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하나의 대박이 아니었다…K 열풍을 돌리는 ‘플라이휠’
▷협소한 내수시장·급격한 사회변화, 해외 진출과 독창적 서사의 동력으로
▷높은 소비자 기대와 즉각적인 피드백…콘텐츠·제품 검증 주기 단축
▷글로벌 확산으로 자본·인재 유입…성공 경험을 다음 도전에 재투자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의 흥행 이후에도 K-팝과 웹툰, 화장품, 라면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개별 작품이나 기업의 성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소비자의 높은 기대에 맞춰 새로운 문법을 흡수하고,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다음 제품에 반영하는 생산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검증된 콘텐츠와 제품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면 해외 자본과 인재가 다시 유입돼 다음 도전을 뒷받침한다.
KB경영연구소는 이런 선순환 구조를 ‘K-플라이휠’로 설명했다. 플라이휠은 한 방향으로 가해진 작은 힘이 축적되면서 회전 속도가 빨라지는 원리를 뜻한다. K-컬처 역시 작품 하나의 성공을 반복 가능한 산업 역량으로 축적하면서 성장 속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 불리한 조건이 오히려 해외 지향성 키워
보고서는 K-콘텐츠의 경쟁력을 만든 구조적 배경으로 협소한 내수시장과 압축적 근대화, 개방 압력, 정치 민주화, 초고속 디지털 전환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2024년 국내 콘텐츠시장 규모는 432억달러로 세계 8위지만 미국의 4.4%, 중국의 12.7% 수준에 그친다. 제작비를 회수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에만 머물기 어려운 구조다.
초기에는 국내에서 흥행한 작품이 해외로 퍼지는 사후적 확장이 중심이었다. 이후 해외 진출 경험이 쌓이면서 언어와 출연자, 제작방식, 홍보 전략을 기획 단계부터 목표 시장에 맞추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글로벌 플랫폼의 등장도 해외 방송사와 전통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현지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짧은 기간에 급격한 경제·사회 변화를 겪은 경험은 콘텐츠의 소재가 됐다. 전통과 현대, 집단과 개인, 성장과 불평등, 권위주의와 민주주의가 한 사회에 공존하면서 독특한 갈등과 서사를 만들어냈다.
‘기생충’은 경제성장 이면의 계층 격차를, ‘오징어 게임’은 과열 경쟁과 불평등을 세계적으로 익숙한 장르 문법과 결합했다. 한국 콘텐츠의 특징은 전통 소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외국의 장르와 기술을 흡수해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개방과 정치 민주화도 영향을 미쳤다. 해외 콘텐츠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선진 제작기법과 장르 문법을 받아들였고,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면서 사회적 금기와 현실 문제를 다양한 장르로 다룰 수 있게 됐다.
초고속 인터넷과 디지털 전환은 제작과 유통, 소비 방식을 바꿨다. 음반시장이 불법 복제로 위기에 놓이자 음악산업은 음원과 공연, 팬덤 사업으로 수익 구조를 바꿨다. 출판만화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약해지는 과정에서는 모바일 세로 스크롤에 최적화된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등장했다.

협소한 내수시장은 해외 진출을 촉진했고, 압축적 근대화와 시장 개방은 다양한 문화와 장르를 결합하는 역량으로 이어졌다. 민주화와 디지털 전환도 소재의 다양성과 새로운 제작·유통 방식을 뒷받침했다. (자료=KB경영연구소)
◇ 소비자의 높은 기대에서 시작되는 내부 순환
K-플라이휠은 내부 순환과 외부 순환으로 나뉜다. 내부에서는 소비자의 높은 기대가 출발점이다. 글로벌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접한 국내 소비자는 해외 작품과 비교해 완성도와 참신함을 요구한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해외 장르와 제작기술, 최신 유행을 빠르게 흡수한다. 다만 이를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한국적인 소재와 소비방식에 맞게 재조합한다.
K-팝은 힙합과 리듬앤드블루스, 전자댄스음악을 결합하고 퍼포먼스와 팬덤 소통을 더했다. K-웹툰은 일본 만화의 서사 문법을 받아들이면서도 세로 스크롤과 요일별 연재, 별점·댓글을 결합해 모바일에 맞는 형식으로 바꿨다.
K-뷰티는 성분과 효능을 세밀하게 따지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새로운 제형과 기능을 개발했다. K-푸드는 외국 음식과 한국적 맛을 결합해 양념치킨과 까르보 불닭 등 새로운 제품군을 만들어냈다.
제품과 콘텐츠가 출시된 뒤에는 즉각적인 검증이 이뤄진다. 드라마는 시청률과 화제성, K-팝은 음원 순위와 팬덤 반응, 웹툰은 별점과 조회 수, 화장품은 리뷰와 성분 논쟁, 식품은 판매정보와 SNS 반응을 통해 평가받는다.
피드백 주기가 월·분기 단위에서 시간·분 단위로 짧아지면서 생산자는 시장 반응을 신속하게 제품과 기획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반응이 없는 상품은 조기에 퇴출하고 가능성이 확인된 상품에는 투자를 집중해 실패 비용을 낮추는 구조다.
◇ 성공 경험을 시스템으로 바꿔 다시 세계시장으로
검증된 경험은 시스템으로 축적된다. K-팝은 캐스팅과 트레이닝, 프로모션으로 이어지는 육성체계와 여러 작곡가가 협업하는 송캠프를 발전시켰다. 영화·드라마는 전문 프로듀서와 스튜디오 체계를 갖췄고, 웹툰은 기획·각색·콘티·작화를 분업화했다.
K-뷰티에서는 제조시설이 없는 브랜드도 ODM 생태계를 활용해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K-웹툰은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들고 다시 영상화하는 지식재산권(IP) 확장 모델을 구축했다.
이렇게 완성도를 높인 콘텐츠와 제품은 유튜브와 OTT, 글로벌 이커머스를 통해 해외로 확산한다. 해외 흥행으로 들어온 자본과 인재는 다시 제작비와 생산시설, 인재 육성, 글로벌 마케팅에 투입된다. 내부의 질적 고도화와 외부의 시장 확대가 시스템화를 중심으로 맞물리는 것이다.

소비자의 높은 기대가 흡수·재창조와 빠른 시장 검증을 이끌고, 축적된 경험은 제작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글로벌 확산을 통해 유입된 자본과 인재가 다시 시스템에 투입되면서 K-컬처의 연속적인 성공을 만든다. (자료=KB경영연구소)
K-컬처의 성공을 한국적인 소재나 특정 스타의 인기만으로 설명하면 반복되는 흥행의 원리를 놓칠 수 있다. 경쟁력의 핵심은 해외 문화를 받아들이는 개방성과 이를 새로운 형식으로 바꾸는 재창조 역량, 실패와 성공을 다음 프로젝트에 반영하는 시스템에 있다.
다만 시스템화가 흥행작을 복제하는 공식으로 굳어지면 플라이휠의 힘도 약해질 수 있다. 빠른 피드백은 시장 적응력을 높이지만 소비자의 즉각적인 반응에만 의존하면 장기적인 창작과 실험이 어려워진다. 안정적인 제작체계를 유지하되 기존 성공 공식을 벗어난 시도를 받아들이는 여유가 K-컬처의 다음 성장을 좌우할 것이다.
댓글 0개
Best 댓글
피해자들의 고통을 멈추기 위해 조직사기 특별법 하루속히 제정 솜방망이 처벌 이제그만 강력처벌로 부탁드립니다
2내부자 협조 이끌려면 공정한 평가 기준과 예측 가능한 감형 절차 필요합니다
3유으뜸기자님 사기사건 많이 쓰주셨서 감사드립니다 조속히 사기 특별법 통과 시켜 주십시요
4유으뜸가자님 사기사건을 많이 쓰셔서 널리 알려 주세요. 우리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없도록 많은 기사 부탁 드립니다
5사기는살인이다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어간다. 그럼수사속도도 더 지능화해야되는거다 내부자들을 활용해라
6내부자 협조 이끌려면 공정한 평가 기준과 예측 가능한 감형 절차가 필요하다
7공정과 정의가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고 하나하나의 작은 관심과 외침이 커다란 범죄를 막을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