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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지능인 33%가 정신질환 진단…노동시장 속 고립 심각

▷노동시장서 차별·고립 심화…사회적 고립률 21.6%
▷전문가 “정책은 교육 중심”…노동 제도 개선 시급
▷해외는 신경다양성 제도화…한국은 정책 한계 분명

입력 : 2025.10.30 17:00
경계선 지능인 33%가 정신질환 진단…노동시장 속 고립 심각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경계선 지능인 노동시장 취업 경험과 노동 실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이수아 기자 =노동시장 속에서 경계선 지능인이 겪는 차별과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경계선 지능인 노동시장 취업 경험과 노동 실태’를 주제로, 신경다양인 관점에서 정책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에서는 IQ가 71~84의 범위의 발달 특성이 있는 사람을 ‘경계선 지능인’으로 규정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경계선 지능인이 전체 인구의 13.59%(약 69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경계선 지능’은 좁은 개념이며, 학계나 해외에서는 ‘신경다양성’으로 부르며 자폐스펙트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난독증, 난산증, 투레트증후군, 아스퍼거증후군 등 비전형적 신경 인지 발달 상태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경계선 지능인은 일반인과 비교할 때 부모의 낮은 교육 수준, 부정적인 가정환경, 정신건강 문제 등을 함께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취업의 어려움은 물론 고용이 되더라도 평균 이하의 임금과 직장 내 부적응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해외의 신경다양인 논의와 제도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 역시 제도 개선을 통해 이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는 신경다양성을 장애로 인정하고 고용과 임금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지원 정책은 장애인 지원정책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은 학습장애가 있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장애인의 재활과 사회참여 지원 서비스의 통합을 위한 ‘보충적 자립 참여 상담(EUTB)’의 설치 근거를 연방참여법에 명시하고 있다”“통합적인 상담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2023년부터 총 6,400만 유로의 연방기금이 지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22년 제3차 교육회복지원위원회에서 처음으로 경계선 지능인(느린 학습자)을 지원할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2024년 7월에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 방안’을 발표해, 경계선 지능인의 개념을 정책적으로 정의하고 종합적인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기초적 틀을 마련했다.

 

김 소장은 “현재 약 103개 지자체에서 경계선 지능인 혹은 느린 학습자 조례를 지정했지만, 대부분 고용노동부가 빠져 있다”“학습·교육·경제·사회참여 활동 촉진 외에도 노동 관련 고용 지원 제도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재완 사단법인 씨즈 커리어 코치는 “올해 경계선 지능을 포함해 신경다양성 청년을 위한 일 경험 프로그램을 추진했다”“‘두더지땅굴’ 온라인 플랫폼과 ‘두더집’ 오프라인 자조모임을 통해 고립 청년을 발굴하고, 이들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청년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고 일자리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그 결과 신경다양인의 고립도는 프로그램 참여 전 102.2%에서 참여 후 52.4%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경계선 지능인 노동시장에 대해 전문가들이 논의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노동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인 

 

윤자호 화성시복지재단 연구원 겸 일하는시민연구소 정책위원은 ‘2025년 경계선 지능인 노동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서울 지역에 거주하며 취업 및 직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계선 지능인 6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최근 3년 동안 일을 한 경험이 있고, 지능지수 검사에서 65~99점을 받은 19세 이상 55세 이하 성인이었다. 

 

조사 결과, 현재 경제활동 상태는 ‘일하지 않음’ 108명(16.1%), ‘구직활동 중’ 85명(12.7%), ‘취업자’ 477명(71.2%)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회생활과 관련해 ‘말하거나 쓸 때 적당한 단어나 표현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92.2%로 가장 높았으며, ‘대화 중에 상대방이 나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항목에도 87.6%가 ‘그렇다’고 답했다. 

 

윤 위원은 “경계선 지능인은 이해력과 적응력에 어려움을 겪고 자신감이 낮은 상태이며, 한국 내 ‘눈치로 업무 분담을 하는 문화’ 때문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답자 중 21.6%가 정서적·물리적 고립 등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일하고 있지 않는 이들의 사회적 고립 비율은 32.4%에 달했다.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전국 은둔·고립 청년 비율(5.2%)보다 훨씬 높았다. 윤 위원은 “설문조사를 통해 경계선 지능인의 사회적 고립 상황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계선 지능인의 주당 출근일은 평균 4.5일이었으며, 1~3일 근무하는 시간제·초단시간 근무자가 48.7%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평균 노동시간은 29.3시간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평균 노동시간(37.7시간)에 비해 낮았다. 단시간 근무자 중 주 35시간 미만 근무자의 비율은 49.1%에 달했다. 

 

또한 이들의 사회보험 가입 현황은 국민연금 67.7%, 건강보험 69.6%, 고용보험 71.5%, 산재보험 62.5%로 나타났다. 특히 시간제·초시간제와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의 경우 ‘가입 안 됨’ 또는 ‘모름’ 응답 비율이 높았다. 

 

윤 위원은 “특히 지난 3년간 우울·불안·공황 등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경계선 지능인이 33.1%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세부적으로 현재 일하고 있지 않은 상태(40.7%), 구직활동 중인 상태(42.4%), 취업자(29.8%) 순으로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국가 정신건강 현황 보고서의 정신질환 1년 유병률(8.5%), 평생 유병률(27.8%)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그는 “경쟁이 치열하고 능력주의가 팽배한 한국 상황에서, 경계성 지능인에게 더 많은 일을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느끼기엔 더 촉박한 요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취업지원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취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음’으로 응답한 비율이 24.6%라고 지적했다. 취업지원 서비스를 중간에 그만둔 인원은 35명이었으며 그중 13명(37.1%)은 ‘교육훈련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서’를 이유로 꼽았다. 

 

윤 의원은 “정책 지원을 할 때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권리 보장 지원 서비스와 노동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경계선 지능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이해하기 쉬운 취업 정보 제공 서비스와 조직에 안착하기 위한 사회관계 향상을 위한 커뮤니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아 사진
이수아 기자  lovepoem430@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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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택권을 줘야합니다 공산당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섣부른 정책 다시 검토해야합니다.

2

탈시설 지원법은 악법이며 폐기 되어야만 합니다. 부모회는 자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 탈시설 보다는 자립을 원하면 자립 지원을 해주고 시설을 원하면 입소 지원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3

탈시설은 자립의 유일한 길이 아닙니다. 중증장애인에게는 선택권과 안전한 돌봄이 먼저 보장돼야 합니다. 정부는 현실에 맞는 복지 다양성을 마련해야 합니다.

4

다양한 삶의 방식 앞에 놓이는 단일 선택은 폭력입니다. 각자의 삶에 맞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탈시설 지원법은 중증장애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악법이다. 다양한 시설과 시설의 처우개선은 뒤로 한체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은 생존권까지 무시한 폐쇄에만 목적을 둔 이권사업으로써 탈시설 지원법은 폐기 시켜야 합니다.

6

탈시설 정책을 시작한 복지 선진국에서의 주요 대상자는 정신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이다. 거주시설은 중증장애인들이 부모사후 인권을 보장받으며 살아갈 제 2의집 장애인들의 마지막 보루다! 마땅리 존치되어야한다. 정부는 장애인들의 권리를 획일적인 자립정책으로 박탈하지말고 거주시설을 더더욱 늘리는 정책을 펼쳐라!

7

자기사업의 이권을 위해 중증발달장애인들을 시설밖으로 내보려는 서미화 의원에게 법을 만들라고 맡기는 이런 국회가 필요한지? 당장사퇴하라 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