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용의 덫②] 반도체가 성장 이끌어도 청년 채용은 제자리…커지는 ‘고용 없는 성장’
▷실제 청년고용률, 경기 여건 기반 예측치보다 연평균 0.6%포인트 낮아
▷IT제조업 성장 기여 확대에도 상용직 신규채용은 거의 늘지 않아
▷청년층 상용직 진입 규모 과거보다 15~20% 축소…서비스업 회복 관건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수출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해도 청년 일자리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생산을 이끄는 산업과 사람을 많이 채용하는 산업이 달라지면서 경제성장이 청년층의 취업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단절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제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들 산업은 생산 증가에 비해 상용직 고용창출력이 높지 않다. 반면 청년 채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서비스업과 비IT제조업은 성장이 정체되면서 청년들이 들어갈 양질의 일자리 입구가 좁아지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보고서는 최근 청년고용 부진이 경기적 요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산업구조가 IT제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경제성장과 상용직 고용 사이의 연결이 약해졌다는 진단이다.
◇ 경기 흐름보다 더 나빠진 청년고용
보고서는 2000~2019년의 산업생산과 서비스업 생산, 수출물량, 회사채 스프레드 등 경기·금융 변수를 바탕으로 팬데믹 이후 청년고용률을 예측했다. 경기 흐름과 청년고용 사이에 과거와 같은 관계가 유지됐다면 어느 정도의 고용률이 나타났을지를 계산한 것이다.
분석 결과 실제 청년고용률은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매년 예측치를 밑돌았다. 실제 고용률과 예측치의 차이는 2023년 -0.6%포인트, 2024년 -0.7%포인트, 2025년 -0.4%포인트, 2026년 상반기 -0.7%포인트였다. 해당 기간 실제 청년고용률은 경기 여건으로 설명되는 수준보다 연평균 0.6%포인트 낮았다.
경기가 나빠져 청년고용이 줄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경제의 생산과 수출이 회복되더라도 청년층 고용이 함께 개선되지 못하도록 막는 비경기적·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실제 청년고용률은 과거 경기 여건을 토대로 산출한 예측치를 지속해서 밑돌았다. 2023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실제 고용률과 예측치의 차이는 연평균 -0.6%포인트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 성장은 IT제조업, 채용은 서비스업
보고서는 이 같은 괴리의 배경으로 IT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을 지목했다. 2014~2019년과 비교하면 2023년 이후 경제성장에서 IT제조업이 차지하는 기여도는 크게 확대됐다. 반면 비IT제조업은 위축됐고 서비스업의 성장 기여도도 이전보다 축소됐다.
문제는 생산을 늘리는 산업과 상용직을 많이 채용하는 산업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IT제조업은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상용직 신규채용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비IT제조업은 생산 부진과 함께 상용직 채용이 크게 감소했고, 서비스업도 생산 증가세가 약해지면서 채용이 줄었다.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 산업 성장률은 연평균 2.1%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상용직 채용 증가율은 마이너스 흐름을 보였다. 과거 청년고용 부진기인 2014~2019년에는 경제가 연평균 3.1% 성장하는 가운데 상용직 채용도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경제가 성장해도 채용이 감소하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산업별 생산과 상용직 고용의 구성에서도 차이가 확인된다. IT제조업은 경제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상용직 채용 비중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반대로 도소매업과 보건복지, 사업서비스 등은 생산 비중과 비교해 상용직 채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결국 IT제조업이 홀로 성장을 이끌고 고용 흡수력이 높은 산업이 부진하면 전체 성장률이 높아져도 일자리는 충분히 늘어나기 어렵다.

최근 경제성장에서 IT제조업의 기여도는 확대됐지만 상용직 채용은 감소했다. 생산은 IT제조업이 주도하는 반면 상용직 채용은 비IT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더 크게 의존하면서 성장과 고용 사이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 신규채용 감소 충격, 청년층에 집중
노동수요 정체의 충격은 모든 연령대에 고르게 분산되지 않았다. 상용직으로 일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를 최근 입직자로 보고 연령대별 변화를 살펴본 결과, 팬데믹 이후 청년층의 상용직 입직이 핵심연령층보다 빠르게 감소했다.
핵심연령층과 비교한 청년층의 상용직 입직배율도 하락했다. 보고서는 과거와 비교해 청년층의 1차 노동시장 진입 규모가 약 15~20% 축소된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이 노동수요 감소에 대응해 기존 직원을 내보내기보다 신규채용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면서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청년층이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1차 노동시장은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고 고용이 안정적이지만 기존 근로자에 대한 보호 수준과 노동교체비용도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기가 불확실하거나 노동수요가 정체될 때 기존 인력을 조정하기보다 채용을 동결하는 편이 부담이 적다. 이러한 방식이 장기간 지속되면 기존 근로자의 고용은 유지되더라도 청년층이 들어갈 자리는 계속 줄어든다.

팬데믹 이후 청년층의 상용직 입직은 핵심연령층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핵심연령층 대비 청년층의 입직배율도 하락하면서 청년층의 1차 노동시장 진입 규모가 과거보다 약 15~20% 축소된 것으로 추정됐다. (자료=한국은행)
◇ IT 성과가 서비스업 고용으로 이어져야
보고서는 청년층 상용직 고용을 늘리려면 IT제조업의 성과가 서비스업을 비롯한 비IT 부문의 노동수요로 확산되는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년층 상용직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 고용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서비스업 고용은 해당 산업의 업황과 밀접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IT제조업의 실적 개선이 기업과 근로자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늘어난 소득이 소비와 내수 확대로 연결돼야 서비스업의 생산과 채용도 회복될 수 있다. 첨단산업의 성장 효과가 일부 기업과 지역에 머물지 않고 연관 부품·장비 산업과 전문서비스업, 내수산업으로 퍼지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 수출 성적표만으로 고용 회복을 말할 수 없다
반도체 수출과 IT 생산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청년고용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산업이 반드시 많은 사람을 채용하는 산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청년 취업문이 좁아지는 현실은 청년의 역량이나 눈높이보다 산업구조의 변화에서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책의 초점도 첨단산업 자체의 성장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IT제조업의 성과가 연관 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소비·채용으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성장률과 수출액이 개선돼도 청년이 들어갈 상용직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면 청년에게 그 성장은 통계 속 숫자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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