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청년고용의 덫①] 실업률은 과거보다 낮은데…‘일자리의 질’은 더 나빠졌다

▷2026년 청년실업률 6.6%…과거 부진기 평균 9.4%보다 낮아
▷청년고용률 46.6%→43.7%…임시·일용직·비자발적 시간제 확대
▷대졸 청년도 2차 노동시장으로…비정규직 임금격차까지 벌어져

입력 : 2026-10-27 09:09
[청년고용의 덫①] 실업률은 과거보다 낮은데…‘일자리의 질’은 더 나빠졌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청년고용에 켜진 경고등은 실업률만으로는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다. 과거 청년고용 부진기보다 실업률은 낮지만, 어렵게 취업한 청년들이 임시·일용직이나 원하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로 밀려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구했는지를 넘어 어떤 일자리에서 일을 시작했는지가 청년고용의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2022년 6.4%에서 올해 1~9월 6.6%로 완만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청년고용률은 46.6%에서 43.7%로 2.9%포인트 하락했다. 핵심연령층인 30~59세의 고용률이 77.5%에서 79.9%로 높아진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 실업률보다 먼저 나빠진 ‘고용의 질’

 

최근 청년고용 부진은 2014~2019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당시 청년실업률은 평균 9.4%에 달했지만 2023년 이후 평균은 6.1%다. 최근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더라도 과거 부진기와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청년고용률도 2023년 이후 평균 45.4%로 과거 부진기의 42.0%보다 높다.

 

실업률과 고용률만 놓고 보면 최근 상황을 과거보다 심각한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용 안정성과 근로시간, 종사 부문의 실직 위험 등을 종합한 ‘고용의 질 지수’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팬데믹 이후 핵심연령층과 고령층의 지수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과 달리 청년층의 고용의 질은 눈에 띄게 악화됐다.

 


최근 청년실업률과 고용률은 2014~2019년 부진기보다 양호하지만, 고용 안정성과 근로시간 등을 반영한 청년층 고용의 질 지수는 팬데믹 이후 뚜렷하게 하락했다. (자료=한국은행) 

 

고용의 질을 구성하는 세부 지표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청년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은 팬데믹 이후 증가한 반면, 핵심연령층에서는 상용직 비중이 늘어났다. 청년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도 높아졌으며, 특히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시간제를 선택한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가 증가했다.

 

이는 취업자 수가 유지된다고 해서 청년층의 고용 사정도 안정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이 노동시장 밖에서 취업을 기다리며 실업자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고용 조건이 낮은 일자리라도 먼저 진입하는 청년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청년실업률과 고용률은 2014~2019년 부진기보다 양호하지만, 고용 안정성과 근로시간 등을 반영한 청년층 고용의 질 지수는 팬데믹 이후 뚜렷하게 하락했다. (자료=한국은행) 

 

◇ 대졸 청년도 임시·일용직으로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1차 노동시장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고용이 안정된 상용직 일자리, 2차 노동시장은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시·일용직 등으로 볼 수 있다.

 

1차 노동시장의 노동수요가 정체되면 기업은 기존 직원의 임금이나 고용을 조정하기보다 신규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집단은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이다. 청년들은 1차 노동시장 진입을 기다리며 실업 상태에 머물거나, 취업 조건을 낮춰 2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최근에는 후자의 경향이 강해졌다. 임시·일용직과 시간제 근로자 가운데 대졸 이상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했다. 청년들이 고학력에도 불구하고 고용 안정성이 낮은 일자리로 유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격차도 팬데믹 이후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청년층 임시·일용직과 시간제 근로자 가운데 대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시간당 임금 격차도 팬데믹 이후 벌어지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 낮아진 눈높이에도 좁아진 취업문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만 고집해 취업하지 않는다는 통념도 보고서의 분석과는 거리가 있다. 청년층의 희망 초봉인 유보임금은 시장 중위임금보다 일정 수준 낮게 유지됐다. 희망 기업도 달라졌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대기업·공공기관을 선호하는 비중은 줄고 중소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비중은 늘었다.

 

청년들이 취업 눈높이를 낮추고 구직 전략을 현실적으로 조정했지만, 그 결과가 양질의 일자리 진입보다는 임시·일용직과 시간제 취업 확대로 나타난 셈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대졸 이상 청년의 실업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쉬었음’이나 통학·진학·입시 준비 등을 이유로 노동시장 진입을 유보한 청년층 비중도 지난해 이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그동안 2차 노동시장이 청년 노동력을 흡수하면서 실업률 상승을 억제했지만, 낮은 질의 일자리마저 충분한 출구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나타난 것이다. 고용의 질 악화가 장기간 누적될 경우 현재의 제한적인 실업률 상승이 향후 양적 고용 부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취업 여부보다 ‘첫 일자리의 질’을 봐야

 

청년고용 대책의 성과를 취업자 수나 실업률만으로 평가하면 정책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임시직이나 원하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에 취업한 청년도 통계에서는 취업자로 분류된다. 수치상 실업은 피했지만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을 감수하고 있다면 청년이 체감하는 취업난은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청년이 눈높이를 낮추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도 지났다. 첫 일자리에서 어떤 경력과 숙련을 쌓을 수 있는지, 그 경험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자산이 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청년고용 정책의 목표 역시 단기적인 취업자 수 확대를 넘어 양질의 첫 일자리와 다음 일자리로 연결되는 경로를 복원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