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용의 덫③] “경력자는 뽑고 신입은 줄인다”…AI가 높인 청년 취업 문턱
▷AI 노출 높은 산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폭 확대
▷신입 담당하던 조사·분석 등 기초업무 자동화…즉시 투입할 경력자 선호
▷첫 직장 상용직 입직 줄고 경력자 입직 증가…현장 경험 지원 필요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인공지능(AI)이 청년의 일자리를 직접 대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AI 확산과 함께 기업이 신입을 채용해 육성하기보다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면서 청년이 첫 경력을 시작할 기회가 줄어드는 흐름은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신입사원이 맡았던 자료 조사와 분석, 기초 실무의 일부를 AI가 처리하면서 기업이 초급 인력을 채용해야 할 필요성이 낮아진 것이다. 업무 경험이 있는 근로자는 AI를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지만, 경험이 없는 청년은 AI를 활용할 역량을 증명할 첫 일자리부터 구하기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보고서는 AI 기술의 급격한 확산이 기업의 경력직 선호와 신입 채용 축소 흐름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 기초업무 줄자 신입 채용 필요성도 감소
기업의 경력직 선호는 생성형 AI 등장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 산업과 직무가 전문화·고도화되면서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이 높아졌고, 정기적인 신입 공개채용보다 필요한 인력을 곧바로 선발하는 수시·경력 채용이 확대됐다.
생성형 AI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빠르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1월 이후 청년층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은 하락하는 반면, 청년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은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팬데믹 이후 청년고용 부진 시기와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한 시기가 대체로 겹치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와 산업에서 경력직 선호가 강화되면서 청년층이 주로 담당했던 초급·기초 업무의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무 경험과 전문적 판단력을 갖춘 핵심연령층은 AI를 보조 도구로 이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고용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거나 오히려 고용이 증가할 수 있다.
반면 신입사원은 입사 후 기초업무를 수행하며 조직의 업무방식과 전문지식을 익히는 과정을 거친다. AI가 이 업무의 일부를 대신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을 채용해 장기간 훈련하기보다 이미 숙련을 갖춘 경력자를 뽑는 것이 유리해질 수 있다.
◇ AI 노출 높은 산업서 청년고용 더 감소
산업별 AI 노출도와 청년고용 증감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확인된다. AI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금융보험업 등에서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청년고용이 감소했다.
AI 노출도가 낮은 농림어업과 교육 등에서는 청년고용이 증가하거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다만 도소매업처럼 AI 노출도 이외의 요인으로 청년고용이 크게 감소한 산업도 있어, 산업별 고용 변화를 모두 AI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보고서 역시 AI가 청년고용 감소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산업구조 재편과 1차 노동시장의 수요 정체,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가 이미 진행되는 상황에서 AI 확산이 신입 채용 축소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청년층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은 하락하고 임시·일용직 비중은 상승했다. 산업별로는 AI 노출도가 높은 정보통신·전문과학기술·금융보험업 등에서 청년고용 감소가 관찰됐다. (자료=한국은행)
◇ 경력자는 늘고 첫 취업자는 줄었다
채용시장의 변화는 첫 취업자와 경력자의 상용직 입직에서도 드러난다.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25~29세 청년 1000명당 첫 직장 상용직 입직자는 2014~2019년 48명에서 2023~2026년 45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취업 경험이 있는 경력자의 상용직 입직자는 102명에서 121명으로 늘었다.
첫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과 이미 경력을 보유한 청년 사이의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기업이 신입 공채보다 경력직과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중심으로 채용하면서 사회 초년생의 노동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청년패널 조사에서는 대기업 취업을 희망한 미취업 청년 가운데 1년 뒤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한 비율이 12.1%에 불과했다. 27.8%는 2차 노동시장에 취업했고 60.0%는 실업 또는 비경제활동 상태에 머물렀다. 취업 경험이 없는 최초 진입자로 범위를 좁히면 1차 노동시장 진입 비율은 11.1%로 더 낮아지고, 실업·비경제활동 비율은 66.7%로 높아졌다.

학교를 떠난 청년 1000명당 첫 직장 상용직 입직자는 과거 48명에서 최근 45명으로 감소했지만 경력자 입직은 102명에서 121명으로 증가했다. 대기업 취업을 희망한 미취업 청년의 1차 노동시장 진입률은 12.1%에 그쳤다. (자료=한국은행)
◇ AI 교육 넘어 ‘첫 경력’ 만들어줘야
신입 채용 감소는 당장의 취업 기회만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청년이 첫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직무 경험과 숙련을 쌓을 수 없고,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채용에서 밀려날 수 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경력이 필요하지만 경력을 쌓으려면 먼저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 악순환이다.
보고서는 AI 활용 교육과 현장 경험, 멘토링을 결합해 청년이 AI와 협업하며 숙련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년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력이 높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험과 훈련 기회가 제공된다면 AI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요인에 그치지 않고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경력 있는 신입’을 요구하는 모순부터 풀어야
기업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경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이미 숙련된 인력만 찾는다면 새로운 경력자는 어디에서도 만들어질 수 없다. 신입 채용과 교육에 드는 비용을 각 기업이 피한 결과는 산업 전체의 인재 공급 기반 약화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AI 시대의 청년고용 정책도 단순한 소프트웨어 교육이나 자격증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의 실제 업무를 경험하고 그 결과를 경력으로 인정받도록 교육·인턴·채용을 연결해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AI 사용법을 배웠다는 증명서가 아니라, AI와 함께 일해 본 첫 번째 경력일 것이다.
댓글 0개
관련 기사
Best 댓글
피해자들의 고통을 멈추기 위해 조직사기 특별법 하루속히 제정 솜방망이 처벌 이제그만 강력처벌로 부탁드립니다
2내부자 협조 이끌려면 공정한 평가 기준과 예측 가능한 감형 절차 필요합니다
3유으뜸기자님 사기사건 많이 쓰주셨서 감사드립니다 조속히 사기 특별법 통과 시켜 주십시요
4유으뜸가자님 사기사건을 많이 쓰셔서 널리 알려 주세요. 우리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없도록 많은 기사 부탁 드립니다
5사기는살인이다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어간다. 그럼수사속도도 더 지능화해야되는거다 내부자들을 활용해라
6내부자 협조 이끌려면 공정한 평가 기준과 예측 가능한 감형 절차가 필요하다
7공정과 정의가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고 하나하나의 작은 관심과 외침이 커다란 범죄를 막을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