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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신용융자 5.5배…커지는 ‘빚투’, 증시 변동성 뇌관 되나

▷6월 말 36.7조원…증가 속도 미국의 1.7배
▷레버리지 ETF 39.4조원…반대매매·종가 헤지 물량이 하락 키울 수도

입력 : 2026-08-11 11:44
10년 새 신용융자 5.5배…커지는 ‘빚투’, 증시 변동성 뇌관 되나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국내 증시 상승세를 타고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가 미국보다 빠른 속도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 투자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키울 수 있지만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반대매매와 헤지 거래를 통해 개인의 손실이 증시 전체의 변동성 확대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용융자 36.7조원…레버리지 ETF는 10년 새 13배

 


지난 6월 말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7000억원으로 2016년 말 6조7000억원보다 5.5배 증가했다.사진=자본시장연구원
 

11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7000억원으로 2016년 말 6조7000억원보다 5.5배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9.6%로 같은 기간 미국 마진거래 증가율보다 약 1.7배 빠른 수준이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보유한 자금에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보태 주식을 사는 거래다. 주가가 오르면 자기자금만 투자했을 때보다 수익률이 높아지지만 하락할 때는 손실도 배로 커진다.

 

최근에는 신용융자가 코스닥 중소형주보다 코스피 대형주에 집중되는 변화도 나타났다. 지난 6월 말 코스피와 코스닥의 신용융자 잔고는 각각 28조6000억원과 8조1000억원으로 코스피가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기인 2020~2021년 코스닥 비중이 절반가량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반도체 등 가격 변동성이 큰 일부 대형주에 레버리지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레버리지 ETF의 성장 속도는 더 가파르다. 기초지수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국내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총액은 2016년 말 3조원에서 올해 6월 말 39조4000억원으로 13.1배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31.1%로 글로벌 레버리지 ETF 시장의 증가율인 15% 안팎을 크게 웃돈다.

 

투자 방향도 주가 상승 쪽으로 쏠렸다.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내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은 1조4000억원으로 전체 레버리지 ETF의 3.5%에 그쳤다. 레버리지 상품이 위험을 분산하는 수단보다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수단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수거래와 차액결제거래(CFD)도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 6월 말 증권사 위탁매매 미수거래와 CFD 잔액은 각각 1조4000억원과 1조9000억원으로 2024년 말보다 57%, 60% 늘었다.

 

◇주가 30% 내리면 실제 손실 67%…반대매매 악순환 우려

 

문제는 주가가 투자자의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때다. 신용거래보증금률을 45%로 가정하면 주가가 30% 하락할 경우 투자자의 실제 손실률은 약 67%까지 확대된다. 주가가 45% 하락하면 투자원금 전부를 잃을 수 있다. 이자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데다 담보유지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도 발생한다.

 

반대매매 물량은 주가 하락을 부르고 추가 하락은 더 낮은 가격에 신용거래를 한 투자자의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연쇄적인 매도 물량을 통해 시장 전체의 충격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레버리지 ETF에는 ‘음의 복리효과’도 존재한다. 기초지수가 20% 오른 뒤 다시 20% 하락하면 최종 손실률은 4%다. 그러나 2배 레버리지 ETF는 40% 상승한 뒤 40% 하락하면서 손실률이 16%로 커진다. 기초자산 가격이 출발점에 가까워져도 투자금은 더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경로도 있다. 레버리지 ETF 운용사는 약속한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을 추가로 사고팔아야 한다. 주가가 크게 움직인 날 장 마감 무렵 헤지·리밸런싱 물량이 집중되면 당일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미수거래와 CFD 등 고배율 상품은 손실이 확정되는 시간도 짧다. 미수거래는 매수대금을 결제일인 2영업일 안에 갚지 못하면 다음 영업일에 반대매매가 실행된다. CFD와 선물·옵션 역시 증거금이 유지 수준을 밑돌면 추가 납입을 요구받고, 이에 응하지 못하면 보유 자산이 강제로 처분된다.

 

◇당국 투자 문턱 높였지만…다른 상품으로 이동할 수도

 

금융당국도 규제 보완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상장과 광고를 잠정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높였다. 수요가 진정되지 않으면 개인별 투자금액을 전체 금융투자상품 투자액의 일정 비율, 예컨대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자산운용사에는 장 종료 직전에 몰리는 리밸런싱 거래를 분산해 달라고 요청했다. 종가 무렵 대규모 매매가 집중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특정 상품의 투자한도만 강화하면 수요가 신용융자나 미수거래, 해외 레버리지 상품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 상품별 규제를 넘어 투자자의 손실 감내 능력과 전체 레버리지 투자 규모를 함께 살피는 일관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진입 규제를 강화하고 신용융자 잔액과 레버리지 ETF 순자산 규모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급변할 경우 레버리지 배율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긴급조치권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상품 규제 넘어 장기투자 유인 확대해야

 

장기적으로는 단기 고수익 추구를 줄일 수 있는 투자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ISA와 개인연금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퇴직연금의 기금형 제도와 디폴트옵션을 내실화해 장기 자금이 자본시장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식 보유기간이 길수록 세제 혜택이 커지는 구조를 도입해 단기 매매 유인을 낮추는 방안도 제시됐다. 청소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주기별 금융교육을 강화해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 구조와 장기 분산투자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는 제언이다.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은 개인이 투자금을 잃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ETF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하락장에서 반대매매와 헤지 물량이 동시에 쏟아지며 시장 충격을 키울 수 있다. 상승장의 투자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개인의 손실이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전이되는 통로를 관리하는 것이 향후 정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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