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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상생'의 SPC?... 근로자 사망으로 불매운동 거세

▷ 지난 15일 새벽, 한 근로자가 교반기에 상반신이 끼어 사망
▷ 사고 이후에도 공장 돌리는 등 SPC 대응에 비판 여론 많아
▷ 오너 리스크에 '간식빵' 등, 문제점 여럿

입력 : 2022.10.19 16:00 수정 : 2022.10.19 16:40
 

 

난 이제 죽었다. 이렇게 해도 내일 (치킨) 300봉은 더 까야 하는게 서럽다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지난 15일 새벽, 한 공장에서 홀로 치킨 봉지 500봉을 열어야 했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23살의 어린 나이, SPC에 입사한 지 2년이 지난 여성 A씨는 새벽 620분경 샌드위치 소스 교반기 앞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교반기란 액체나 고체를 휘저어 섞어주는 기계로, A씨는 샌드위치 소스통을 들어 교반기에 붓다가 상반신이 그대로 빨려 들어가는 참변을 당했습니다.

 

샌드위치 소스통의 무게는 대략 15kg, 이를 1.5m 정도의 높이로 계속 들고 있는 건 23살의 젊은 여성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과다하게 몰린 업무로 죽겠다며 남자친구와 나눈 A씨의 메시지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은 SPC 그룹 산하에 있는 SPL의 평택 빵 공장, A씨의 죽음은 SPC 그룹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부상시켰습니다.

 

원래 A씨가 했던 일은 21가 원칙인데, A씨는 홀로 일하다가 사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에스피엘 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야간근무 인력이 부족해 지속적으로 충원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야간에 21조 근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21조로 근로자들을 묶기엔 처리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더군다나, 해당 공장의 근로자들은 사고 이전부터 교반기에 빨려들어가는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펜스 등을 설치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한 바 있습니다. SPC 그룹의 부실한 안전 관리가 곪다가 기어코 터진 셈입니다.

 

강규혁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 曰 회사가 우리를 감정도 없는 기계로 본 것 같다. 조금만 신경 써줬더라면 이런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인데, 생산과 이익을 너무 강요한다

 

사고 이후, SPC 측의 대처는 오히려 화를 키웠습니다.

 

A씨가 사망한 교반기 주위에 하얀색 천을 둘러 놓은 상태로 작업을 이어간 것인데요. 이를 두고 소름이 끼치며,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동료가 죽음을 맞은 장소에서 근로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작업을 이어 나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 사고 다음날 SPC가 발표한 건 사과문이 아니라 런던에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SPC 측은 부랴부랴 사고를 목격한 직원들과 인근의 생산라인을 중단한 후 150여 명의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제공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조치에 따라 현장을 폐쇄하면서, 가맹점의 피해 막기 위해선 생산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는데요.

 

허영인 SPC 회장이 직접 쓴 사과문도 사고 이틀 만에 공개되었습니다.

 

허 회장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작업환경 개선,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문에서 전했는데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갑니다. 핵심이 되는 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21조 규정의 준수 여부에 따라 입건이 갈립니다.

 

경기도 평택경찰서는 해당 SPL 공장이 안전조치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공장 관계자 1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여론에선 SPC 그룹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SPC 그룹 산하 브랜드 현황 (출처: 트위터)

 

 

민주노총은 트위터를 통해 노동자의 피 묻은 빵, 먹지 않겠다며 살인기업 SPC를 사지도 가지도 말자고 촉구했습니다.

 

트위터의 다른 이용자들 역시 “SPC 불매 이미 하고 있지만 진짜 더 열심히 하겠다”, “일단은 파리바게트라도 불매하잔 생각으로 시작하면 반드시 (불매운동이) 성공하리라 믿는다”, “이번 사건으로 SPC의 식품을 먹는다는 건 노동자의 피와 살을 씹어먹는 거다 싶어서 앞으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다SPC를 비판하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 曰 빵 만드는 공장에서 사람이 소스 통에 빠져 죽었는데, 그 자리에서 그 참사를 지켜봤던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빵을 만들라고 시키는 게 너무 초현실적으로 악해서 소름 돋는다. SPC 정말 두 번 다시 안 가고 안 쓴다. 일단 그거부터라도 한다

 

트위터에선 SPC 브랜드를 정리해 놓은 이미지까지 돌아다니는 상황, 결국 이번 사고로 인해 SPC 산하 유명 브랜드인 파리바케트, 던킨도터츠, 배스킨라빈스, 삼립, 쉑쉑버거 등의 매출에 악영향이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네티즌에 따르면, 회사에서 열린 간식품평회에 SPC 파리바게트도 와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던데, (사원) 대부분이 외면했다고도 합니다.

 

# 여럿 문제 얽힌 거대 기업 SPC


사고 이전에도 SPC 그룹을 둘러싼 문제는 여럿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에 SPC 그룹은 파리바게트 제빵사의 연장근로임금 110억 원을 체불하고, 5천여명의 제빵사를 불법적으로 파견한 바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정의당이 대대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대마초 흡입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던 허희수 전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한 흔적도 발견되었습니다.

 

지난 2018년 허 전 부사장이 검찰에 구속되던 당시, SPC는 그를 모든 경영에서 영구히배제하겠다는 입장문을 낸 바 있습니다.

 

SPC가 이 입장문의 내용을 지키지 않은 셈으로, SPC영구히라는 단어가 꼭 영원히라는 뜻은 아니라는 황당한 이유를 덧붙였는데요.

 

이외에도 SPC 그룹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거나, 산하의 던킨도너츠에선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점이 적발되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특히, SPC 그룹 근로자들의 처우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는데요.

 

지난 여름, SPC 그룹 산하 빵 공장의 근로자들은 오후 12시 점심 이후 저녁 8시까지 200mL 흰우유 하나로 버티기가 힘들다,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빵을 만드는 공장에서 간식을 미흡하게 지급한다는 소식이 트위터를 타고 논란이 되자, SPL 측은 근로자들에게 빵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더욱 큰 논란을 불러옵니다. 샘플로 구운 빵을 파란 봉지에 담아 휴게실에 갖다 두었기 때문인데요.

 

SPC가 또 다시 개선방안을 내놓았습니다만,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 논란은 지속되었습니다.  

 

 

SPL 측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첫 간식빵 (출처: 트위터)

 

 

#치킨 800봉과 15kg의 소스통

 

SPC에서 일하던 젊은 여성 근로자는 하루 동안 치킨 500봉을 열어야 했습니다. 그는 업무과로로 인한 피로를 남자친구에게 메신저로 호소하면서도 묵묵히 일했습니다.

 

쌓여 있는 일이 많아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그는 결국 교반기 앞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치킨 300, SPC 그룹의 근로자들이 정말 안전하고, 적절한 양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지 누군가는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영진 사진
김영진 기자  jean@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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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냐가 토론의 장이되야한다는 말씀 공감하며 중증발달장애인의 또다른 자립주택의 허상을 깨닫고 안전한 거주시설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추구하여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할수있도록 거주시설어 선진화에 힘을 쏟을때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돌봄인력충원과 시설선진화에 국가에서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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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 자립생활을 위한 기반이 되야합니다. 이를위해 전문인력이 배치되고,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이 보호받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공간으로 거주시설을 개선하고 지원 되이야 가족도 지역사회에서도 안심할 수 있게 정책개발 및 지원 해야 한다는 김미애의원의 말씀에 감동받고 꼭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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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발달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바랍니다. 탈시설을 주장하시는 의원님들 시설이란 인권을 빼앗는 곳이라는 선입관과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지 마세요. 중중발달장애인을 위해 노화된 시설을 개선해 주세요. 또, 그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폐쇄한다는 등 위협을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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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멀리 있어서 유트브로 시청했는데 시설장애인 부모로 장애인들이 시설이든 지역이든 가정이든 온전히 사회인으로 살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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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개념에 대해 페터 슈미트 카리타스 빈 총괄본부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게재된 탈시설화는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거주 서비스는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전적 행동이 있는 경우, 자립 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거주 서비스 필요성에 의해 장기요양형 거주 시설부터 지역사회 내 자립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거주시설에서의 자립생활 목소리가 정책으로 연결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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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자기 삶을 결정하고 선택 할 귄리가 있습니다. 누가 그들의 삶을 대신 결정합니까? 시설에서 사느냐 지역사회에서 사느냐가 중요 한게 아니고 살고 싶은데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야합니다. 개인의 선택과 의사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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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은 원가정을 떠나 공동체로의 자립을 한 것입니다. 거주시설은 지역사회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시설안과 밖에서 너무도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원가정이나 관리감독이 어려운 좁은 임대주택에서의 삶과 다른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야 말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성이 향상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곳 입니다.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이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아가기란 주변의 민원과 벌래 보듯한 따가운 시선 그리고 돌발행동으로 위험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늙고 힘없는 부모나 활동지원사는 대처할수 있는 여건이 안되고 심지어 경찰에 부탁을 해 봐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 입니다. 그러나 거주시설은 가장 전문성이 있는 종사자들의 사명과 사랑이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을 웃게 만들고 비장애인들의 눈치를 안봐도 되고 외부활동도 단체가 움직이니 그만큼 보호 받을수 있습니다 . 예로 활동지원사가 최중증발달장애인을 하루 돌보고는 줄행랑을 쳤습