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증시다트] 8,533억 과세 통보에 급락한 DL이앤씨…쟁점은 ‘실제 부담’이다

▷사우디 당국, 2006~2019년 EPC 설계·조달 소득에 과세 통보
▷“이중과세·제척기간 쟁점 커…단기 현금 유출 가능성 낮아”
▷해외 세무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소통이 주가 회복 관건

입력 : 2026-06-24 09:02
[증시다트] 8,533억 과세 통보에 급락한 DL이앤씨…쟁점은 ‘실제 부담’이다 사진=DL이앤씨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DL이앤씨가 사우디아라비아 과세당국으로부터 8,533억 원 규모의 법인세 부과 통보를 받으면서 주가가 급락했지만, 증권가는 실제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사안은 본업 경쟁력 훼손이 아니라 과거 해외 EPC 프로젝트를 둘러싼 세무 분쟁이라는 점에서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지난 22일 사우디 국세청으로부터 2006~2019년 수행한 사우디 EPC 프로젝트와 관련해 약 8,533억 원 규모의 법인세와 가산세 부과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iM증권은 전체 통보액이 본세 4,392억 원, 가산세 4,141억 원으로 구성됐다고 분석했다. 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16%를 넘는 수준이다.

 

사우디 당국은 DL이앤씨가 한국 본사에서 수행한 설계와 조달 업무를 사우디 현지 고정사업장에 귀속된 소득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를 한국에서 수행된 OOK 업무를 사우디 내 IK 업무로 간주해 과세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중과세 쟁점 앞세운 DL이앤씨

 

DL이앤씨는 이번 과세에 불복할 방침이다. 회사는 한국 본사에서 수행한 설계·조달 업무에 대해 이미 국내에서 법인세를 신고하고 납부했다고 보고 있다. 같은 소득에 대해 한국과 사우디가 모두 과세하면 이중과세 소지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과세 통지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봤다. 핵심은 세 가지다. 이중과세 가능성, 부과 제척기간 경과, 과세 산출 근거 부족이다. 특히 한국에서 적법하게 법인세를 납부한 소득에 사우디가 다시 과세하는 것은 조세조약상 과세권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iM증권도 한·사우디 조세조약상 사우디가 과세할 수 있는 범위는 현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이윤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내 공사 현장이나 현장 사무소와 무관하게 한국에서 수행한 업무까지 과세 대상에 넣을 수 있는지는 향후 불복 절차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제척기간 빼면 세액 160억 원대 가능성

 

제척기간도 중요한 변수다. 사우디 소득세법상 과세당국이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0년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통보에는 2006~2015년분 과세액이 포함됐다.

 

DL이앤씨 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제척기간이 지난 사업연도 과세액이 제외되면 세액은 약 160억 원대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모두 공시된 과세 규모와 실제 부담 가능 금액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과세 근거가 충분히 제시됐는지도 쟁점이다. DL이앤씨는 사우디 과세당국이 고정사업장 판단 근거, 한국과 사우디 업무 배분 기준, 세액 산출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과세표준과 계산 근거가 불명확하면 불복 절차에서 처분 취소 사유로 다퉈질 수 있다.

 

◇주가 급락에도 증권가 “과도한 반응”

 

시장 반응은 거칠었다. DL이앤씨 주가는 과세 통보 공시 이후 23일 20% 안팎 급락했다. 같은 날 건설 업종 하락률보다 낙폭이 컸다. 투자자들이 대규모 세금 부담과 유동성 훼손 가능성을 먼저 반영한 결과다.

 

다만 증권가 평가는 다르다. 한화투자증권은 불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세액 납부 의무가 발생하지 않아 단기 현금 유출은 없다고 봤다. 절차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유동성, 재무구조, 영업활동 등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이번 이슈를 수주 감소나 원가율 악화가 아닌 과거 프로젝트 세무 분쟁으로 규정했다. 견고한 수익성, 업종 내 상위권 재무구조, SMR 시장 확대 기대 등 기존 투자 포인트는 훼손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해외 세무 리스크 대응이 관건

 

이번 사안은 DL이앤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EPC 사업은 설계, 조달, 시공이 여러 국가에 나뉘어 진행된다. 발주국 과세당국이 고정사업장과 소득 귀속 범위를 넓게 해석하면 준공 뒤에도 세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DL이앤씨는 현지 불복 절차와 조세심판, 국가 간 상호합의절차를 활용할 계획이다. 회계적으로도 최종 확정 가능성과 금액 추정의 불확실성이 커 대규모 충당부채 인식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결국 관건은 실제 부담 규모와 정보 공개다. DL이앤씨는 법적 대응과 별도로 쟁점별 진행 상황을 시장에 설명해야 한다. 제척기간 적용 여부, 이중과세 판단, 잠재 부담 범위, 회계 반영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이번 급락은 통보 금액만 보고 움직인 측면이 크다. 그러나 세무 분쟁은 시간이 길고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 DL이앤씨가 주가 신뢰를 되찾으려면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을 넘어 숫자와 절차로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