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는 막혔는데 유가는 하락…美 10년물 5.3%, 시장의 시선은 금리로
▷이란 “美 7개 조건 수용 전까지 호르무즈 개방 불가”…중동 원유 수출은 개선
▷브렌트유 100.32달러로 1.9% 하락…G7 비축유 방출·사우디 공급가격 인하 영향
▷美 10년물 5.30%까지 상승…고금리 장기화 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가능성도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이란이 미국의 조건 수용 전까지 해협을 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은 개선됐고, 주요국의 비축유 방출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급가격 인하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시장의 부담은 유가에서 금리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30%까지 올랐고 달러도 강세를 보였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와 추가 금리인상 전망이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면서, 중동 공급망보다 고금리가 시장의 또 다른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6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국제금융속보에 따르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양해각서에 근거한 7개 조건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이란이 경제 악화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자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호르무즈 협상 교착에도 원유 공급은 개선
양국의 협상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측은 중재국을 통해 미국과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핵심 쟁점에서는 차이가 크다. 미국은 이란의 비핵화에 집중하는 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와 통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원유 공급 상황은 개선됐다. 정보업체 Kepler에 따르면 9월 중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이 중동전쟁 이전 수준을 넘어선 날은 14일에 달했다. 여기에 G7이 비축유 1억배럴 방출에 합의하면서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1.89% 떨어진 배럴당 100.32달러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11월 아시아 공급용 원유 가격을 배럴당 5달러 낮추기로 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 여부와 실제 원유 공급량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협을 둘러싼 정치·군사적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비축유 방출과 생산·수출 회복이 실제 공급 충격을 일부 완충하고 있는 셈이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유가 내렸지만 美 10년물은 5.30%
문제는 물가 압력이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9월 ISM(공급관리협회, 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 서비스업 PMI(구매관리자지수, Purchasing Managers’ Index)는 54.9로 전월 55.4보다 소폭 하락했다. ISM 서비스업 PMI는 미국 서비스업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견조한 소비지출과 고용, 투자가 서비스 수요를 뒷받침한 가운데 원자재·서비스 가격지수는 74로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급 지연 문제도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이 같은 경기와 물가 신호가 국채금리를 밀어 올렸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보다 3bp 상승한 5.30%를 기록했다. 달러지수도 0.19% 오른 102.12로 강세를 나타냈다. 브렌트유가 하락했음에도 금리가 오른 것은 시장이 에너지 가격만이 아니라 미국 경제의 견조함과 추가 긴축 가능성을 함께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미국 S&P500지수는 0.66% 상승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유가 하락과 주요 빅테크 강세를 배경으로 꼽았다. 다만 위험지표인 VIX도 1.37% 올라, 주가 상승과 별개로 시장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고금리 계속되면 장기금리 직접 낮추나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 장기금리가 계속 상승할 경우 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다.
로이터는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증가로 장기금리 상승이 지속되면 미국 당국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를 시행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사들여 장기금리를 낮추는 방식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특정 수준 이상의 장기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채권을 무제한 매입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 Yield Curve Control)’ 가능성도 거론됐다.
다만 이런 개입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여 국채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고금리를 낮추기 위한 정책이 물가 불안을 자극해 다시 금리를 높이는 딜레마다.
AI 역시 시장을 계속 떠받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BofA는 AI 수혜주 가격에 관련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앞으로 AI 투자를 통한 성과를 내기가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현재 시장은 **‘호르무즈 폐쇄=유가 급등’이라는 단순 공식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실제 원유 공급과 비축유 방출이 유가를 끌어내리는 사이, 견조한 미국 경기와 물가 압력은 장기금리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중동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 시장에 더 직접적인 부담은 배럴당 100달러의 유가보다 5.3%까지 올라선 미국 장기금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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