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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 서이초 1년을 돌아보다...학교는 얼마나 달라졌나?

▷학부모의 아동학대 고소 가능성에 무력감에 빠진 교사들
▷광범위한 해석 가능한 정서적 아동학대 범위 명확하게 해야
▷법조계 "교육활동이 아동학대가 되는 현실...특례·면책 조항 필요"

입력 : 2024.08.27 09:52 수정 : 2024.08.27 11:05
[심층보도] 서이초 1년을 돌아보다...학교는 얼마나 달라졌나? 지난달 18일 서이초 1주기를 맞아 서울시교육청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사진은 추모공간 옆 주변 벽에 교사를 추모하는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지속적인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1학년 담임교사가 끝내 목숨을 끊은 서이초 사건이 1년이 지났다. 당시 동료 교사들은 "교권이 무너진 세상의 극단적 단면"이라며 거리에 나와 교권 보호를 외쳤고, 많은 시민도 함께 아파하고 슬퍼했다.

 

고인의 죽음을 계기로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문제 학생 지도로 고통받던 동료 교사들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분노한 교사들은 매주 거리로 나와 교권 보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부는 이른바 '교권 보호 5법'을 마련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교육 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위즈경제가 최근 전화와 대면으로 현장에서 고통을 겪었던 교사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봤다.

 

◇기대가 절망으로...초등교사 A 씨의 눈물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손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댑니다"

 

3년 차 초등학교 교사 A 씨. 그는 새 학기를 맞아 부푼 마음으로 아이들과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을 어떤 아이들일지, 올해 아이들과 어떤 재미난 활동을 할지 상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교실 끝자락에 앉아 있던 B군을 만나면서 기대감은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B군은 지시 사항을 듣지 않는 것은 기본이었고, 수업 도중 바지를 내리거나 창문을 통해 화장실을 훔쳐보는 행동을 했다. 발언 수위도 상당했다. 같은 반 친구의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이유로 친구를 죽이고 싶다고 말하거나 성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반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결국, 피해 학생 부모님에게 연락했고 4자 대면(생활부장 교사·피해 학생 부모·B군·B군 부모)이 이뤄졌다. 이날 A 씨는 내심 기대했다. 부모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B군에게 변화가 일어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B군의 부모는 생활부장 선생님에게 담임선생님이 자기 아이의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며 편파적이라 목소리를 높였고 교실 내 문제는 부모가 아닌 담임 선생님이 교육할 문제라며 자리를 떴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절망감을 뒤로 한 채 다른 아이들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교실로 돌아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사건은 그를 무너뜨렸다. B군에게 수업방해 행위에 대해 제지를 가하자, A씨에게 손가락 욕을 한 것이다. 반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주변 아이들은 무섭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A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교권 침해로 해당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는 방법도 생각했다. 하지만 아동학대로 학부모가 맞고소가 들어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기했다. 정신적 충격이 상당한 상황에서 교권보호위원회와 경찰조사를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교사로서 무력감을 느낀 그는 병가를 내고 교실을 떠나야 했다. 그는 무기력과 절망감에 매일 눈물로 베게를 적시며 잠들었고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제도적 보완책 작동하지 않는 이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8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교권을 확립하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과 「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을 발표했다. 사진=교육부

 

 

교사가 절망감에 빠지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년간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사망한 대전 용산초 교사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검찰 조사 결과 처분을 받았음에도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렸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 수업 방해 학생을 분리하는 등의 조치를 담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마련됐지만 교사는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고시는 수업 방해 학생이 교육활동을 방해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경우 다른 장소로 분리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윤미숙 교사노조 제2부위원장은 지난 위즈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고시가 통과되기 전이지만 당시 사례와 지금과 크게 변한 것은 없다. 공개된 장소인 교장실에 잠깐 있었다는 것을 아동학대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복수의 교육관련 종사자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훈육이나 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학부모가 아동학대 혐의로 맞고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송사를 감당해야 하는데,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상당해 이런 선택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초등학교 교사 B 씨는 "학부모가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소를 하는 상황에서 문제 학생에게 훈육을 한다거나 분리 조치를 한다는 것은 어렵다"면서 "결국 교사의 선택은 개인적 병가로 학교를 잠시 떠나거나 교직을 그만두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교권 회복은 어떻게? "아동학대 범위 명확해야"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국회의원 등 민주당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교권회복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서이초 특별법' 입법 추진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백승아 의원실

 

 

교원단체에서는 정서적 아동학대 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아동법지법 제 17조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5호)를 금지하고 있다. 별다른 설명 없이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이라고만 적혀 있어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해 교권보호를 위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김기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 위원은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처벌 조항이 모호하고 포괄적인 만큼 이를 좀 더 명확하게 하는 것이 교권 회복의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정서적 학대 행위가 어디까지인지 이런 부분이 명확하지도 않고 사법기관마다 판단하는 게 달라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메뉴얼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교사 출신인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서이초 5법을 대표 발의했다. 여기에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구체화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정서적 학대를 '반복적·지속적이거나 일시적·일회적이라도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되는 행위'로 명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법조계에서도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 특레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나연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현재도 법령이나 학칙에 따라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안이 발생했을때 교사가 입증을 해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교사의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규정하지 않는 특례 및 면책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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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택권을 줘야합니다 공산당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섣부른 정책 다시 검토해야합니다.

2

탈시설 지원법은 악법이며 폐기 되어야만 합니다. 부모회는 자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 탈시설 보다는 자립을 원하면 자립 지원을 해주고 시설을 원하면 입소 지원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3

탈시설은 자립의 유일한 길이 아닙니다. 중증장애인에게는 선택권과 안전한 돌봄이 먼저 보장돼야 합니다. 정부는 현실에 맞는 복지 다양성을 마련해야 합니다.

4

다양한 삶의 방식 앞에 놓이는 단일 선택은 폭력입니다. 각자의 삶에 맞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탈시설 지원법은 중증장애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악법이다. 다양한 시설과 시설의 처우개선은 뒤로 한체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은 생존권까지 무시한 폐쇄에만 목적을 둔 이권사업으로써 탈시설 지원법은 폐기 시켜야 합니다.

6

탈시설 정책을 시작한 복지 선진국에서의 주요 대상자는 정신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이다. 거주시설은 중증장애인들이 부모사후 인권을 보장받으며 살아갈 제 2의집 장애인들의 마지막 보루다! 마땅리 존치되어야한다. 정부는 장애인들의 권리를 획일적인 자립정책으로 박탈하지말고 거주시설을 더더욱 늘리는 정책을 펼쳐라!

7

자기사업의 이권을 위해 중증발달장애인들을 시설밖으로 내보려는 서미화 의원에게 법을 만들라고 맡기는 이런 국회가 필요한지? 당장사퇴하라 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