0.31%보다 다소 줄었지만, 수도권 전세가격은 0.45% 오르며 2023년 8월 이후 34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울은 0.53%, 경기는 0.47% 상승해 전월과 비슷한 상승폭을 이어갔다.

 

전세가격 상승의 핵심은 물량 부족이다. KB전세가격전망지수는 120.1을 기록했고 수도권은 130.5로 더 높았다. 이는 2020년 말 이후 최고치다. 전세수급지수도 173.3으로 13개월 연속 상승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앞으로도 전세가격 상승과 물건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반기 수도권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도 부담이다. 올해 하반기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은 약 6만 호로, 최근 5년 하반기 평균 8만7천 호보다 32% 적다. 전세시장은 입주물량에 민감하다. 새 아파트 입주가 줄면 기존 전세 수요가 분산되지 못하고, 매매시장 관망세까지 겹치면 매수 대신 전세에 머무는 수요가 늘어난다. 매매를 기다리는 수요가 전세시장에 남아 전세가격을 밀어올리는 구조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 월세화 가속…전세 불안은 결국 매달 내는 비용으로 이동

 

전세가격 상승은 월세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5월 전월 대비 0.3% 오르며 7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울은 0.4%, 경기는 0.3% 상승했다. 인천은 0.1% 하락했지만 수도권 전체로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월세화도 뚜렷하다. 4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23만4천 건으로 전월보다 16% 감소했지만, 월세 거래량은 16만 건에 달했다. 전월세 누적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68.5%로 최근 5년 월평균 52.8%를 크게 웃돌았다. 아파트만 놓고 봐도 월세 거래 비중은 51.7%로 202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월세 비중이 4개월 연속 50%를 넘은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 높은 전세보증금, 임대인의 월세 수익 선호가 맞물리면서 월세 전환은 더 빨라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 중 월세 비중은 6월 초 기준 48%로 지난해 6월 43%보다 높아졌다. 다만 월세 매물의 절대 물량은 최근 3년 월평균의 78% 수준으로 줄었다. 월세 비중은 늘지만 실제 선택 가능한 물건은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는 세입자에게 더 큰 부담이다.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 월세로 이동해도, 월세 물건이 충분하지 않으면 월세 가격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 분양은 수도권 중심 증가, 미분양은 지역별 온도차

 

분양시장에서는 전국과 수도권의 흐름이 엇갈렸다. 5월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2만5천 호로 전월보다 3.9% 감소했다. 그러나 수도권은 23.8% 증가했고, 비수도권은 27.6% 감소했다. 공급 부족 우려가 큰 수도권에서는 분양물량이 4개월 연속 증가했다.

 

4월 전국 청약 경쟁률은 5.1대 1로 전월 8.4대 1보다 낮아졌다. 서울 외에도 경남 마산, 인천 송도, 대전 서구 등 일부 지역에서 양호한 경쟁률이 나타났지만, 전체적으로 청약 열기는 다소 식었다. 수요가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별화가 더 뚜렷해진 모습이다.

 

미분양은 완만하게 줄고 있다. 4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5,179호로 전월보다 104호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6만9천 호를 기점으로 완만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수도권 미분양은 1,314호 줄어든 반면 비수도권은 부산을 중심으로 1,210호 증가했다. 준공후 미분양은 2만9,504호로 전월보다 924호 줄었다. 숫자로는 개선 흐름이지만, 지역별로는 여전히 부담이 남아 있다.

 

◇ 주담대 다시 증가…거래와 분양이 금융 부담으로 연결

 

주택금융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눈에 띈다. 5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40조8천억 원으로 전월보다 3조2천억 원 늘었다. 3월에는 증가폭이 거의 없었지만 4월 2조7천억 원, 5월 3조2천억 원으로 확대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수도권 중심 거래가 늘었고, 분양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 납부 시기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64조3천억 원으로 전월보다 6천억 원 줄었다. 반전세가 늘고 전세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자금대출 월증감액은 9개월 연속 축소됐다. 전세대출이 줄어드는 것이 곧 주거비 부담 완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면 대출 잔액은 줄 수 있지만, 가계가 매달 부담하는 현금 지출은 늘 수 있다.

 

4월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4.31%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의 소폭 하락이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3월 0.29%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대출 잔액이 다시 늘고 금리 수준이 여전히 4%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회복이 곧 가계 부담 완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 ‘집값 상승’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불균형

 

이번 6월 주택시장 리뷰가 보여주는 핵심은 집값 상승 여부가 아니다. 시장의 불균형이다. 매매시장은 세제 변수와 가격 부담으로 관망세가 커졌고, 전세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월세시장은 전세 불안과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분양시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가 벌어지고, 금융시장에서는 주담대 증가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주택시장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가격과 세제를 지켜보며 기다리고, 전세를 구하는 사람은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을 마주한다. 월세로 이동한 세입자는 매달 나가는 비용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자는 지역별 공급과 청약 경쟁률을 따져야 하고, 대출을 이용한 매수자는 금리와 상환 부담을 계산해야 한다.

 

정책 대응도 이 복합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매매가격만 안정시키는 접근으로는 전세 불안을 해결하기 어렵다. 전세대출 규제만 강화하면 월세화와 현금 지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수도권 공급 확대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입주물량을 늘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전세·월세 물량 관리와 취약 임차인 부담 완화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주택 공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주택시장은 지금 상승장과 하락장이라는 단순한 구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간에 있다. 매매가격은 오르지만 상승폭은 둔화되고, 거래는 정책 이벤트 이후 소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전세와 월세는 여전히 세입자에게 부담을 키우고 있다. 2026년 6월 주택시장의 진짜 위험은 가격 상승 그 자체보다, 매매시장 관망세가 임대차시장 불안으로 옮겨붙는 구조에 있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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