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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동민 지부장 "삶의 터전이자 개인의 역사가 담긴 공간...계속 투쟁할 것"

▷6일 서울백병원 10층 노동조합사무실에서 인터뷰
▷폐원 결정까지 불과 20일...졸속 처리 인정 못해
▷의료공백 등 서울백병원 폐원을 놓고 우려 목소리

입력 : 2023.07.12 14:28 수정 : 2023.07.12 15:03
[인터뷰] 김동민 지부장 "삶의 터전이자 개인의 역사가 담긴 공간...계속 투쟁할 것" 6일 김동민 보건의료노조 서울백병원지부장이 서울백병원 10층 노동조합사무실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위즈경제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의료진과 직원에게 서울백병원은 단순한 직장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삶의 터전이자 개인의 역사가 담긴 공간입니다. 모두의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병원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계속해서 투쟁할 것입니다"

 

김동민 보건의료노조 서울백병원지부장이 지난 6일 서울백병원 10층 노동조합사무실에서 진행된 위즈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사회가 병원 폐원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구성원과 상의 없이 불과 20일 만에 결정했다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82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백병원이 오는 8월 31일 환자 진료를 종료합니다. 서울 도심에서 핵심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겁니다. 병원 측은 1745억원의 적자 발생, ‘의료 관련 사업 추진 불가’라는 외부전문기관 경영컨설팅 결과, 도심 공동화 현상과 주변 대형병원의 출현으로 인한 운영의 어려움 등을 폐원 이유로 들어습니다. 대신 상계와 인산 등 남은 병원 경영에 힘쓰고 전 직원 고용유지와 환자들 전원도 책임지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서울백병원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병원 노조가 속한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구성원들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이며 지역사회에는 도심 의료 공백현상을 초래할 것임을 계속 지적해왔다. 적자라는 이유만으로 폐원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서울 중구 의료서비스의 핵심적인 한 축을 담담해온 서울백병원 폐원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위즈경제는 김 지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서울백병원 폐원 소식이 직원과 의사분들에게 알려지기까지 과정은?

 

지난달 말 외부전문기관 경영컨설팅 업체가 서울백병원 폐원이 불가피하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에 인제학원 측은 서울백병원 폐원 안을 다음 이사회에 상정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노조는 이사회 교섭에서 병원 폐원을 졸속으로 결정하려는 부분을 항의하고자 이사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때쯤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의료진과 직원 전체가 이 사실에 대해 알게됐습니다. 이후 6월 20일 이사회는 독단적으로 병원 폐원을 결정했습니다.

 

Q.협상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재단 상임이사와 의료원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구성원을 설득할 방안을 가져오면 철회 안을 재검토해보겠다는 상임이사의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이사회가 서울백병원 폐원을 결정한 후 노조와 대화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요청 끝에 병원 교수, 일반노조, 재단본부가 함께하는 회의가 시작됐지만 뾰족한 안을 도출해 내지는 못했습니다.

 

Q.컨설팅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사회가 병원 폐원을 결정하기까지 총 20일이 걸렸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사안을 짧은 기간에 결정한 것도 문제지만, 병원 내 직원과 의료진은 컨설팅 회사가 어떻게 폐원을 결정하게 됐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T(테스크포스팀)도 7년전 누적적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결성됐지만, TFT팀이 이에 대해 논의한 회의록이나 자료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런 깜깜이식 의사결정을 받아들일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Q.서울백병원 폐원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짧게는 몇년 길게는 수십년 병원에 근무하면서 병원은 단순한 일터가 아닌 애정이 담긴 공간이었습니다. 때문에 병원 사정을 걱정해 야근수당 한번 제대로 신청한 적이 없습니다. 특히 코로나 기간 의료진은 힘든 여건에서 사명감으로 환자 치유에 힘을 썼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병원을 없앤다고 하니 반대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병원을 내원한 환자분도 병원에 대한 애착을 갖고 계신 분이 많아 병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저희를 응원해 주고 계십니다.

 

 

서울백병원 정문 앞 울타리에 서울백병원 폐원 철회를 촉구하는 문구가 써있다. 출처=위즈경제

 


Q.또다른 이유가 있다면?

 

의료 공백도 문제입니다. 특히 3~4년 주기로 나타나는 감염병에 제대로 대처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과거 코로나가 확산됐을때 근처 사무실 직원 전체가 병원을 방문해 줄이 병원 밖까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서울백병원이 사라지면 서울 중구에 국립중앙의료원 1곳만 남는데, 응급시 모든 사람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Q.인제학원 측이 고용승계를 약속했다고 들었다.

 

실제 고용 승계가 될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고용승계가 되더라도 수도권이 아닌 다른 곳(부산백병원·해운대백병원)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수도권에 생활 터전을 갖고 있던 직원들이 모든 걸 정리하고 부산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수도권에 있는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으로 고용 승계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이들 병원 내부에서도  고용승계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Q.일각에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폐원 당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적자에 대한 책임은 경영진에 있습니다. 경영진은 12년 전 병원 내 적자 원인을 주먹구구식 행정과 경영에 있다고 판단해 재단본부를 설립했습니다. 재단은 체계적이고 전문성을 띈 컨트롤 타워가 되겠다고 했지만 설립 취지와 다르게 다운사이징(Downsizing·기업 업무나 조직 규모 따위를 축소하는 일)만 외쳤습니다. 재단이 누적적자 해소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래놓고 병원 폐원을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린 것은 열심히 본인 자리에서 일했던 구성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밖에 되지 않습니다. 

 

Q.끝으로 하고싶은 말은?

 

인제학원 측이 병원 폐원 결정하기까지 병원 내 의료진과 직원에게 제대로 된 의견청취 한번 한 적 없습니다. 병원 내 의료진과 일반 직원을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인식 자체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의료진과 직원에게 병원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삶의 터전이자 개인의 역사가 담긴 공간입니다. 모두가 사랑했던 병원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계속해서 투쟁할 것입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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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설에 특수학급을 신설해서 특수교사의 지원을 확대해야합니다. 교육과 치료가 병행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끝나면 치료지원비를 전부 부모에 주어서(현재는 15만원! 치료 1개도 지원 못받은 금액) 가정의 부담을 줄이고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전문교육을 받지 못하고 급하게 양성과정에서 수료하고 온 교사이 잘못된 교육의 방향으로 지도해 고착화될까봐 걱정입니다. 현장에서 수없이 수업을 연구하고 아이들의 IEP를 두고 고민하며 협력하는 교사들의 수고가 헛될까봐 그것도 걱정입니다. 학점을 이수했다고 모두 특수교사가 아닙니다. 수업을 들으며 연구하고 의논하고 실습하고 배우고 적용한 시간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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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계획이 작성된걸까요? 하나하나 특수교육대상영유아에 대한 고려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유보통합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요? 모두를 위한 교육을 외치는 교육부의 로고와는 전혀 다른 교육의 흐름과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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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와 유아는 발달상 굉장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기관에서 통합적으로 교육? 교육이 될까요? 돌봄과 교육을 철저히 구분해야 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영아, 요즘 아이들 굉장히 인지적으로 발달해서 유아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장애영유아 보육교사는 양성체계가 너무 부실하고.. 4년제 이상에 실습과 교생실습까지 마친 교사와는 비교할수도 없습니다. 유아교육 이렇게 무시하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요 어릴수록 교육의 중요성이 더 큰데 이렇게 돌봄만을 좋아하니 정말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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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을 한다면서 장애전담어린이집을 80개 늘린다는게 앞뒤가 맞는 정책인가요? 장애영유아를 위한 교육을 위한다면 의무교육을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해 공립 유치원 특수학급을 증설해야 하는게 올바른 방향이 아닌가요? 현재 특수교육지원센터에는 몇 안되는 유아특수교사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어린이집 장애영유아까지 포함시킨다면 그 업무들은 누가 하나요? 또한 특수교육과 관련된 지원서비스 예산은 유보통합을 진행하면서 다 파악되고 예산에 포함이 되었나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허술하고 현장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정책입니다. 2026년도까지 어떻게든 유보통합을 시키는 정부의 보여주기식 실적쌓기가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질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정책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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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매년 80학급, 장애전문·통합 어린이집은 매년 80개소를 신설할 계획-학급과 소의 규모가 다름. 특수교육대상유아는 의무교육 대상자임. 국가가 의무교육을 할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국공립 교육기관 수가 사립보다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함. 우리 집 앞 유치원에 보내고 싶을 때 보낼 수 있어야 함. 초등의 경우 대규모아파트 단지 만들 때도 학교를 지으려 노력함. 같은 의무교육대상자인 만큼, 국공립 교육기관 설립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 이에 대한 답변 받고 싶음. 의무교육을 실시했다고 인정함 으로 퉁치지 않기를 바람. 3/장애영유아 보육교사는 대학, 대학원에 신, 편입학을 통해 양성과정을 졸업하면 개편 자격을 취득-당장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임. 지금 대학/대학원 다니는 사람은 ”이수할 거니까 일 계속해“가 될 것인지? 또한 이 부분에 대한 특별 지원금 제공 등으로 자발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에게 역차별되지 않기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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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을 신설할 것이 아니라 특수학급을 늘리고 유아특수교사 임용 티오를 늘리면 됩니다. 현재도 필요한 인원에 전혀 미치지도 못하는 수의 교사들만이 임용 바늘 티오를 뚫고 들어가고, 노량진과 대학교, 도서관에는 그 임용을 통과하려는 예비교사들이 오늘도 더위에 땀띠나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도 과거 어린이집에서 유아특수교사로서 근무했었고 제 동료는 전부 장애영유아보육교사였습니다. IEP, 개별화, PBS, 심지어 법적인 장애유형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운증후군이 어느 장애에 해당하는지도 모르는 친구들이었어요. 그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에게 전해듣기를 정말 온라인강의로 과목 8개 듣고 시험은 오픈북, 그냥 인터넷 긁어다가 과제만 제출하면 되었답니다. 전문적 지식이 전무해도 그냥 '이수'하는 걸로도 가능했답니다. 유보통합이 되면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8조 3항, 시행령 제 25조, 시행규칙 제5조에 근거해서 장애영유아보육교사들이 특수교육지원인력으로 장애아 보육일을 하시면서 필요시 특수교사의 지도하에 교육 지원을 하면 되는 일입니다.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병원의 지원인력으로 근무하는 것처럼요. 그럼에도 특수교사 자격증이 필요하시면 이미 열려있는 대학교, 대학원의 양성과정을 이용하시면 되고요. 제 주변에는 유아특수교사가 되기 위해서 부족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 만학도로 특수교육과에 재입학하여 임용을 통과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교육받을 시간이 없네, 방법이 없네는 핑계일 뿐입니다. 잘못된 결론을 정해놓고 잘못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국에 보육교사들을 위해 대학교에 없던 특수교육과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절대 반대합니다. 그리고 특수교육대상유아를 선정하고 배치하는 것에는 인력을 어떻게 얼마나 충원하고 업무를 어떻게 분담하려고 하십니까? 한 아이를 배치하고 교육을 지원하는 일에 있어서 진단평가와 선정, 배치 업무 뿐만 아니라 원거리통학비, 기타 치료지원, 가족지원 등의 늘어나는 예산과 업무는 어떻게 지원하실 건가요? 심지어 진단평가의 첫 작업부터 시작해서 통학비 등 유아를 지원함에 있어서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직접 대면하여 실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 많은 범위와 수는 어떻게 감당하실는지요? 깊이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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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교육대상자인 특수교육대상유아에 대한 언급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한 용어와 설명들로 계획되어 있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행정을 담당하게 될 체제개편에서도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어떤 예산을 어느 부서에서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야마로 반쪽, 아니 탁상행정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정책입니다. 영유아의 교육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교사자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합니다. *유보통합으로 교육부로 이동하게 되는 장애영유아의 행정, 기존의 특수교육대상영유아의 행정을 담당하여야 할 전문 인력(전공자 배치)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합니다. *특수교육대상영유아 및 장애영유아에게 지원되는 재정(예산)에 대한 확실한 언급,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합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배치유형(어린이집)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합니다. *장애어린이집 80개소 신설, 특수학급 80학급 신설이 과연 동일한 선상의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유아특수교육의 전문성과 공공성 확립 없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유보통합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