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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그늘] ③‘공유재산’ 위에 선 사적 계약… 전대 금지 조항과 위탁경영의 간극

▷ 계약 명칭 아닌 ‘실질’이 쟁점… 고투몰 곳곳에 번지는 위탁·전대 논란
▷수익 구조 따라 위임인가 임대차인가… 피해는 전차상인에 집중

입력 : 2025.09.19 13:30 수정 : 2025.09.19 14:58
[도시그늘] ③‘공유재산’ 위에 선 사적 계약… 전대 금지 조항과 위탁경영의 간극 고속터미널역 지하도상가 내 점포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전희수 기자 =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이른바 ‘고투몰’의 한 점포. 서류상 이곳은 서울특별시 공유재산으로,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이 임대와 관리를 위탁받아 운영한다. 공식 임대차계약서에는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 임대료 납부 방식, 안전 관리 조항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전대 금지’ 규정이다. 임차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점포를 제3자에게 재임대할 수 없으며, 위반 시 계약은 해지되고 명도 의무가 발생한다. 공적 자산의 사적 거래를 막기 위한 강력한 장치다.

 

서울시설공단 측과 임차인의 터미널지하도상가 점포임대차계약서 일부 (사진 = 제보자)

위즈경제가 입수한 제보 내용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계약이 병존한다. ‘점포위탁경영계약서’라는 이름의 문서에는 임차인이 아닌 제3자가 점포를 운영하는 구조가 등장한다. 계약 내용은 보증금을 맡기고, 매달 일정 금액을 ‘경영 이익금’ 명목으로 임차인에게 지급한다는 조건이다.

경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과 세금은 전차상인이 부담하며, 계약 해지 시 권리금이나 시설비 보상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법적 명칭은 ‘위탁경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대와 다르지 않은 구조다.

  

임차인과 전차상인의 점포위탁경영계약서 (사진 = 제보자)

 

즉, 임차인은 이름만 빌려주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며, 전차상인은 거액의 보증금을 걸고 장사에 뛰어든다. 하지만 이 관계는 어디까지나 개인 간 합의일 뿐, 서울시와는 무관하다. 임대차계약 원칙에 따르면 이는 허용되지 않는 형태이며, 적발 시 언제든지 해지와 명도가 가능하다.

특히 법률 전문가들은 위탁운영 계약이 위임계약인지 임대차계약인지 여부는 ‘수익 배분 방식’에서 갈린다고 설명한다. 

전차상인이 임차인에게 수익과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경우라면 임대차계약으로, 반대로 영업 성과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라면 위임계약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터미널 지하도상가에서 확인된 계약의 다수는 전자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이중계약 구조는 현장의 혼란을 키운다. 점포를 직접 운영하지 않은 임차인은 명도 시 원상복구나 관리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전차상인은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한다. 소송으로 번질 경우 ‘누가 진짜 임차인인가’라는 질문이 법정으로 향한다. 실제로 관련 소송이 제기된 사례도 확인됐다.

문제는 이러한 ‘위탁계약’이 고투몰 법인이 위탁 관리하는 터미널 지하도상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전차상인 A씨는 “보증금과 권리금 각 8천만 원에서 1억 원정도를 지불하고 장사를 시작했지만, 계약서 어디에도 내 권리를 보호할 장치는 없었다”며 불안을 토로했다
.

전차상인 B씨는 “임차인과의 계약 사실이 발각되면 보증금이나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다. 그게 두려워 전차상인 대다수가 시설공단에 신고 접수도 못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전차상인들은 공단 측으로부터 ‘내쫓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보장을 받고 싶어한다. 그래야 두려워하지 않고 부당하게 맺은 계약 실태를 모두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차상인에 따르면, 서울시가 계약서에서 명확히 전대를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이를 적발하고 제재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관리 주체가 수백 개 점포의 운영 실태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공실 발생을 우려해 강력한 조치를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현장에서는 임차인과
전차상인이 별도의 비밀유지 각서를 작성해 외부에 계약 내용을 알리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제보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당사자들이 입을 다물면서 적발은 더더욱 어렵고, ‘위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적 계약은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형태를 전대차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실질적 운영 및 금원 지급 방식에 따라 전대차 계약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민우 법무법인 와이케이 파트너 변호사는 “형식적으로 위탁경영계약으로 체결했더라도 그 실질이 임대차 성격이라면 전대차계약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판례도 다수 존재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22가합534763 판결)을 비롯해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2020가단80819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2014가단225513 판결) 등은 계약 명칭이 아니라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해 전대차나 위탁경영으로 인정했다. 법원 역시 임대차와 위탁운영의 구분을 수익 지급 방식, 관리·감독 권한, 비용 부담 구조 등 실질 요소에 따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민우 변호사는 “공유재산을 대상으로 한 불법 전대는 계약 해지 사유가 되고, 결국 그 불이익은 전차상인에게까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위탁운영의 법적 성질이 불명확할수록 위험은 임차인·전차상인·행정기관 모두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한다. 

임차인은 불법 전대 적발 시 계약 해지와 원상복구 의무를 떠안고, 전차상인은 권리금과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점포를 비워야 할 수 있다. 시설공단 역시 관리·감독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위탁경영계약이 불법 전대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지했든 그렇지 않든, 결국 피해는 현장에서 장사를 이어가려는 운영자에게 돌아간다. 명도 통보를 받으면 투자금과 노력은 고스란히 사라지고, 권리금조차 인정받기 어렵다. 공공성 확보라는 명분과 상인들의 생존 현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고투몰의 현실은 단순히 한 점포의 문제가 아니다. 공적 자산을 둘러싼 규율이 현장에서 어떻게 무력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공단의 관리 강화, 재임대 절차의 투명화, 위탁계약의 제도권 편입 여부 등 해결 과제가 뚜렷하다. 상인들은 최소한의 보호 장치와 공정한 기준을 원하고, 서울시는 공공재산 관리 원칙을 지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공유재산의 원칙과 현장의 관행이 충돌할 때, 그 사이에서 누가 보호받고, 누가 책임을 떠안는가? 지하상가 점포가 던지는 질문은 고투몰 전체, 나아가 전국의 지하도상가가 안고 있는 구조적 그림자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 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객은 약 660만 명. 도시의 혈관처럼 연결된 지하철역 안,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지하상가. 겉으로는 유동인구가 풍부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상인들은 매출 감소와 임대료 부담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위즈경제는 [도시 그늘] 연재를 통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도시의 불균형과 생활경제의 그늘을 따라가 봅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공간의 풍경 기록을 넘어, 도시 안에서 점점 더 밀려나는 삶의 자리, 그리고 그 삶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조명합니다. 더불어 단절된 공간 너머의 시민들과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희수 사진
전희수 기자  heesoo5122@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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