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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구조]③채무조정만으론 못 살린다…사채·실직·질병 겹친 현장, 복지와 일자리가 먼저였다

▷정부지원금 200만원 중 180만원을 사채 상환에 쓰는 ‘생존 불가’ 사례
▷파산 비용 350만원 없어 월세 1년 밀린 내담자도…법률·복지·고용 연계 필요

입력 : 2026.04.09 10:05:00
[빚의 구조]③채무조정만으론 못 살린다…사채·실직·질병 겹친 현장, 복지와 일자리가 먼저였다 생성형 AI(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저신용·다중채무는 통계상 빚의 문제로 보이지만 현장에선 곧 생존의 문제로 드러났다. 채무조정만으로는 위기를 풀 수 없으며, 긴급복지·주거·법률·돌봄을 함께 묶는 ‘복합상담’이 취약계층 지원의 기본 모델이 돼야 한다고 제언이 나왔다.

 

올해 3월 발간된 ‘2025년도 저신용·다중채무자 신용상담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상담이 단순 채무조정에 머물 수 없는 이유를 여러 사례로 보여준다. 상담사들은 부채, 소득, 복지, 돌봄, 법률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는 ‘복합상담’ 방식으로 내담자를 지원했다.

 


한 내담자의 사례를 적은 내용. 내담자는 정부지원금 200만원 가운데 180만원을 사채 상환에 쓰고 있었다. 사진=2025년도 저신용, 다중채무자 신용상담 사업 보고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기초수급자이자 지체장애인인 한 내담자는 정부지원금 200만원 가운데 180만원을 사채 상환에 쓰고 월 2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보고서는 이를 예산 관리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적 실패’로 규정했다. 상담은 긴급복지지원과 지역 사례관리사 연계, 신용회복위원회 특별감면 안내로 이어졌다. 사채를 갚느라 밥값이 사라진 상황에서 채무상담만 권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다른 내담자는 파산을 신청하고 싶어도 비용 약 350만원이 없어 월세를 1년째 밀린 상태였다. 채무는 법적으로 정리해야 하지만, 그 절차에 들어갈 비용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이 사례에서 상담사는 자원봉사 법률기관 연계를 요청하는 ‘옹호자’ 역할까지 수행했다. 국가 제도는 존재하지만, 그 제도에 접근하는 문턱 자체가 취약계층에게는 너무 높다는 점이 드러난다.

 

불법 고금리 사채를 먼저 정리해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 보고서는 일부 상담사가 제도권 채무보다 내담자의 안전과 생존을 위협하는 불법 사채를 최우선 문제로 판단했다고 적었다. 어떤 내담자에게는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가장 위험한 채무부터 끊어내는 방식이 우선 처방이 됐다. 채권 순서보다 생존 순서가 앞선다는 점을 현장이 보여준 셈이다.

 

상담 포기나 조기 종료로 보이는 16.9%를 일률적 실패로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3~4단계 재무 재활이 불가능한 내담자에게는 1~2단계 위기 개입과 외부 시스템 연계만으로도 목표를 달성하는 ‘조기 종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이 진단은 동시에 더 불편한 사실도 드러낸다"며 "공공 안전망이 처음부터 작동했다면 민간 상담이 생존 분류와 응급 연계를 대신할 필요가 크지 않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다중채무 대책의 핵심은 채무조정의 확대만이 아니다. 긴급복지, 주거 지원, 무료 법률구조, 직업훈련, 재취업 연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보고서가 강조한 복합상담은 민간 현장의 실험으로 끝나선 안 된다. 취약채무자 지원의 기본 모델로 공공 전달체계 안에 들어가야 한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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