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사기, 대응은 여전히 국경 안”…경찰청 국제공조 강화 나섰다
▷ 인터폴·UNODC 협력 강화…‘스캠단지 공동 대응’ 국제공조 모델 제시
▷ 로맨스스캠·보이스피싱 피해 급증 속 ‘스캠단지 대응’ 국제 협력 모델 제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 사기방지 정상회의(사진=연합)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국경을 넘나드는 사기 범죄가 일상화되고 있지만, 이를 막는 수사 체계는 여전히 국가 단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경찰이 국제 공조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경찰청은 3월 16일부터 17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2026 국제 사기 방지 정상회의’에 참석해 초국가 사기범죄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인터폴과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공동 주관한 자리로, 디지털 기술 발달과 함께 급증하는 온라인 기반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조 체계 구축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 피해는 국경 없이 확산…수사는 ‘단절’
최근 사기 범죄는 단순한 개인 간 거래를 넘어, 조직화·분업화된 ‘산업형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맨스스캠과 보이스피싱이다.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이 SNS와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를 유인하고, 자금 세탁은 또 다른 국가에서 이뤄지는 구조다. 피해는 국내에서 발생하지만 범죄의 핵심은 해외에 있어 수사와 대응이 쉽지 않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피해자가 추가 송금 계좌를 확보해 수사기관에 알리더라도 “직접적인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초국가 범죄에 기존 수사 체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경찰은 국제 협력 체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경찰청은 인터폴이 주관한 특별행사에 주요 연사로 참여해 국제 사기범죄 대응 프로젝트 ‘해치(HAECHI)’의 성과를 공유했다.
해치 프로젝트는 한국이 재정을 지원해 운영하는 국제 협력 사업으로, 국가 간 정보 공유와 합동 작전, 수사 역량 강화를 통해 온라인 경제범죄를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UNODC 부대행사에서는 동남아시아 기반 스캠센터 확산 등 최신 범죄 동향을 공유하며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스캠단지 공동 대응”…집행 중심 공조로 전환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경찰청이 직접 주관하는 ‘초국가 스캠단지 공동 대응’ 논의다.
이 자리에서는 단순 정보 교류를 넘어 합동 수사와 작전 중심의 실질적 공조 방안이 논의된다. 인터폴을 비롯해 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가 참여해 각국의 대응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이 과정에서 국제공조협의체(IICA)와 ‘브레이킹 체인스’ 작전을 소개하며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 IICA는 현재 46개국과 주요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글로벌 공조 플랫폼으로, 초국가 범죄 대응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 “국제공조 없이는 해결 불가능”…제도 보완 필요
김주연 한국사기예방국민회 대표는 "초국가 사기범죄는 더 이상 한 국가의 법과 수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범죄는 이미 국경을 초월해 작동하는 반면, 수사 권한과 법적 절차는 국가 단위에 묶여 있어 대응 속도가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 역시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 공조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영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은 “부처 간 경계를 허문 체계적인 대응 역량이 국제공조의 핵심 동력”이라며 “초국가 사기범죄 대응을 위한 협력 체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문제는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느냐’다. 사기 범죄는 이미 국경을 지웠지만, 대응 체계는 이제야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이번 국제회의가 단순한 선언에 그칠지, 실제 피해를 줄이는 전환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공조 실행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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