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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집을 부수는 처벌은 없다: 시설 폐쇄라는 이름의 '복지 연좌제'

입력 : 2026.02.25 09:12
[기고] 집을 부수는 처벌은 없다: 시설 폐쇄라는 이름의 '복지 연좌제'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대표.
 

세월호 참사 당시, 온 국민이 목격한 정부의 대책은 경악스러웠다. 침몰하는 배 앞에서 무능했던 해경을 향해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다름 아닌 '해경 해산'이었다. 시스템을 보완하고 구조 역량을 강화하는 대신 조직 자체를 없애버리는 모습은, 근본적인 대책 없이 책임을 아래로 전가하는 무책임의 극치였다.

 

최근 '색동원' 사건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그날의 참담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특정 시민단체는 사실관계 확인보다 앞서 '시설 폐쇄'를 전면에 내걸고 압박한다. 가해자가 있다면 마땅히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죄지은 사람을 벌할 것이지 왜 그곳을 집으로 삼아 살아가던 장애인들의 주거권을 박탈하는가?

 

여기에 '시설 폐쇄'라는 평행이론이 작동한다. 일부 관리자의 잘못을 빌미로 시설 전체를 없애는 것은, 거주 장애인들에게 가하는 '복지 연좌제'다. 해경 해산 후 해상 안전에 거대한 공백이 생겼듯, 시설 폐쇄 후 갈 곳 없는 중증 장애인들은 결국 사지로 내몰린다. 그들이 말하는 '자립'은 중증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사실상 '방치'이며,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독박 돌봄'이라는 더 위험한 바다로 내던져지는 사형선고와 같다.

 

더욱 기막힌 것은 전장연의 이념적 논리와 정부의 경제 논리가 나누는 '위험한 화답'이다. "시설은 감옥"이라는 구호는 "시설을 없애면 예산 부담이 줄어든다"는 정부의 효율성 계산과 맞아떨어진다. 이 거대한 공모 속에서 정작 가장 목소리를 내야 할 거주인과 부모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된다. 평생 장애자녀를 안고 살려고 발버둥 치다 죽음의 직전에서야 국가의 보호를 믿고 자녀를 맡긴 부모들은, 졸지에 인권침해 시설에 자녀를 내다 버린 냉혈한으로 매도당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시설 폐쇄가 아니라 공적 책임을 다하는 '시설 공공화'다. 세월호 때 해경을 없앨 게 아니라 해경을 더 유능하게 개편해야 했듯이, 문제가 있는 시설은 폐쇄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인수하여 더 안전하고 투명한 '공공 시설'로 전환해야 한다.

 

죄를 지은 자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되, 장애인의 집은 건드리지 마라.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진정한 책임 행정이며, 약자의 삶을 지키는 최소한의 도리다. 시설은 폐쇄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지켜내야 할 우리 자녀들의 마지막 보루다.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 대표 약력

21년부터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대표로 활동 중.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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