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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교사운동 "허울뿐인 ‘무늬만 학점제’를 원하지 않아"

▷고교학점제 본질적 가치 지켜야...정책 당국 결단 필요

입력 : 2025.12.29 19:08
좋은교사운동 "허울뿐인 ‘무늬만 학점제’를 원하지 않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학교 현장에서 “허울뿐인 무늬만 학점제는 원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진=좋은교사운동본부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학교 현장에서 “허울뿐인 무늬만 학점제는 원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좋은교사운동본부는 29일 논평에서 고교학점제의 도입 목적이 ‘획일적 교육과정’과 ‘줄세우기식 평가’를 넘어 학생 선택권과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있음에도, 대입 개편과 고교 서열화 존치 등으로 정책 정합성이 무너지고 현장의 실행 역량도 한계에 부딪히면서 제도가 ‘무늬만 선택’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좋은교사운동본부는 “교육정책이 사회적 난제에 빠졌을 때 우선 해야 할 일은 정책의 시작 의도와 목적을 다시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고교학점제가 단순한 학사 행정 변화가 아니라 ‘입시에 종속된 고교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교육 개혁의 설계도였다고 평가했다.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배움의 주체로 서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 출발점이자 목표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면 시행 국면에서 정책을 지탱하던 전제들이 흔들렸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좋은교사운동본부는 2028 대입 개편 방향을 문제의 핵심으로 꼽았다. 고교학점제가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전제로 ‘성취 기준 도달 여부’ 중심의 평가 정상화를 추진해왔지만, 대입 구조가 상대평가 병기 및 수능 영향력 강화로 흘러가면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진로·적성’이 아닌 ‘내신 유불리’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교 서열화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좋은교사운동본부는 과거 절대평가 안착 실패의 원인으로 ‘서열화된 고교 구조’가 지목돼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결정은 학점제가 전제했던 ‘수평적 다양화’ 기반을 약화시켜 제도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 실행 여건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좋은교사운동본부는 소인수 과목 개설과 학생 맞춤형 지도 등 학점제 운영을 위해서는 교원 배치 기준과 인프라가 함께 바뀌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시간표·출결·평가 기록 등 행정 부담이 급증해 교사들이 수업 연구보다 행정 처리에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논쟁의 중심인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에 대해선 “별도 인력·예산·공간 지원 없이 교사의 노력에만 의존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국가교육위원회의 개선방안 및 행정예고안이 최성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운영 방식 조정 수준으로는 근본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좋은교사운동본부는 대안으로 ‘이수 기준의 원칙 회복’과 ‘구조 조정’을 제시했다. 이들은 고교학점제 이수 기준은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현행처럼 “개설=이수”가 사실상 강제되는 구조에서는 미이수 발생이 곧 졸업 실패로 이어질 수 있어 학교가 보충지도와 민원 대응에 떠밀리고, 그 결과 ‘학점 퍼주기’ 또는 교사 업무 폭주로 흐를 위험이 크다고 봤다.

 

이에 따라 졸업과 직결되는 기준을 완화해 실패 여지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졸업 이수 학점을 192학점에서 184학점 내외로 조정하는 방안, 또는 ‘졸업 자격’과 ‘교과 이수 인증’을 분리해 최성보가 형식적 통과의례가 아니라 학생의 자발성에 기반한 실질적 안전망이 되도록 재설계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다만 이러한 개선이 현실적 제약으로 어렵다면, ‘수강신청제’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출석률 중심으로 이수 여부를 판단하는 모델로, 책임교육의 엄격성은 일부 완화되더라도 교사 행정 부담을 줄여 수업의 질 개선에 집중하게 하고, 학생에게는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어 현장 수용성이 높다는 취지다.

 

좋은교사운동본부는 최성보 의무화에 앞서 기존 ‘기초학력 보장제’ 내실화를 우선하자고도 했다. 학습 결손이 누적된 현실에서 고교 교사에게 방과 후 보충으로 해결을 떠넘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지원 없는 의무화는 교사 소진과 행정적 눈속임만 낳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끝으로 좋은교사운동본부는 교육과정·수업·평가·대입이 엇박자를 내는 상황에서는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며, 정책 당국이 ‘무늬만 학점제’가 되어버린 현실을 직시하고 고교학점제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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