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눈 앞으로 다가온 AI 규제 시대...자율주행 시장은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유시복 자동차연구원 주행제어기술 부문장 인터뷰
[위즈경제] 이정원 기자 =2023년은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서 다사다난했던 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 ‘크루즈’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웨이모’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 24시간 운행을 시작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해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해당 업체들이 야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만 로보택시를 시범 운행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운행을 시작한 지 불과 일주일만에 크루즈가 소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보행자를 치는 인명사고까지 발생하자 결국 지난해 10월 말 운행 허가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연합(EU)에선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 규제법 도입에 합의하면서 자율주행 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해당 규제법에는 AI 기술의 위험 정도에 따라 4가지 등급(허용불가(unacceptable),
고위험(high risk), 제한된 위험(Limited
risk), 저위험(Low risk))으로 나눠 규제를 차등 적용하고,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율주행 기술은 ‘고위험’ 등급에 포함돼 EU에 진출한 관련 기업들에게 있어 한층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될 전망입니다.
EU의 AI 규제법은 이르면
오는 2026년 규제가 완전히 적용될 전망이며,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주요국가에서도 AI 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AI 규제에 대한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위즈경제는 2024년 새해를 맞아 유시복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 주행제어기술 부문장과 함께 AI 규제가 자율주행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은 유 부문장과의 일문일답
인터뷰 중 자율주행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유시복 부문장(출처=위즈경제)
Q1. 2023년 자율주행 시장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 자율주행 부문에서 가장 큰 이슈는 자율주행 레벨3 상용화 지연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2023년 내로 레벨3 상용화가 될 것이라고 봤지만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있어 상용화까지 기약 없는 상태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예컨데 포드처럼 레벨3 수준 자율주행 운행을 허가받은 회사라고 해도
양산에 나서기 보다는 당분간 시장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포드는 자율주행 기술
회사인 아르고AI에 대한 투자로 레벨4 기술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수익성을 갖추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 하에 투자를 중단하기도 했죠. 테슬라도 2021년에는 레벨3를
양산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레벨 3 진입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레벨3 상용화 지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를 꼽아보자면 사전에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 안전 확보 등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Q2. 2024년 자율주행 시장의 전망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레벨3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안에
레벨4가 갑자기 등장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결국 많은
모빌리티 업체가 레벨1∙2에 주목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레벨1∙2 차량 제작에 사용되는 부품 제작 업체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2024년에는
부품 시장을 누가 지배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Q3. 현재 한국 자율주행기술 수준은?
모빌리티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여러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3위의 자동차 제조사를 보유한
국가로서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상위권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레벨2’부터 ‘레벨2 플러스’ 양산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시장을 탄탄하게 구축한 상태이기도 하죠. 다만, 레벨3 개발에 대해서는 주춤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으로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레이더나 카메라 등의 분야에서 수준급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부품 개발에 투자를 확대할 경우, 자율주행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Q4. 세계적으로 AI 규제에 대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율주행 시장에 미칠 영향은?
우선 자동차에 있어서 AI라고 함은 일반적으로 자율주행을 떠올리게
되는 데 실제로는 자율주행뿐 아니라 인포테인먼트(자동차 계기판에 다양한 멀티미디어와 정보 서비스를 통합하는
기술) 등 다양한 부분에도 AI가 적용됩니다. 이는 결국 차량에 탑재되는 수많은 자동화 기능에 대한 규제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 실제로 이 많은 것을
다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아울러 EU에서
세계 최초로 규제 법안을 내놨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국가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충분한 고려해야 할 사안입니다. 따라서 아직은 어떻게 규제가 적용될지 미지수인 상황이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과
논의가 필요한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Q5. AI 규제에 대해 향후 한국 자율주행 시장은 어떤 대비가 필요한지?
규제라는 것이 늘상 그렇듯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규제가 시작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기준에 충족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만, EU의 AI 규제법이 너무 광범위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산업적인 측면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에서는 유사한 규제가 시행될 경우 산업적인 파급 효과를 충분히 검토한 뒤 규제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Q6. 2024년을 새해를 맞아 자율주행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하는지
올해는 수익성 있는 자율주행 서비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해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원격 의료 시설을 갖춘 차량이 간호사를 태우고 환자의 자택 근처로 방문해 진료를 하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일본 원격의료 산업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죠. 이처럼 우리나라도 올해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제시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체가 등장하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기를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를 비롯한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한국 모빌리티 사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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