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은 늘고 소비는 줄어든다…집값 상승이 남긴 성장의 역설
▷ 평균소비성향 하락 흐름…청년층에서 더 가파른 위축
▷ 주거비 부담, 장기 성장 기반 흔들 수 있다
젊은 무주택 가구의 소비성향 하락 두드러졌다(그래프=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경제가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생산과 투자, 그리고 소비다. 이 가운데 소비는 가장 폭넓게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그런데 집값 상승이 소비 확대 대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성장 구조에 어떤 의미를 남길까.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주택가격 상승이 연령별 소비 및 후생에 미치는 영향’은 주택가격 상승과 평균소비성향의 움직임이 한국에서는 정반대 방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40세 미만 무주택 가구에서 소비성향 하락이 두드러졌다.
집값이 오르면 미래 주거비 부담이 커진다. 무주택 가구는 더 많은 초기자본금을 모아야 하고, 유주택 가구는 더 높은 수준의 주거 환경으로 이동하기 위해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현재 소비를 줄이는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은 개별 가계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구조적 압박에 가깝다. 높은 주택가격은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을 끌어올리고, 장기 대출 상환 부담을 확대한다. 특히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이러한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
보고서는 높은 주거비 부담이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안정적인 주거 기반은 가족 형성의 전제 조건 중 하나다. 만약 집값 상승이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확대한다면, 이는 인구 구조와 잠재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소비 위축은 단순히 개인 생활 수준의 문제를 넘어, 내수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평균소비성향 하락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총수요는 둔화되고, 이는 기업 투자와 고용에도 파급될 수 있다.
집값 상승이 자산 보유층의 장부상 부를 늘릴 수는 있다. 그러나 광범위한 소비 확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이는 실물경제 전반의 활력과는 거리가 있다. 자산 가격은 상승하지만 소비가 위축되는 구조는 ‘성장의 착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겉으로는 부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경제 활동은 위축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집값 상승을 성장의 신호로만 읽는 해석은 이제 재고가 필요하다. 자산 가격의 상승이 소비 확대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질적 성장과는 다른 궤적일 수 있다. 특히 미래 세대의 소비 여력이 축소되는 구조라면, 장기 성장 기반 역시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집값 문제를 단순히 공급 확대나 규제 완화의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자산 중심 구조가 소비와 세대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집값이 오르는 동안 내수가 식어간다면, 우리는 무엇을 성장이라고 부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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