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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고용의 덫④] 한번 밀려나면 돌아오기 어렵다…청년 가둔 노동시장의 ‘잠금효과’

▷1차 노동시장 재직자는 장기근속…미취업자·이탈자의 진입 경로는 축소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시장으로 이동하는 비율도 하락
▷교육·훈련을 실제 채용과 연결하고 경력을 이동 가능한 자산으로 만들어야

입력 : 2026-10-28 13:15
[청년고용의 덫④] 한번 밀려나면 돌아오기 어렵다…청년 가둔 노동시장의 ‘잠금효과’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고용 여건이 나빠 양질의 첫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은 경기가 회복되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을까. 최근 노동시장의 흐름은 그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높은 1차 노동시장의 기존 재직자는 자리를 오래 유지하는 반면, 미취업자나 임시·일용직 등 2차 노동시장에 들어간 청년이 1차 시장으로 이동하는 통로는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기에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경력을 시작한 청년이 노동시장 구조에 갇히면, 이후 노동수요가 회복돼도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기 어려울 수 있다. 청년고용 부진이 일시적인 취업난을 넘어 임금과 경력의 장기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보고서는 1차 노동시장의 내부 잔류성이 높아진 반면 외부 진입 경로는 축소되고, 2차 노동시장의 고착 효과도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안에서는 오래 머물고 밖에서는 들어가기 어려워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고용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1차 노동시장, 고용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를 2차 노동시장으로 구분해 청년층의 이동 경로를 살펴봤다. 분석에서는 민간 300인 이상 기업의 상용직을 1차 시장으로, 300인 미만 기업의 임금근로자와 300인 이상 기업의 임시·일용직을 2차 시장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1차 노동시장에 들어간 청년이 같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비율은 2014~2019년보다 2023~2024년에 높아졌다. 반면 1차 시장 안에서 다른 일자리로 옮기는 비율과 1차 시장에서 2차 시장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낮아졌다. 안정된 일자리를 얻은 청년들이 이직보다 현재 자리를 지키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문제는 1차 노동시장 외부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움직임도 동시에 약해졌다는 점이다. 미취업 청년이 1차 시장에 취업하는 비율과 1차 시장을 떠났던 청년이 다시 복귀하는 비율은 과거보다 하락했다. 2차 시장에서 일하던 청년이 1차 시장으로 이동하는 비율도 낮아졌다.

 

다만 보고서는 과거와 최근 분석에 사용한 청년패널 조사가 서로 단절돼 있어 두 기간을 직접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여러 이동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문이 내부자에게는 안정적으로 닫히고, 외부자에게는 진입하기 어렵게 닫히는 흐름을 보여준다.

 


청년층의 1차 노동시장 동일 일자리 유지 비율은 높아졌지만 미취업자의 진입, 이탈자의 복귀,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시장으로의 이동 비율은 낮아졌다. 다만 청년패널의 시계열 단절로 기간 간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자료=한국은행)


◇ 2차 노동시장, ‘징검다리’보다 종착지가 될 우려

 

2차 노동시장은 청년에게 직무 경험을 쌓은 뒤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동 통로가 좁아지면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서 시작한 첫 경력이 오히려 장기간 벗어나기 어려운 조건으로 굳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이를 2차 노동시장의 ‘잠금효과’로 설명했다. 청년이 1차 시장 밖에 오래 머물수록 해당 시장이 요구하는 직무 역량과 경력을 쌓기 어려워지고, 역량 부족을 이유로 다시 채용에서 밀려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향후 IT제조업의 성장 효과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거나 신산업이 등장해 노동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청년고용 개선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채용할 일자리가 다시 생겼을 때 기업이 요구하는 경력과 2차 시장에 머문 청년이 쌓은 경험 사이에 격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 충격의 흔적이 충격이 사라진 이후에도 남는 ‘이력현상’도 우려된다. 불리한 시기에 노동시장에 들어온 청년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의 기업에서 경력을 시작하고 더 나은 기업으로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현재의 취업난이 청년의 생애임금과 경력 경로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고용보호가 신규채용 장벽 될 가능성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도 청년의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OECD의 정규직 개별해고 보호지수를 보면 한국은 비교 대상 23개국 가운데 10위 수준으로 고용보호가 비교적 강한 국가에 속했다.

 

국가별로는 정규직 고용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청년고용률이 낮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는 인과관계를 곧바로 의미하지는 않지만, 높은 노동교체비용과 경직적인 고용제도가 기업의 채용 부담을 키워 신규 진입자인 청년에게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업이 향후 인력 조정의 어려움을 우려하면 새로운 청년을 채용하기보다 기존 인력을 유지하거나 이미 검증된 경력자를 뽑을 수 있다. 기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노동시장 밖 청년에게는 취업문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의 정규직 개별해고 보호지수는 비교 대상 23개국 중 10위 수준이다. 국가별 비교에서는 고용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청년고용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자료=한국은행·OECD) 

 

◇ 훈련 이력이 실제 채용으로 이어져야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청년일자리 회복방안’에 실무역량 교육·훈련, 교육 수료생과 기업의 일자리 수요 연계, 경력·자격 통합관리 등을 포함했다. AI 첫 일자리 경력 형성 지원과 기업·대학 연계 훈련, 맞춤형 취업정보 제공, 중소기업 근무경력을 인증하는 ‘커리어 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보고서 분석에서는 공공 취업지원이나 훈련을 이용한 청년의 다음 해 1차 노동시장 진입률이 이용 경험이 없는 청년보다 높게 관찰됐다. 다만 정책 참여 표본이 적고 취업 의지가 강한 청년이 훈련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정책의 직접적인 효과로 단정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정책의 핵심은 훈련 프로그램 수를 늘리는 것보다 교육 경험이 기업에서 인정받는 경력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데 있다. 교육과정이 실제 채용 수요와 동떨어져 있으면 수료증은 늘어도 노동시장 이동성은 개선되기 어렵다.

 


정부는 실무교육과 일자리 연결, 경력 통합관리를 통해 청년의 노동시장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 공공 취업지원·훈련 경험자의 1차 노동시장 진입률이 더 높게 관찰됐지만 표본 규모와 자기선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자료=한국은행·관계부처 합동) 

 

◇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큼 ‘이동 경로’도 중요

 

청년고용 정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취업시켰는지뿐 아니라 취업 이후 어디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청년에게 우선 작은 기업이나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경험을 쌓으라고 권하려면 그 경험이 더 나은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통로가 먼저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높이를 낮추라는 조언은 청년에게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지위를 감수하라는 요구에 그칠 수 있다.

 

기존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신규 진입자의 기회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하는 방식으로도 문제를 풀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보호의 유무를 둘러싼 이분법이 아니라 청년을 채용하고 훈련하는 기업의 부담을 낮추면서, 2차 시장에서 쌓은 경력을 1차 시장이 인정하도록 만드는 제도다. 청년고용의 덫을 풀 열쇠는 첫 일자리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를 복원하는 데 있을 것이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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